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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법꾸라지' 머스크, 테슬라 비상장사 전환 '증권 사기' 재판 빠져나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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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법꾸라지' 머스크, 테슬라 비상장사 전환 '증권 사기' 재판 빠져나가나

23일 두번째 법정 출석…사우디 지원 비상장사 추진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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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
증권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18년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가 테슬라를 매입해 비상장사로 전환하려 한 것은 ‘명명백백하게’ (unequivocally) 사실이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 CEO는 2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의 법정에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머스크는 20일에 이어 이날 두 번째로 법정에 출석했다.

머스크는 18일부터 2월1일까지 샌프란시스코 법원에서 ‘테슬라 상장폐지 트윗’과 관련해 배심원단 재판을 받는다. 머스크는 2018년 초 테슬라를 비상장사로 전환하겠다며 사우디아라비아국부 펀드로부터 대규모 자금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보름여 만에 돌연 말을 바꿔 상폐 계획을 철회했고, 급등했던 주가가 폭락했다.
머스크의 말을 믿고 테슬라 주식, 채권, 옵션 등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며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투자자 측은 증권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머스크 측은 사우디 국부 펀드가 결정을 뒤집은 탓이라고의로 투자자들을 속인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머스크는 지난 2018년 8월에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에 비상장 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고, 자금 확보”고 주장했다. 이 트윗으로 인해 2018년 8월 7∼17일 사이 테슬라의 주가가 요동을 쳤다. 테슬라 시가총액은 이 기간 고점 대비 140억 달러(약 17조 3500억원)가 감소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트윗을 조사해 머스크를 고소했고, 머스크는 SEC와 4000만 달러(약 495억원)의 벌금에 합의했다.

머스크는 이날 법원에서 배심원들에게 그 당시에 사우디 국부 펀드(PIF)와 100억 달러 (약 12조 3650억 원) 미만의 자금 투자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법정에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머스크는 당시에 테슬라 주식 19%가량을 소유하고 있었다. 머스크가 테슬라를 비상장사로 전환하려면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어야 한다.

머스크는 이날 증언에서 “그들이 명명백백하게 테슬라의 비상장사 전환을 지지했다”면서 “이는 의심의 여지 없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PIF를 이끄는 야시르 알루마얀이 사우디의 왕세자에게 확인했고, 나는 이로써 그것이 끝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야시르 알루마얀은 세계 최대 석유 기업 사우디 아람코 회장으로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의 경제 비전이 담긴 국부 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그는 현 사우디 왕가의 '금고지기'로 불린다.

배심원들은 머스크가 2018년 8월 7일 올린 트윗의 진실성을 평가해 판결한다. 원고 측 변호인은 이날 “사우디가 작성한 관련 문건이 없고, PIF가 투자하기로 약정한 구체적인 금액을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그들이 그렇게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다”면서 “그들이 뭔가를 하겠다고 말하면 그것을 하고, 서명한 서류는 여기든 거기든 어디에 가도 없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샌프란시스코 지역 언론이 트위터 인수 이후 자신에게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텍사스주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샌프란시스코 법원은 이를 거부했다. 머스크가 지난해 가을 트위터를 인수한 뒤 대량 해고를 단행해 지역 내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했을 것으로 우려했다. 배심원 본인이 아니더라도 친척, 친구 등 해고의 영향을 받은 지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머스크의 주장이었다.

머스크는 지난 2021년 12월 캘리포니아주 북부에 있던 테슬라 본사를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옮겼으나 아직 캘리포니아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4만 7000명에 달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