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온과 튀르키예 앙카라 지역 인근에 대규모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키로 했던 포드와 현지업체 코치그룹이 최근 새로운 배터리 제조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지난해 3월 포드, 코치그룹과 배터리 생산계획에 대한 구속력 없는 MOU를 맺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포드가 최근 LG에너지솔루션에 튀르키예 프로젝트 에 대한 사업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포드가 SK온 대신 LG에너지솔루션과 튀르키예 사업을 진행키로 했다"면서 "내달 초에 3사(LG에너지솔루션·포드·코치그룹)가 새로운 합작사를 위한 MOU를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관련업계에서는 SK온의 자금력이 파트너 교체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튀르키예에 설립될 배터리 공장의 경우 최대 3~5조원의 투자가 필요한데, SK온의 자금상황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권 역시 SK온의 자금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K온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이미 -1조4523억원인 상황에서 대규모 신규 투자에 나서는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SK그룹이 최근 튀르키예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지목됐다. 실제 SK그룹 계열사인 SK플래닛과 SK가스 등은 튀르키예 내 사업자산 규모를 축소했으며, SK에코플랜트 역시 차나칼레대교 완공 이후 현지 사업수주를 중단한 상태다.
SK온의 배터리 수율 문제다. SK온은 현재 헝가리 코마롬 1·2공장, 미국 조지아주 1공장, 중국 옌청 1·2공장을 가동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코마롬 2공장과 조지아주 1공장, 옌청 2공장의 수율이 아직까지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에서는 SK온의 해외공장 수율이 70~80% 수준으로 양산기준인 90%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 포드와의 합작사인 블루오벌SK의 장비 발주를 놓고도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의 여파로 인해 중국 장비업체들이 장비발주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업체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상황도 답답하다.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인해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예정됐던 SK온의 상장이 다시 또 밀려서다. 당장 기업공개를 통해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한 후 설비경쟁에 나서야 하는 SK온 입장에서는 상장연기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직원들도 상장연기에 대해 아쉬움을 쏟아내고 있다. IPO를 통해 대규모 인센티브와 성과급 등을 기대했지만, 상장이 연기되면서 기대감이 허사가 된 상황이다.
SK온은 잇딴 악재에도 기존 사업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K온 관계자는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과 관련 "여전히 파트너들과 사업진행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대규모 투자금과 설비가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논의할 부분이 많아 협상이 지연되고 있을 뿐, 사업 철회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포드와 진행 중인 미국 블루오벌SK를 비롯해 유럽 내 배터리생산공장 증설 계획도 계획대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튀르키예 논란의 발단은 결국 SK온의 부족한 재무상황과 인력·수율 문제가 불안요소로 작용하면서 터진 논란"이라며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충분한 자금과 인력을 바탕으로 수율을 끌어올려 흑자구조를 이어가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