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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업체에 다시 독점 계약하라"…페루, 러 Mi 헬기 정비 둘러싼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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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업체에 다시 독점 계약하라"…페루, 러 Mi 헬기 정비 둘러싼 스캔들

NASC "밀레니움 벨라디만 가능" 5월 7일 공문…당사는 이미 계약 파기 전력
제재 기업이 독점 요구·전 대통령 측근 연루 의혹…러 방산망 붕괴 시그널
페루 육군이 운용 중인 러시아제 Mi-171Sh 헬기. 러시아 NASC는 페루 육군에 이전에 헬기 정비 계약을 이행하지 못해 계약이 파기된 파나마 소재 밀레니움 벨라디를 다시 독점 파트너로 받아들이라는 공문을 2026년 5월 7일 발송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페루 육군이미지 확대보기
페루 육군이 운용 중인 러시아제 Mi-171Sh 헬기. 러시아 NASC는 페루 육군에 이전에 헬기 정비 계약을 이행하지 못해 계약이 파기된 파나마 소재 밀레니움 벨라디를 다시 독점 파트너로 받아들이라는 공문을 2026년 5월 7일 발송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페루 육군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 방산 공급망이 흔들리는 가운데, 러시아 정부 연계 기업이 페루 군에 이전에 헬기 정비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던 업체를 독점 파트너로 다시 수용하라는 공문을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전직 대통령 측근과의 연루 의혹까지 더해지며 스캔들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러시아제 무기 운용국들이 직면하는 '군수지원 위기'의 실체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미 방산 시장을 공략 중인 한국 방산업계에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

페루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La República)는 최근 러시아 국영 항공서비스기업 NASC(국가항공서비스공사·Compañía Nacional de Servicios de Aviación)의 이반 B. 세로프(Iván B. Serov) 부사장이 지난 5월 7일 페루 국방부·육군군수사령부·전쟁물자지원대에 공문을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공문의 요지는 페루 육군이 보유한 Mi 계열 헬기의 모든 정비·유지·부품 조달은 반드시 NASC와 그 독점 페루 대리인 파나마 소재 밀레니움 벨라디(Milenium Veladi)를 통해서만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2030만 달러 받고 못 고쳤던 그 회사, 다시 독점 지정


문제는 밀레니움 벨라디의 전력이다. 이 파나마 회사는 2023년 11월 페루 육군 항공정비센터(CEMAE)와 Mi-171Sh, Mi-171Sh-P, Mi-17-1B 헬기 3대 완전 분해 정비(오버홀) 계약을 2030만 달러(약 307억 원)에 체결했다. 그러나 기한을 수차례 연장받고도 정비를 완료하지 못했다. 페루 육군은 전체 계약금의 70%를 이미 지급한 상태에서 2025년 12월 계약을 파기했다. 정비 지연의 이유로 밀레니움 벨라디가 내세운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러시아 수리업체들이 자국 전쟁 수요 대응을 우선하고 있어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였다.
계약 파기 이후 수개월도 되지 않아 NASC는 페루 군에 같은 회사를 다시 독점 파트너로 받아들이라고 요구했다. 공문에서 NASC는 "Mi 계열 헬기와 관련된 모든 정비 견적 요청, 부품 조달 등은 반드시 독점 전략 파트너 밀레니움 벨라디를 통해서만 이뤄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또한 원제조사인 러시아 NHC 밀 앤 카모프(Mil & Kamov)가 인증한 공인 수리업체만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을 명분으로 들었다. 주목할 점은 NASC 자체가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 제재 대상 기업으로 국제 금융망 접근이 제한된 상태라는 것이다. 제재 기업이 독점 계약을 강요하는 상황이다.

전 대통령 측근·이스라엘 소총 납품까지…디에고 알파로의 '방산 네트워크'


이 사안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밀레니움 벨라디의 실체다. 라 레푸블리카의 조사에 따르면 파나마 공개 등기 기록에서 디에고 알파로 디 나탈레(Diego Alfaro Di Natale)라는 페루인 사업가가 밀레니움 벨라디의 대표로 확인됐다. 페루 시사 프로그램 쿠아르토 포데르(Cuarto Poder)는 알파로가 전직 대통령 디나 볼루아르테의 친동생 니카노르 볼루아르테 세가라의 절친한 친구이자 육군 무기탄약공장(FAME) 총괄관리자 파울로 세발로스 리바롤라와 회동하는 장면을 포착한 바 있다.

알파로는 밀레니움 벨라디를 통한 헬기 정비 계약 외에도 이스라엘 무기기업 IWI(Industrias de Armas de Israel)의 페루 대리인으로도 활동했다. 볼루아르테 전 대통령 재임 중 그는 이 두 역할을 통해 페루 육군에 아라드 7(Arad 7) 돌격소총 1만 정을 2730만 달러(약 412억 원)에, 국가경찰에 아라드 5(Arad 5) 소총 7323정을 1970만 달러(약 297억 원)에 납품했다. 두 경우 모두 FAME가 중개 기관으로 계약에 관여했다.

현재 페루 육군은 Mi-17 및 Mi-171Sh-P 계열 헬기 8대의 추가 정비를 추진 중이며 사업 규모는 약 5200만 달러(약 796억 원)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무기의 최대 약점이 이제 성능에서 지속지원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번 페루 사례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러시아 방산 수출 구조 전체를 흔드는 방식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