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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 일손 멎은 美 건설판… 팹·배터리 공장이 '통째 조립'으로 눈 돌린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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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 일손 멎은 美 건설판… 팹·배터리 공장이 '통째 조립'으로 눈 돌린 내막

- 다공종 겹친 반도체·배터리 건설 현장, 현지 기술 인력 부족에 공기 지연 압박 가중
- 공장서 사전 제작해 현장 결합하는 모듈러 공법, 일정 반 토막 내지만 원가 절감은 정체
- 테일러 팹·켄터키 시설 대표 사례… 조기 설계 확정 못 하면 재작업 비용 부담 복병
미국 건설업계가 2026년 기존 수요를 감당하려면 추가 인력 약 50만 명이 필요하다. 이미지=제미나이4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건설업계가 2026년 기존 수요를 감당하려면 추가 인력 약 50만 명이 필요하다. 이미지=제미나이4

미국 건설업계가 2026년 기존 수요를 감당하려면 추가 인력 약 50만 명이 필요하다.

미국 건설 전문 매체 마켓스케일은 2026년 10월 16일(현지시각) 건설사 홀랜드 건설 서비스의 매트 윌슨 분석을 바탕으로 여러 공종이 겹치는 첨단 공장 건설 현장이 심각한 일손 부족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현지에서 대규모 제조 시설 투자를 진행해 온 삼성전자와 SK온의 현장 역시 미국 건설업계가 주목하는 대표적인 정밀 시공 사례로 거론된다.

여러 공종 뒤엉킨 정밀 현장… 순차 시공 한계 봉착

윌슨은 반도체 공장과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단순 건축물이 아니라 정밀 제조 환경 그 자체로 봤다. 기계, 전기, 공정 배관, 구조 시스템이 층마다 밀접하게 결합해 수많은 전문 인력이 같은 공간에서 엄격한 순서에 맞춰 일해야 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현장 순차 시공 방식으로는 이 거대한 작업량을 약속한 기한 안에 완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숙련 인력 부족은 수치로도 뚜렷이 확인된다. 미국 건설협회 통계를 보면 시공사 45%가 지난 1년 사이 노동력 부족 탓에 직접적인 공기 지연을 겪었다. 현재 노동력 가운데 41%는 2031년까지 은퇴할 예정이며, 시공사 92%는 빈 일자리를 채우지 못해 애를 먹는다고 응답했다. 숙련공 이탈이 빨라지면서 첨단 시설 공사 현장의 병목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흐름이다.

윌슨은 기계실, 공정 설비 유닛, 전기 배전 시스템 전체를 외부 공장에서 먼저 만들어 현장으로 들여오는 산업용 모듈러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가상 설계 시공과 빌딩 정보 모델링 기술을 활용해 현장 일손 부담을 부품 제조 공장으로 분산하는 전략이다.

산업 공정 모듈 전문 기업 에이치앤엠(H+M) 산업 설계·조달·시공사는 이 체계를 기획, 상세 엔지니어링, 공장 제작, 운송·설치 4단계로 정의했다.

일정 단축 효과 뚜렷하나… 도로 규격과 원가 정체 복병


미국 건설산업연구원 산하 255 연구팀이 내놓은 5개 사례 연구를 보면, 모듈러 공법은 당초 계획 일정 대비 15%에서 50%까지 공기를 줄였다. 현장 기초 토목 공사와 외부 공장 설비 제작을 동시에 진행하는 병행 구조 덕분이다.

반면 일정 단축 성과와 달리 공사비 절감 효과는 미미하거나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모듈 전용 제작 공장 운영비와 특수 운송비, 현장 접합 작업 비용이 일정 단축에 따른 이익을 상쇄한 탓이다.

물류 규격과 설계 수정 제약도 넘어야 할 산이다. 연구원은 실행, 설계, 운송, 모듈 접합, 인력, 장기 지속성 6개 분야에서 22개 걸림돌을 정리했다. 이 가운데 운송 규격 제한이 5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일반 도로 규격이 제작 가능한 모듈 크기를 한정하고, 공장에서 검사를 마친 모듈도 현장 기존 배관망과 연결할 때 정밀도 오차가 생길 수 있다. 모듈 제작에 착수한 뒤에는 설계를 바꿀 수 없어 초기 설계 확정이 늦어지면 막대한 재작업 비용이 발생한다.

테일러·켄터키 설비 직격… 초기 설계 고정이 성패 열쇠


윌슨은 미국 내 대규모 첨단 제조 시설 투자의 대표적 사례로 한국 기업들의 프로젝트를 지목했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2조 7426억 원)를 들여 추진하는 파운드리 공장과, SK온이 포드와 합작해 켄터키주에 58억 달러(약 7조 7592억 원) 규모로 조성한 배터리 생산 캠퍼스가 대표적이다.

현지 건설업계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복합 공종 현장에서 노동력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전통적인 현장 시공 체계로는 배관과 전기 공정의 병목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대응해 모듈러 공법을 대안으로 검토하더라도 공정 설계를 조기에 고정하지 못하면 공장 제작 후 재작업 비용이 늘어나 전체 설비투자액(CAPEX) 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듈러 방식의 비용 한계를 극복하는 핵심은 조선업계처럼 검증된 설계를 재사용하는 표준화에 있다. 실제로 조선업계는 검증된 표준 설계를 반복 활용해 설계 시간을 최대 80% 줄였다. 복수 생산 라인에 걸쳐 동일한 모듈 설계를 연속 적용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공기 단축과 공사비 통제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설계 동결 시점을 얼마나 앞당기고 현지 특수 운송망을 안정되게 확보하느냐가 미국 현지 공장 완공의 효율을 가를 핵심 조건으로 꼽힌다. 본지 확인 시점 기준 이번 사안에 직접 적용되는 한국 정부 규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