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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물가 6.3% 급등에 소비까지 왜곡…기름값 부담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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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물가 6.3% 급등에 소비까지 왜곡…기름값 부담 확산

9월 생산자물가 전월 대비 1.3% 상승…2022년 3월 이후 최대
소매판매 0.8% 증가했지만 자동차·주유소 제외하면 0.25%에 그쳐
지난해 8월 1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산타페의 치노 농장에 상추가 판매용으로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8월 1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산타페의 치노 농장에 상추가 판매용으로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9월 생산자물가가 4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소매판매도 예상보다 강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자동차와 주유소 소비를 제외하면 증가율이 크게 낮아져 에너지 가격 급등이 미국 가계의 다른 분야 소비를 압박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났다.

이란 전쟁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이 기업의 생산비용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휘발유 가격 상승을 통해 소비지출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16일(이하 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미국의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1.3%,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했다.

이는 각각 2022년 3월과 1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월간 상승률은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0.6%의 두 배를 넘었으며 연간 상승률도 예상치 5.5%를 크게 웃돌았다.

◇에너지 가격 급등…생산자물가 4년 반 만에 최대 상승

이번 생산자물가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비용 상승이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9월 최종수요 상품 가격은 전월보다 2.6% 상승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9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상품 가격 상승분의 80% 이상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다. 최종수요 에너지 가격은 한 달 사이 10.8% 급등했다.

에너지 외 분야에서도 가격 상승 압력이 나타났다.

식품 가격은 1.2% 상승했으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 가격도 0.3% 올랐다.

서비스 가격은 0.8%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도 전월 대비 0.7%,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했다.

이는 에너지 가격 급등이 생산자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BLS는 9월 중간수요용 가공품 가격 상승분의 거의 절반이 경유 가격 상승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경유는 제품 생산뿐 아니라 원자재와 완제품을 운송하는 과정에서도 사용된다.

이에 따라 에너지 비용 상승의 영향이 연료 부문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상품과 서비스로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매판매 0.8% 증가…주유소·자동차 제외하면 0.25%

같은 날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매판매는 예상보다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9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8% 증가해 시장 예상치 0.4%를 웃돌았다.

그러나 증가율은 전월의 1% 이상에서 둔화했다.

더욱 주목되는 부분은 자동차와 주유소 지출을 제외한 소매판매 증가율이다.

CNBC에 따르면 자동차와 주유소 소비를 제외한 9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0.25%에 그쳤다.

이는 전월의 약 1.1%에서 크게 낮아진 수치다.

전체 소매판매가 시장 예상을 웃돌았지만 특정 부문을 제외하면 소비 증가세가 상당히 약해진 것이다.

CNBC는 휘발유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소비자들이 다른 분야의 지출을 줄이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소매판매는 상품 가격이 상승해도 지출 금액이 늘어날 수 있는 지표다.

따라서 전체 판매액 증가만으로 소비자들이 더 많은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번 발표에서는 높은 에너지 가격과 자동차 관련 지출을 제외했을 때 소비 증가세가 둔화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소비자물가도 예상 웃돌아…기업·가계 부담 동시 확대

미국의 물가 압력은 생산자물가에 앞서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도 확인됐다.

14일 발표된 9월 CPI는 전월 대비 0.6%,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연간 상승률은 전문가 예상치 3.6%보다 높았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이 역시 시장 예상치인 각각 0.2%, 2.5%를 웃돌았다.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가 잇따라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미국 경제 전반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특히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기업의 비용 부담과 가계의 생활비 부담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4일 발표한 경기동향보고서 베이지북에서도 물가 관련 언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투자분석업체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베이지북에서 물가 상승과 관련된 용어의 언급 횟수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연준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 높아져…연내 추가 긴축 우려

예상보다 높은 물가 지표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하는 오는 28일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약 34%로 높아졌다.

일주일 전에는 18% 미만이었다.

이달 금리 인상이 기본 전망은 아니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강화되면서 추가 긴축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것이다.

시장 참가자의 약 90%는 연말까지 최소 한 차례의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노스라이트애셋매니지먼트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는 이틀 연속 예상보다 높은 물가지표가 발표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틀 연속 예상보다 높은 물가 수치가 나온 만큼 연준은 올해 금리를 다시 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준으로서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추가 긴축 필요성과 높은 에너지 가격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부담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휘발유 가격 상승이 전체 소매판매액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다른 분야의 소비 증가세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미국 경제의 향후 흐름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CNBC는 이번 생산자물가와 소매판매 지표가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상승 압력이 얼마나 강한 상태인지를 보여주는 주요 경제지표라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