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쾌속질주하던 머스크의 스타링크, 잇따라 암초 만난 이유

공유
1

[초점] 쾌속질주하던 머스크의 스타링크, 잇따라 암초 만난 이유



인터넷 속도 측정 사이트 우클라가 집계한 스타링크와 기존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의 인터넷 속도 추이. 사진=우클라이미지 확대보기
인터넷 속도 측정 사이트 우클라가 집계한 스타링크와 기존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의 인터넷 속도 추이. 사진=우클라

꾸준히 저변을 넓혀온 스페이스X의 초고속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잇따라 암초를 만났다.

스타링크는 초고속 인터넷이 미치지 않은 산간벽지를 공략하기 위해 지난 2020년 처음 선보인 이래 빠른 속도로 사용자 저변을 넓혀왔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사용자는 전세계 32개국, 6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침공으로 붕괴된 통신망을 대체하는 시스템으로 진가를 드러내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순항하는 것으로 보였던 스타링크가 커다란 악재를 겹쳐 만났다. 한가지는 해킹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고 다른 한가지는 농촌 지역에 대한 서비스 확대 계획에 미국 정부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속도, 기존 업체들에 뒤져 보조금 신청 탈락


11일(이하 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초고속 인터넷 취약 지역인 농촌에 대한 서비스 확대를 위해 스타링크가 8억달러(약 1조1170억원) 규모의 정부 보조금을 신청한 것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최근 밝혔다.

FCC는 전날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스페이스X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미국 35개주 65만개 농촌 지역에 스타링크 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이라며 이같은 규모의 보조금을 신청했다”면서 “그러나 스페이스X가 주장한대로 품질 좋은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신청을 반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FCC는 지난 2020년 농촌지역 인터넷 인프라 개선을 위한 총 200억달러 규모의 농촌디지털기회펀드(RDOF)를 발표하면서 보조금을 신청하는 업체들에 자금을 99억달러(약 12조원)를 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페이스X는 2020년 12월 이를 통해 8억5600만달러(약 1조 1162억원)를 신청해 지원을 받았지만 추가 신청에서는 낙마한 셈이다.

FCC가 추가 지원을 거절한 이유는 속도 문제 때문이다

제시카 로젠워슬 FCC 위원장은 “스타링크의 위성인터넷 기술은 매우 유망하지만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기술”이라면서 “스페이스X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가 정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귀중한 혈세를 지원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게임 전문매체 PC게이머에 따르면 FCC가 보조금 지원 자격이 있는 것으로 정한 인터넷 속도는 다운로드 100Mbps, 업로드 20Mbps. 그러나 인터넷 속도 측정 사이트 우클라에 따르면 스타링크의 인터넷 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링크를 이용하려면 통상 위성인터넷 수신용 안테나 설치비 600달러(약 원)와 매달 110달러(약 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

◇스타링크 수신 안테나, 단돈 25달러 해킹 장치에 보안 뚫려


스타링크 접시. 사진=더버지이미지 확대보기
스타링크 접시. 사진=더버지


뿐만아니라 ‘스타링크 접시’로도 불리는 스타링크 전용 위성수신 안테나의 해킹 문제도 악재로 떠올랐다. 스타링크를 수신하려면 이 접시 모양의 안테나를 집이나 회사 건물에 설치해야 한다.

미국 IT매체 와이어드에 따르면 유럽 최고의 연구 중심 대학으로 유명한 벨기에 루벤가톨릭대 소속의 사이버보안 전문가인 레너트 바우터스 교수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블랙햇 컨퍼런스에서 스타링크 접시가 뜻밖으로 보안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블랙햇 컨퍼런스는 세계적인 사이버보안 업계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행사다.

바우터스 교수가 공개한 내용의 결론은 시중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인쇄회로기판(PCB)을 단돈 25달러(약 3만원)에 산 뒤 이를 보안장치를 무력화하는 모드칩으로 개조해 스타링크 접시에 부착한 결과 스타링크 접시의 보안 시스템이 이른바 ‘인젝션 공격’을 받아 해제됐다는 것.

인젝션 공격이란 데이터베이스나 프로그램의 취약성을 이용한 사이버 공격이나 부정한 접근을 총칭하는 말이다.

일반의 예상과는 크게 다르게 한마디로 약간의 기술에다 3만원만 투자하면 손쉽게 스타링크 서비스를 해킹하는 것이 가능하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바우터스 교수는 이미 지난해 이같은 보안상 취약점을 스페이스X 측에 알렸고 스페이스X는 감사의 뜻으로 사례금을 지급했다.

그는 “그 이후 스페이스X 측에서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통해 인젝션 공격이 어렵도록 만들기는 했지만 메인 칩을 새로 개발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취약점은 없어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