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첫날 개인 순매수 1800억원…중동·금리·AI 거품 불안 누그러뜨려
이미지 확대보기이란 전쟁, 고금리 우려, 인공지능(AI) 반도체주 과열 논란 등으로 투자자 불안이 커지던 상황에서 스페이스X 상장 흥행이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되살렸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페이스X의 상장 첫날 개인투자자 매수세가 올해 들어 가장 변동성이 컸던 한 주의 마지막을 긍정적으로 바꿔놨다고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 12일 나스닥에 상장한 결과 상장 직후 시가총액 2조1000억달러(약 3192조원)를 기록하며 단숨에 미국 최고 가치 기업 중 하나로 올라섰다.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거래 시작 후 20분 만에 스페이스X 주식 약 1800만달러(약 27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하루 전체로는 개인투자자 순매수 규모가 약 1억1800만달러(약 1794억원)에 달했다. 반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최근 역사상 개인투자자 참여가 가장 컸던 IPO로 평가했다.
◇ ‘놓치면 안 된다’는 개인투자 열기
스페이스X 상장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포모(FOMO·소외 공포)’를 자극했다. 투자자이자 팟캐스트 진행자인 자이드 아드마니는 WSJ와 인터뷰에서 “궁극의 포모 IPO처럼 보인다”며 “모두가 이 주식의 일부를 갖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열기는 상장 전부터 확인됐다. WSJ는 앞서 개인투자자들이 스페이스X IPO에서 약 1000억달러(약 152조원)어치 주식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상장 당일 분위기는 나스닥 마켓사이트가 있는 뉴욕 타임스스퀘어 주변에서도 달아올랐다. 투자자들은 휴대전화로 주가를 확인했고 스페이스X 로고와 상장 관련 화면이 전광판에 등장했다.
◇ 흔들리던 시장에 안도감
스페이스X 흥행은 단순히 한 종목의 성공에 그치지 않았다.
이날 미국 증시에서는 은행과 금융주, 반도체주, 중소형주까지 폭넓게 올랐다. 중동 전쟁 종식 기대가 커지면서 유가가 하락한 것도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이 됐다.
최근 미국 증시는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그동안 AI 붐을 타고 반도체주가 급등하며 주요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일부 종목의 주가가 두세 배 뛰면서 과열 우려도 커졌다. 시타델증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주식과 옵션 거래량은 5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6월 초 분위기가 급변했다. 지난 5일 예상보다 강한 고용지표가 나오자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나스닥지수는 4.2%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 재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유가도 뛰었다.
AI 투자 열풍이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변동성이 확대되자 개인투자자들은 한발 물러섰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지난 금요일 하락장에서는 최근 1년여 만에 개인투자자 매도세가 가장 컸다.
이같은 상황에서 스페이스X의 무난한 상장과 주가 급등은 ‘시장에 아직 위험자산을 살 의지가 남아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 AI 대형 IPO에도 긍정 신호
스페이스X 상장 흥행은 올해 하반기 예상되는 대형 AI 기업 IPO에도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투자자들이 변동성 확대와 기술주 과열 우려에도 성장성이 큰 기술기업에는 여전히 강한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오픈AI와 앤스로픽 등 주요 AI 기업의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스페이스X IPO가 기술주 투자심리를 다시 살린다면 이들 기업의 상장 환경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부 투자자에게는 변동성 자체가 기회였다. 투자 커뮤니티 하이쿠트레이딩 창업자 앨런 트랜은 스페이스X를 사고팔아 몇 분 만에 10%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이스X 데뷔 이후 테슬라 주가가 떨어졌다가 반등하는 흐름도 매매해 모두 다섯 자릿수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주말에는 스테이크를 먹을 것 같다”며 “일론 머스크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 머스크 효과인가, 시장 회복 신호인가
다만 스페이스X 흥행을 시장 전반의 위험 선호 회복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최고경영자(CEO)인 머스크라는 인물의 강력한 팬덤과 브랜드 효과가 만들어낸 특수 사례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로젠 앤젤레스인베스트먼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WSJ에 “강한 주가 흐름은 더 위험을 감수하는 모드로 들어섰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론을 둘러싼 아우라가 있어 이번 사례는 상당히 특수하다”고 덧붙였다.
시장의 다음 관심사는 이런 열기가 소수 인기 종목을 넘어 더 넓은 시장으로 확산할 수 있느냐다. 최근 랠리가 일부 AI·반도체주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상승세가 좁은 종목군에만 머물면 지수는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부동산, 필수소비재, 헬스케어 업종은 지난주 모두 상승 마감했다. 반도체주 변동성을 피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업종을 찾는 투자자들이 유입된 결과다.
시가총액이 아니라 모든 구성 종목에 같은 비중을 두는 동일가중 S&P500지수도 사상 최고치 부근에 머물고 있다. 크리스 베론 스트래티가스 수석 시장전략가는 “시장 폭을 더 걱정해야 할 때가 올 수는 있지만, 동일가중 S&P500이 고점에 있는 지금은 아마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X의 상장 흥행은 중동 불안과 금리 부담, AI 거품 논란에 흔들리던 시장에 일단 안도감을 줬다. 그러나 그 안도감이 머스크 효과에 그칠지, 아니면 기술주와 전체 증시의 위험 선호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며칠간 시장 흐름이 가를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