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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 새판짜기] 투자 늘어도 시장은 더디게…수소경제 '병목'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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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 새판짜기] 투자 늘어도 시장은 더디게…수소경제 '병목' 어디에

세계 수요 1억t 넘었지만 저배출 수소 1% 미만…수요·가격·인프라 악순환
스택 등 기술은 빠르게 진화…韓·日 규제 정비 속도도 시장 확대 변수
현대자동차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 수소충전소에 정차해 있다. 수소산업은 연료전지 기술이 승용차를 넘어 버스·대형트럭 등 상용 모빌리티로 확대되고 있지만 안정적인 수요 확보와 가격 경쟁력, 충전·저장·운송 인프라 구축 등이 시장 확대의 과제로 꼽힌다. 사진=현대자동차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자동차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 수소충전소에 정차해 있다. 수소산업은 연료전지 기술이 승용차를 넘어 버스·대형트럭 등 상용 모빌리티로 확대되고 있지만 안정적인 수요 확보와 가격 경쟁력, 충전·저장·운송 인프라 구축 등이 시장 확대의 과제로 꼽힌다. 사진=현대자동차

수소가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으며 각국이 투자를 늘렸지만 시장의 성장은 기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높은 가격과 불확실한 수요, 부족한 인프라가 서로 맞물린 데다 기술 발전에 맞춘 제도 정비도 함께 요구되고 있어서다. 한국 역시 생산과 기술 기반을 키우는 단계를 넘어 시장과 제도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25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수소 수요는 1억t을 넘어섰다. 하지만 대부분 정유와 산업 등 기존 용도에 집중됐고 저배출 수소 생산은 약 100만t으로 전체의 1%에도 못 미쳤다. 2030년까지 가동을 목표로 발표된 저배출 수소 프로젝트도 지연과 취소가 이어지며 연간 2700만t 규모로 줄었다. 이 가운데 투자가 확정됐거나 가동 가능성이 높은 물량은 600만t을 조금 웃돈다.

투자와 실제 사업화의 간극도 크다. 저배출 수소 생산 투자는 2025년 약 80억달러로 전년보다 80% 늘었지만 신규 최종투자결정(FID)은 연간 생산능력 80만t 아래로 떨어졌다. 발표된 계획과 실제 시장 사이의 거리가 아직 크다는 의미다.

시장 확대를 막는 첫 번째 고리는 수요와 가격이다. 지난해 새로 체결된 저배출 수소 구매계약은 연간 170만t 수준에 머물렀고 이 가운데 확정 계약은 약 20%에 그쳤다. 장기간 수소를 사줄 고객이 불확실하면 기업은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 생산 규모가 커지지 않으면 비용을 낮추기도 어려워 기존 화석연료 기반 수소와의 가격 격차가 다시 수요 확대를 가로막는다.

인프라도 같은 고리에 묶여 있다. 수소는 생산 이후 저장·운송을 거쳐 발전이나 산업, 모빌리티 등 수요처까지 연결돼야 한다. 수요가 불확실하면 저장·운송망 투자가 늦어지고 인프라가 부족하면 다시 활용처 확대가 어려워진다. IEA가 높은 비용과 불확실한 수요, 복잡한 규제와 인프라 부족을 저배출 수소 확산의 주요 장벽으로 꼽은 이유다.

시장 형성이 더딘 사이 기술은 계속 변하고 있다. 모빌리티의 핵심인 연료전지 스택은 승용차뿐 아니라 장시간 운행하는 버스와 대형트럭 등 상용차 활용을 겨냥해 내구성과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대형 상용차용 연료전지의 수명 목표를 2만5000~3만5000시간, 시스템 비용 목표를 kW당 60~80달러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술 변화가 새로운 수요처를 열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기술과 사업모델이 바뀌는 만큼 안전을 확보하면서 규제와 기준을 얼마나 빠르게 정비하느냐도 시장 확대의 변수다. 일본은 2023년 연료전지차의 수소 안전규제 가운데 고압가스보안법과 도로운송차량법이 중복 적용되던 부분을 도로운송차량법으로 일원화했다. 사업자의 안전관리 역량에 따라 절차와 검사를 합리화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규제를 없애기보다 기술 발전과 산업 확대에 맞춰 안전체계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한국도 변화하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청정수소 생산·유통·활용의 전주기 안전기준 개발과 함께 셀프충전, 도심형 충전소 등 충전소 규제 합리화와 수소모빌리티용 연료전지 신기술의 상용화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수소 활용 범위가 모빌리티에서 발전과 산업으로 넓어지는 만큼 새로운 기술과 사업모델에 맞춘 제도 대응 속도를 한층 높이는 것이 과제다.

결국 수소경제가 '미래 에너지'라는 기대에서 실제 산업으로 넘어가려면 한 가지 장벽만 허물어서는 어렵다. 안정적인 수요를 만들고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저장·운송 인프라를 확충하고, 발전하는 기술을 시장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수소경제의 다음 경쟁은 기술의 가능성보다 시장과 인프라, 제도의 속도를 얼마나 맞추느냐에서 갈릴 전망이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