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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 시그널…LG·삼성·SK 배터리 3사, '기술투자'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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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 시그널…LG·삼성·SK 배터리 3사, '기술투자'로 대응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움직임에 공급과잉說 등장…LG·삼성·SK 등 국내 3사, R&D투자로 기술격차 벌려

위부터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형 배터리, 삼성SDI의 프라이맥스 각형 배터리, SK온의 파우치형 배터리. 사진= 각 사 취합이미지 확대보기
위부터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형 배터리, 삼성SDI의 프라이맥스 각형 배터리, SK온의 파우치형 배터리. 사진= 각 사 취합
핑크빛 전망 일색이던 배터리 업계에 '공급과잉' 시그널이 들어왔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환율, 경쟁 격화 등의 악재가 단숨에 쏟아지고 있다.

20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이 3년 내 6배 이상으로 증가해 중국발(發) 배터리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CATL, BYD, 궈시안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면서 오는 2025년까지 총 3000GWh(기가와트시)의 배터리를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중국 내수용 배터리 수요가 1000GWh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려 3배에 달하는 배터리들이 시장에 생산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 중국 주요 배터리 업체들은 올해에만 최소 75건의 투자계획과 함께 1조 위안(약 18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커니(옛 AT커니)도 배터리 시장의 공급과잉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커니는 지난 8월 '글로벌 동력전지산업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시장이 성장 속도보다 배터리 업체들의 생산 규모 증가세가 더 높아 자국 위주의 산업체제로 재편될 것임을 시사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기술 주도' 시장에서 '규모 중심'으로 바뀌면서 공급과잉에 다른 레드오션이 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한·중·일 배터리 업체들이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량 확대에 나선 가운데, 유럽·미국 기업들도 본격적인 대량생산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이 GM과 포드의 손을 잡고 대규모 배터리 생산시설 착공에 들어갔으며, 최근에는 중국 기업인 CATL도 북미 지역 생산 공장 부지 확보를 선정하고 착공 준비에 나섰다. 여기에 일본 기업인 파나소닉도 테슬라와 함께 기가팩토리 착공에 나섰다.

유럽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내 3사가 이미 현지 증설에 나선 가운데, 스웨덴의 노스볼트가 폭스바겐과 함께 80GWh 규모의 공장 착공에 들어갔으며, 중국 기업들 역시 유럽 현지 생산체계 구축에 나섰다.

전기차 시장의 최대 수요처로 불리는 북미 지역과 유럽에서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이 모두 증설에 나서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전기차 1위 기업 테슬라가 생산량 감축에 나서자 배터리 업체들은 긴장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주 중국 상하이 공장의 생산량을 최대 20% 이상 감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지난 3분기 2만 대가 넘는 재고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신차 구매 고객들에게 최대 6000위안(약 113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판매 부진이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까지 이어질 경우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외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기술 내재화다. 공급과잉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배터리 제조사들은 결국 완제품을 받아주는 완성차 업체들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다. 단순한 공급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청한 배터리 업체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에 성공하게 되면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그때부터 단가 경쟁에 직면하게 된다"면서 "기술 개발이나 시장 확대보다는 공급처 확보가 우선되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는 물론, 중국 업체들에게 시장을 내주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북미지역 배터리 생산계획 및 현황. 출처=각 사 취합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배터리 3사의 북미지역 배터리 생산계획 및 현황. 출처=각 사 취합


국내 배터리 3사는 일단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공급과잉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으로 초격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개발(R&D)을 통해 장거리 운행이 가능하고 안정적인 고품질의 배터리를 개발해 후발 업체들의 도전을 물리치겠다는 전략이다.

선두 주자인 LG에너지솔루션은 하이니켈 배터리 외에 전고체 배터리 등 새로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기업 중 6월 말 현재 세계 최다 특허(국내 8280건, 해외 1만6706건)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소재를 사용한 배터리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인 중국 CATL이 2300여 건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LG에너지솔루션의 기술력이 더욱 돋보이는 대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상반기에만 3800억원을 R&D 비용으로 사용했다.

삼성SDI 역시 국내 SDI연구소를 비롯해 중국(SDIRC), 미국(SDIRA), 독일(SDIRE) 등의 글로벌 R&D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역별로 특화된 배터리 기술을 연구개발해 경쟁력 우위를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삼성SDI 역시 지난해에만 8776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했다.

SK온 역시 원자재 공급망 확대와 동시에 폐배터리 활용 기술,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뿐만 아니라 중국과 유럽, 북미 배터리 기업들이 모두 2025년부터 배터리 대량생산체제에 맞춰 증설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들 업체들이 본격적인 생산에 나서게 될 경우 공급과잉에 따른 배터리 업계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