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취향·주행환경 학습…정비·에너지·인포테인먼트로 기능 확장
공통 플랫폼으로 개발 효율 높여…집·전력망·로봇 잇는 車
공통 플랫폼으로 개발 효율 높여…집·전력망·로봇 잇는 車
이미지 확대보기자동차가 운전자를 알아가며 기능을 바꾸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운전자가 일일이 설정하던 실내 환경과 주행 서비스를 차량이 취향과 이용 상황에 맞춰 먼저 제안하고 조정하는 방향이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의 진화는 출고 뒤 기능을 추가하는 단계를 넘어 자동차의 개발주기와 사용 경험, 외부 세계와의 관계까지 바꿔놓을 전망이다.
26일 완성차·부품업계의 공개 자료를 종합하면 SDV의 다음 경쟁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개인화와 서비스 확장으로 향하고 있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로 개선된 기능을 받는 데서 나아가, 축적된 운행 정보와 주변 환경을 분석해 운전자에게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제시한 초개인화 구상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차량이 운전자의 습관과 선호를 이해해 탑승 전 실내 온도와 오디오를 맞추고 목적지를 제안하는 미래상이다. 이용 맥락을 이해하는 서비스로 발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개인화가 고도화되면 평소 출근 시간뿐 아니라 날씨와 교통 상황, 배터리 잔량까지 고려해 출발 준비를 도울 수 있다. 운전자 동의와 안전 기준 안에서 설정·서비스를 최적화하는 방향이다.
소프트웨어가 다루는 영역도 넓어진다. 보쉬는 차량 부품과 시스템 상태를 감시·분석하는 예측진단 기술을 제공한다. 이상 징후를 먼저 파악해 정비를 준비하는 방식이다. 에너지 관리도 주행거리 예측에 그치지 않고 운행 일정과 배터리 상태, 충전 여건을 함께 고려하는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는 음악과 영상을 재생하는 장치를 넘어 새로운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창구가 된다. 현대차그룹은 ‘플레오스’ 발표에서 외부 개발자가 차량용 앱을 만들고 배포하는 생태계를 제시했다. 길 안내와 콘텐츠, 음성 대화 기능을 계속 보완하고 개인 계정으로 이용 환경을 연결하면 차를 바꾸더라도 익숙한 서비스를 이어갈 여지가 커진다.
자동차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시간표도 달라진다. 공통 하드웨어 플랫폼에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능을 얹으면 차종마다 같은 기능을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부품 공용화와 소프트웨어 재사용은 신차 개발 효율을 높이고 기능 출시를 앞당기는 기반이다. 차체 설계와 안전 검증은 여전히 필요해 개발기간 단축 폭은 적용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
소비자에게는 신차로 갈아타야 누리던 기능 일부를 기존 차에서도 받을 가능성이 열린다. 하드웨어가 지원하는 범위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개선 기능을 더하면 출고 이후에도 상품성을 유지할 수 있다. 기능을 선보이는 주기가 신차 출시 주기와 분리되면서 차량의 상품 생애주기를 늘릴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출고 후 기능을 구매하는 주문형 기능(FoD)도 이런 변화의 하나다.
연결 범위는 자동차 밖으로 확장된다. 현대차는 올해 3월 지원 차량에서 삼성전자 ‘스마트싱스’와 연동해 집 안 가전을 제어하는 카투홈 업데이트를 안내했다. 집 근처에 도착하면 등록한 귀가 루틴을 실행하는 기능도 포함됐다. 이동과 주거공간이 연결되면서 차량의 도착 정보가 집 안 환경을 바꾸는 신호로 활용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GM이 미국에서 지원 전기차와 별도 양방향 충전설비를 이용해 정전 때 가정에 전력을 공급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향후 전력망 연계가 확대되면 충전 시간과 차량 운행 계획, 가정의 전력 수요를 함께 관리하는 방향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로보틱스와의 접점도 나타나고 있다. 기아는 2024년 봉고EV에 배송로봇 ‘스팟’과 물품을 싣고 이동한 뒤 로봇이 고객 집 앞까지 배송하는 실증을 진행했다. 차량과 로봇이 물류 시스템 안에서 역할을 나누는 실증 사례다. 이런 연계를 소프트웨어로 통합하면 자동차는 외부 장치와 서비스를 함께 운용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 미래를 실현하려면 데이터 이용 권한과 사이버보안, 장기 업데이트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SDV가 바꿀 자동차의 가치는 출고 당시 사양에만 머물지 않는다. 운전자를 이해하고 새로운 기능을 받아들이며 집과 전력망, 로봇으로 쓰임을 넓혀가는 능력이 자동차의 상품성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커지고 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