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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공포의 장중 4.7% 급락 딛고 반등”… 반도체 밸류 재평가 시험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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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공포의 장중 4.7% 급락 딛고 반등”… 반도체 밸류 재평가 시험대 올랐다

장중 급락세 진정시킨 삼성 노사 협상… 19조 원 외인 매도 폭탄 방어
노무라 "선행 PER 6배는 극단적 저평가… 구조적 성장주 전환 초입"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왼쪽부터) 김형로 부사장과 여명구 DS(반도체 부문) 피플팀장(가운데)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리는 2차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왼쪽부터) 김형로 부사장과 여명구 DS(반도체 부문) 피플팀장(가운데)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리는 2차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증시가 장중 무차별 폭락세를 연출하며 조정 국면의 턱밑까지 몰렸으나, 장 후반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외인의 대규모 차익 실현 매물과 글로벌 채권 금리 상승 압박이 시장을 짓눌렀지만, 삼성전자 노사 협상의 타결 기대감과 국내 반도체 기업을 향한 글로벌 증권사의 낙관적인 전망이 유입되며 지수를 밀어 올렸다.

블룸버그는 18일 코스피 지수가 개장 직후 최대 4.7%까지 추락하던 폭락세를 딛고 상승 반전했다고 보도했다. 장 초반 선물 시장의 급락으로 한국거래소가 프로그램 매도 호가를 일시적으로 효력 정지하는 '사이드카'를 발동할 만큼 시장의 공포감은 극에 달했다. 지난주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역대 최고 수준인 130억 달러(195300억 원)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린 여파가 이어진 탓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최대 노동조합과 경영진이 임금 및 복리후생 협상을 재개했다는 소식과 노동 권리만큼 경영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며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5.4%까지 솟구쳤다.

특히 이날 법원이 노조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파업을 진행하더라도 반도체 생산량 감소나 생산 공정 원자재 훼손을 유도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령한 점이 시장의 파업 공포를 낮추는 결정적 완충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지난 16일 사내 문제로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이례적인 사과를 표명하며 사태 해결의 의지를 보였다.

11조 원 손실 우려 속… 정부, "모든 조치 강구" 예의주시


이번 협상은 사실상 총파업 전 마지막 분수령이다. 노조는 성과급 산정 기준 확대를 요구하며 오는 521일부터 18일간의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 5월 초 정부 중재 협상이 한 차례 결렬된 이후 양측은 보너스 지급률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노조는 보너스 상한제 폐지와 함께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배분할 것을 근로계약서에 명시하라고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장기적 경영 지속성을 이유로 영업이익의 10% 배분과 일시적 특별 보상안을 제시했다.

정부도 상황을 매우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파업이 현실화하면 우리가 마주할 경제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반도체 공장 가동 중단 시 하루 최대 1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총리는 양측의 합의를 강력히 촉구하는 동시에, 협상 결렬로 경제 전반이 위협받을 경우 긴급조정권 발동을 포함한 모든 법적 수단을 검토할 수 있다고 시사하며 강경 대응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같은 긴장감 속에서도 시장 낙폭이 빠르게 축소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체력 대비 주가가 과도하게 밀려 있다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냉정한 진단도 한몫을 했다. 최근 노무라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대폭 상향 조정하며 밸류에이션 재평가 국면을 예고했다. 노무라증권은 현재 두 회사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6배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장기 소외에 따른 저평가 상태로 규정했다.

물론 메모리 반도체 특성상 업황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단순 PER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인공지능(AI) 수요가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될 경우 멀티플 재평가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 한국 반도체 기업을 더는 전통적인 경기순환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되며, 대만 TSMC처럼 구조적 성장주의 관점에서 가치를 다시 바라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가치 재평가의 핵심 근거는 AI 추론과 에이전틱 AI 확산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고성능 메모리 수요의 비약적인 증가다. 노무라증권은 극단적인 낙관 시나리오 가동 시 향후 5년간 전 세계 메모리 수요가 공급 증가 속도(5~6배 수준)를 압도하며 장기적인 공급 부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자본지출(CAPEX)202511600억 달러(1744조 원)에서 203061300억 달러(9216 조원)로 급증하고, 데이터센터 내 메모리 비중이 9%에서 23%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를 뒷받침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와 글로벌 자금의 귀환


자산운용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폭락과 반등을 하락장으로의 진입이 아닌, 단기 고점 통과에 따른 건강한 가격 조정이자 저가 매수의 기회로 진단한다. 증권가에서는 최근의 하락이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욕구와 일시적 악재가 맞물려 유독 변동성이 커진 것일 뿐, 구조적인 우상향 기조 자체가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장기적인 제도적 호재에 대한 기대감도 유효하다. 노무라증권은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을 한국 기업들의 가치 제고를 이끌 주요 변수로 꼽았다. 여기에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추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그간 한국 증시를 압박해 온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점진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지수 변동성이 극대화된 현 시점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향후 투자 방향을 설정할 때 반드시 주시해야 할 세 가지 핵심 체크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빅테크 설비투자(CAPEX) 속도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자본지출 규모는 고성능 HBM 메모리 반도체의 직접적인 수요를 결정하는 가장 확실한 선행 지표다.

둘째, 삼성 노사의 실질 가동률 점검이다. 21일 총파업 예고일 전 노사가 도출할 최종 합의문 내용과 법원의 가처분 명령이 실제 생산라인 가동률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야 한다.

셋째, 외국인 선물 순매수 전환 시점이다. 지난주 19조 원이 넘는 매도 폭탄을 던진 글로벌 자금의 국내 증시 복귀 여부는 코스피 선물 시장의 수급 개선 파악으로 시작된다.

단기적으로는 과도한 공포에 따른 기술적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AI가 촉발한 메모리 반도체의 구조적 성장세와 한국 기업들의 이익 체력이 견고하다는 점에서, 지금의 조정은 하락의 시작이 아닌 밸류에이션 재평가 초입의 진통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