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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AMD 리사수... 엔비디아 쿠다(CUDA) "게 섯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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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AMD 리사수... 엔비디아 쿠다(CUDA) "게 섯거라"

리사수 AMD CEO/사진=AMD이미지 확대보기
리사수 AMD CEO/사진=AMD

[김대호 칼럼] 리사 수의 11조 원 승부수, 엔비디아의 ‘말귀 통하는 세상’을 깰 수 있을까

요즘 인공지능(AI) 반도체 뉴스를 보면 매일같이 나오는 두 회사가 있다. 바로 엔비디아(NVIDIA)와 AMD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세상 모든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만 사려고 줄을 서는가?” 그리고 “왜 똑똑하기로 소문난 AMD의 수장 리사 수(Lisa Su)는 엔비디아를 잡겠다고 수십조 원을 쏟아붓고 있는가?”

이 싸움의 본질을 알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엔비디아의 무기, ‘쿠다(CUDA)’다. 쿠다를 반도체 기술로 이해하려 들면 머리가 아프다. ‘전 세계 공용어’로 비유하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반도체 칩은 ‘외국인 일꾼’이다. 아무리 힘이 세고 일을 잘하는 일꾼(GPU 칩)이 있어도, 우리가 무슨 일을 시키는지 명령을 알아듣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다.

쿠다(CUDA)는 엔비디아 일꾼 전용 ‘언어’이자 ‘통역사’다 엔비디아는 무려 18년 전인 2006년부터 전 세계 컴퓨터 연구원과 개발자들에게 공짜로 이 통역 프로그램을 나눠줬다. “우리 일꾼(엔비디아 GPU)한테 일 시킬 때는 이 책(쿠다)에 적힌 말로 지시하세요. 아주 쉽고 빠릅니다.” 18년 동안 전 세계 개발자가 ‘쿠다’만 배웠다. 대학 연구실부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들까지 20년 가까이 AI를 만들 때 엔비디아 말(쿠다)로 명령을 내렸다. 개발자들에게 쿠다는 마치 전 세계 공통어인 ‘영어’가 된 셈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경쟁사인 AMD가 최근 기가 막히게 일 잘하고 가성비 좋은 일꾼(인스팅트 가속기)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았다. 가격도 엔비디아보다 싸고 밥(전력·메모리)도 덜 먹는다. 그런데 기업들이 쉽게 사지 못한다. 왜일까? AMD 일꾼은 ‘엔비디아 말(쿠다)’을 못 알아듣고 ‘다른 사투리(ROCm)’를 쓰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AMD 칩을 쓰려면, 지금까지 수천 명의 직원이 쿠다로 짜놓은 수백만 줄짜리 AI 프로그램 명령어를 싹 다 지우고 새로 번역해야 한다. 시간도 수년이 걸리고 도중에 오류가 나면 수천억 원이 날아간다. 엔비디아 칩이 2~3배 비싸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것이 바로 젠슨 황이 만든 ‘쿠다라는 보이지 않는 감옥’이다.

리사 수의 1단계 작전: “외국어 번역기를 공짜로 깔아줄게”


AMD를 이끄는 천재 엔지니어 출신 리사 수 CEO는 이 약점을 정확히 짚어냈다. 칩만 잘 만든다고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는 걸 안 것이다. 리사 수는 크게 두 가지 길을 뚫고 있다. 첫째, ‘실시간 자동 번역기’를 만드는 것이다. 개발자가 굳이 AMD 사투리를 새로 배우지 않아도, 평소 쓰던 방식대로 대충 입력하면 프로그램이 알아서 엔비디아 칩이든 AMD 칩이든 명령을 통역해 주는 기술(오픈소스 프레임워크)을 대폭 키웠다. “당신들이 쓰던 쿠다 코드, 우리 번역기 돌리면 AMD 칩에서도 99% 똑같이 돌아갑니다”라고 개발자들을 안심시키는 전략이다.

둘째, ‘빅테크 기업들의 연합’이다. 마이크로소프트나 메타(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업들도 엔비디아가 부르는 게 값인 상황에 넌더리가 났다. 엔비디아 칩 하나에 수천만 원씩 뜯기다 보니, “제발 AMD야, 우리가 네 칩 사줄 테니 제대로 된 칩과 통역 프로그램 좀 만들어줘”라며 적극적으로 리사 수를 돕고 나선 것이다.

리사 수의 2단계 승부수: “11조 원 줄게, 판 자체를 바꾸자”
번역기만으로는 18년 동안 굳어진 영어(쿠다)의 아성을 깨기 힘들다. 그래서 리사 수가 최근 던진 충격적인 승부수가 바로 ‘월드랩스(World Labs)’를 11조 원에 통째로 사들인 것이다. 월드랩스는 ‘AI의 대모’라 불리는 스탠퍼드대 페이페이 리 교수가 만든 회사다. 글자만 주고받는 지금의 챗GPT 수준을 넘어서, ‘현실 세계처럼 3D 입체 공간을 이해하고 움직이는 차세대 AI’를 연구하는 곳이다. 리사 수는 이 회사를 사들이며 페이페이 리 교수를 AMD의 핵심 수장으로 영입했다.

이게 쿠다 잡기와 무슨 상관일까? “남들이 20년 동안 만들어 놓은 옛날 시험장(글자 중심 AI)에서 엔비디아와 싸우지 말고, 앞으로 올 새로운 시험(3D 가상세계 AI)의 시험문제를 우리가 먼저 내버리자.” 쉽게 말해, 기존의 글자 중심 AI에서는 엔비디아의 쿠다가 절대 강자지만, 앞으로 다가올 3D 공간 AI 시대에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연산 언어가 필요하다. 그 새로운 AI를 제일 잘 만드는 세계 최고의 석학(페이페이 리)을 우리 회사로 데려와, “차세대 AI는 처음부터 AMD 칩에 딱 맞게 설계해 버리겠다”는 대담한 선제공격을 날린 것이다.

쿠다 독점을 깨는 싸움


AMD가 엔비디아를 당장 쓰러뜨릴 수 있을까? 솔직히 당장은 불가능하다. 전 세계 수많은 개발자들이 이미 엔비디아 언어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사 수의 목표는 엔비디아를 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 시장을 떠올려보자. 애플 아이폰(iOS)이 세상을 다 지배할 것 같았지만, 결국 구글 안드로이드를 쓰는 삼성 갤럭시가 시장을 절반 나눠 가졌다.

리사 수의 노림수도 같다. 엔비디아가 90%를 독점하고 폭리를 취하던 시장에 균열을 내고, “엔비디아 말고 AMD라는 아주 훌륭한 두 번째 선택지가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 AMD가 15~20%의 점유율만 뺏어와도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18년 동안 난공불락이었던 엔비디아의 쿠다 제국. 하지만 리사 수의 번역기 기술과 11조 원짜리 차세대 AI 베팅이 더해지면서, 그 견고했던 성벽에도 마침내 뚜렷한 금이 가기 시작했다. 거인의 독점이 깨질 때 혁신은 더 빨라지고, 그 혜택은 기술을 누리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오게 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