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 논란 확산…2023년 출범 후 첫 전사 조업 중단
위험공정 무인화 추진·그룹 계열사 정밀점검 확대
위험공정 무인화 추진·그룹 계열사 정밀점검 확대
이미지 확대보기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근로자 5명이 숨진 대전사업장 폭발사고 사흘 만에 국내 9개 사업장의 작업을 멈추고 특별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전사 조업 중단과 위험공정 무인화 추진 등 고강도 대책을 내놨지만 반복된 사고 이력과 안전 전담 체계, 안전보건 투자 규모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일 대전, 충북 보은, 전남 여수, 경남 창원 1~3사업장과 대전·판교·아산 연구개발(R&D) 캠퍼스 등 국내 9개 사업장에서 이날부터 5일까지 일부 필수 공정을 제외한 작업을 중단하고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2023년 통합 법인 출범 이후 여러 사업장의 작업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는 이번 조업 중단 기간 동안 화재·폭발 위험 요인과 중대재해 가능성, 시설 불안전 상태, 위험성 평가 결과 등을 다시 살핀다. 기계장치와 작업환경, 구조물뿐 아니라 최근 3년간 위험성 평가 이후 개선 조치가 실제 현장에서 이행됐는지도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지난 1일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후속 대응이다. 당시 56동 세척공실에서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폭발이 발생해 근로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가 난 세척공실은 추진기관 관련 작업에 쓰인 공구 등을 세척하는 공간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사고와 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추진제 생산·취급 관련 공정의 무인 자동화도 추진한다.
일부 고위험 공정에는 이미 무인화가 도입됐거나 추진 중이지만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다고 판단했던 공정까지 자동화 적용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한화그룹도 점검 범위를 방산 계열에만 두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임팩트, YNCC 등 석유화학 계열사는 국내외 사업장을 대상으로 환경안전 정밀점검을 진행한다.
점검 대상에는 추진기관과 추진제, 탄약, 장약 등을 다루는 방산 핵심 거점이 대거 포함됐다. 대전·보은·여수사업장은 추진제와 장약 등을 생산하고 창원사업장은 K-9 자주포, 장갑차, 항공엔진 등의 생산을 맡고 있다.
대전사업장 일부 공정 중단 이후 천무와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 등 주요 무기체계 생산에 미칠 영향을 두고 업계 우려가 나온 가운데, 회사는 안전 확보를 우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형 사고 이후 고강도 대응책이 나왔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둘러싼 안전관리 논란은 쉽게 가라앉기 어려운 분위기다. 과거에도 대전사업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한 데다 안전관리 조직과 안전보건 투자 규모를 둘러싼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사업장에서는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도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고용노동부 특별감독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568건이 적발됐고 사법처리와 과태료 부과가 이뤄졌다.
잇단 사고 이후에도 같은 사업장에서 대형 인명 피해가 다시 발생하면서 고위험 공정 관리가 충분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안전관리 조직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안전 관련 최고 직책은 환경·안전·보건(ESH) 실장으로 현재 부장급 인사가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인사는 환경·안전·보건실 산하 안전경영팀장과 최고안전책임자(CSO) 역할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중대재해 위험이 큰 제조 사업 특성을 고려하면 안전 전담 조직의 권한과 책임 구조를 더 명확히 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추진제와 장약, 탄약, 항공엔진 등 고위험 공정을 다수 보유한 만큼 안전관리 책임자의 권한과 현장 통제력이 실제 공정 관리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해당 인사가 20년 이상 안전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전문가라는 입장이나 반복된 폭발사고 이후에는 개인의 경력과 별개로 안전 총괄 직책의 위상과 의사결정 권한, 현장 통제력이 충분했는지를 둘러싼 검증이 불가피해졌다.
안전보건 투자 규모도 논란의 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안전보건 투자액은 2023년 72억원에서 2024년 35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안전보건 예산은 68억원으로 늘렸지만 지난해 영업이익 3조345억원과 비교하면 0.2% 수준에 그쳤다.
방산 수주 확대와 실적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안전 투자가 사업 확장세를 전혀 따라가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는 이유다.
폭발 위험이 있는 추진제와 장약, 탄약 관련 공정을 다루는 사업장이 많은 만큼 안전 예산의 절대 규모와 이익 대비 비중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과 소방당국, 고용노동부는 폭발 원인과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검토될 전망이다.
이지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unda92@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