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동생산성 2.2% 증가에도 실질 시급 0.1% 하락…기업 이익 17.8% 늘어 분배 논란
이미지 확대보기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인공지능(AI)의 생산성 향상으로 근로자들이 일주일에 사흘만 일해도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의 노동생산성이 개선되는 상황에서도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감소하고 기업 이익은 빠르게 늘고 있어 AI가 창출하는 경제적 혜택이 노동자에게 얼마나 돌아갈지는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경제매체 더스트리트는 베이조스의 주 3일 근무 전망을 소개하면서 AI의 생산성 향상이 근로시간 단축과 소득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라고 11일(이하 현지시각) 분석했다.
더스트리트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지난 7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에 있는 우주기업 블루오리진 시설에서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그는 AI가 미국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두 자릿수 비율로 높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통해 근로자들이 현재보다 적게 일하면서도 생활에 필요한 소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조스는 "일주일에 사흘만 일해도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면서 “생산성 향상이 충분히 이뤄지면 맞벌이에 의존하지 않고 한 사람의 소득만으로 생활하는 가구도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 생산성 향상으로 노동시간 단축…아마존은 3만명 감원
베이조스는 AI가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크게 높이면 근로자들이 더 많은 여가를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생활수준을 유지하면서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구상이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는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일할 필요가 줄어든 사람들이 노동시장 참여를 축소하면 기업들이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아마존의 최근 고용 정책과 대조를 이룬다.
아마존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사무직을 중심으로 약 3만개의 일자리를 감축했다.
인터뷰에서 질문자가 대규모 감원 문제를 제기하자 베이조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기간 동안 아마존의 인력이 급격하게 늘었던 특수한 상황을 언급했다.
당시 온라인 쇼핑 수요가 폭증하면서 고용을 확대했고 이후 사업 환경 변화에 맞춰 조직을 조정하고 있다는 것의 그의 설명이다.
아마존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동시에 AI 관련 투자도 크게 늘리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2월 올해 자본지출 규모를 약 2000억달러(약 268조8000억원)로 예상했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AI가 투자 확대의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지난 7월 30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올해 자본지출 계획을 약 10% 늘어난 2200억달러(약 295조6800억원)로 상향했다.
더스트리트는 이처럼 기업들이 AI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인력을 줄이는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의 혜택이 실제 근로자에게 돌아갈 수 있을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생산성 2.2% 증가에도 실질임금 0.1% 감소
미국의 최근 경제지표에서는 노동생산성 증가와 근로자 보상 사이의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비농업 기업 부문의 노동생산성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했다.
2019년 말 이후 노동생산성의 연평균 증가율은 2.1%로 이전 경기순환기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근로자의 실질 시간당 보상은 전년 동기보다 0.1% 감소했다.
노동자가 받는 임금과 복리후생 등 보상이 물가 상승을 반영하면 오히려 줄었다는 의미다.
전체 경제 생산에서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나타내는 노동소득분배율도 52.8%로 떨어졌다.
이는 미 노동통계국의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4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국 비금융기업의 단위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7.8% 증가했다.
기업이 생산성을 개선하면서 이익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지만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보상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스트리트는 이러한 지표를 근거로 생산성 향상 자체가 근로시간 단축이나 생활수준 개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생산성 향상으로 창출된 경제적 이익은 임금 상승이나 근로시간 단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 기업의 수익으로 귀속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이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기존 생활수준을 유지하려면 생산성 증가에 따른 경제적 혜택을 충분히 공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AI의 대규모 고용 충격은 아직 불분명…주 4일제 연구는 긍정적
AI가 이미 노동시장에 광범위한 변화를 일으켰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올해 8월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I와 관련된 광범위한 노동시장 혼란이 발생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AI 도입과 인력 구조조정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근거로 전체 노동시장이 이미 AI에 의해 근본적으로 재편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근로시간을 줄이면서도 임금을 유지하는 방식이 실제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있다.
2025년 발표된 6개국 공동연구에서는 141개 조직의 근로자 2896명을 대상으로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 근무제의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근로자들의 직무 소진이 줄어들고 직무 만족도와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연구는 주 4일 근무의 효과를 다룬 것으로 AI 생산성 향상만으로 주 3일 근무가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더스트리트는 근로시간 단축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지더라도 이를 실제 제도로 정착시키려면 생산성 향상의 혜택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11월 생산성 통계가 첫 시험대…아마존 실적도 주목
베이조스의 전망을 평가할 주요 지표는 앞으로 발표될 미국의 노동생산성과 임금 관련 통계다.
미 노동통계국은 오는 11월 5일 3분기 노동생산성 잠정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더스트리트는 생산성 증가세가 빨라지는데도 실질임금과 노동소득분배율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주 3일 근무 전망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는다고 분석했다.
아마존의 향후 실적도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전망이다.
아마존은 3분기 매출을 1970억~2020억달러(약 264조7680억~271조4880억원)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9~12% 증가하는 수준이다.
더스트리트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성장률과 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수익, 자동화가 직원 수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AI 관련 기업들이 이번 분기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의 이익 증가분 가운데 약 3분의 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막대한 기술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도 관심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역시 지난해 5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국·사우디 투자포럼에서 AI와 로봇 기술이 발전하면 누구나 원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고소득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더스트리트는 AI가 경제적 풍요를 확대하더라도 그 혜택이 근로자들의 임금과 여가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근로시간이 줄고 소득이 유지되는 변화가 광범위하게 나타나야 베이조스의 주 3일 근무 전망도 현실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