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17만6000t 러 극동 운송…8월 해상 연료 수입의 31%
우크라 “러 정유능력 상실 상쇄”…정부 “직접 수출 확인 안 돼”
우크라 “러 정유능력 상실 상쇄”…정부 “직접 수출 확인 안 돼”
이미지 확대보기한국 정부는 해당 물량이 한국에서 러시아로 직접 수출됐다고 볼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호주 ABC방송은 우크라이나의 블라디슬라우 블라시우크 대통령실 제재정책 담당 보좌관을 인용해 지난 7~8월 한국 항구에서 출항한 석유제품 17만6000t 이상이 러시아로 들어갔다고 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앞서 블라시우크 보좌관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해당 물량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의 가동이 줄고 연료난이 발생한 시점에 공급됐다며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사실상 러시아의 자체 정유 능력 상실에 따른 영향을 상쇄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번 주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이 항만 기록과 선박 추적 데이터를 분석해 보도한 내용을 토대로 한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7~8월 유조선 7척이 한국 항구에서 석유제품 17만6000t 이상을 싣고 14차례에 걸쳐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향했다. 물량 대부분은 경유였다.
지난 8월 한 달 러시아의 해상 석유제품 수입량은 36만8000t으로 전달보다 7배 이상 늘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월간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한국 항구에서 선적된 물량은 약 11만2000t으로 31%를 차지해 인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제재 유조선 3척 포함…일부 목적지 다르게 신고
제재 대상인 레일라는 7월 19일과 8월 10일 울산에서 출항해 두 차례에 걸쳐 경유 약 5만7000t을 블라디보스토크로 운송했다.
첫 항해에서는 목적지를 블라디보스토크로 신고했지만 두 번째 항해에서는 일본 니가타를 목적지로 신고한 뒤 러시아로 향했다.
러시아 선적의 제재 유조선 아스토리아도 8월 1일 울산에서 약 1만1000t의 연료를 싣고 일본을 목적지로 신고한 뒤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
또 다른 제재 유조선 총촌은 한국 항구에 직접 접안하지 않고 8월 초 여수 앞바다에서 비제재 유조선 셀레스트Ⅰ으로부터 약 2만6000t의 연료를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넘겨받았다. 총촌은 싱가포르를 목적지로 신고했지만 이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다만 가디언은 항만 기록만으로 해당 석유제품의 소유주와 판매자, 원산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 법률을 위반한 거래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 “한국이 러시아에 공급했다는 표현 사실과 달라”
한국 대통령실은 7일 우크라이나 측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수석대변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 대러 제재와 수출통제를 일관되게 시행해왔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거래 당사자와 원산지, 최종 구매자 등 핵심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개별 거래를 근거로 한국이 러시아의 연료난과 정유능력 상실을 상쇄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관계자에 따르면 2025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공식 무역통계상 한국에서 러시아로 경유, 휘발유, 항공유가 직접 수출된 기록은 없다.
다만 경유 등을 포함한 해당 석유제품 자체는 현재 한국 정부가 러시아를 대상으로 수출을 통제하는 1402개 비전략물자 목록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정부는 일부 선박이 실제 목적지와 다른 국가를 신고한 정황 등을 포함해 거래 사실과 수출통제 관련 문제를 관계기관을 통해 확인하고 있으며 문제가 발견되면 필요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우크라 공습 뒤 러시아 연료난 심화
우크라이나는 올해 러시아 정유시설과 연료 저장시설을 장거리 드론으로 집중 공격해왔다.
가디언이 인용한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정유 처리량은 지난 6월 20여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경유 생산량도 전년보다 약 30% 감소했다.
러시아는 연료 부족에 대응해 경유와 휘발유 수출을 제한하고 연료난이 심각한 일부 지역에서는 구매 제한도 시행했다.
블라시우크 보좌관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 항구를 출발한 석유제품이 들어왔다며 한국의 대러 제재 정책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관계는 최근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이송과 관련한 비공개 합의 여부를 놓고도 마찰을 빚고 있다.
한국 정부는 포로 이송 논의가 비공개로 유지돼야 했다는 입장인 반면 우크라이나는 비밀유지 합의가 있었다는 한국 측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