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화물 운송비 3.8% 올라…도매 채소 가격 41% 급등
주유소 매출 6.4% 늘었지만 핵심 소매판매 0.1% 증가에 그쳐
주유소 매출 6.4% 늘었지만 핵심 소매판매 0.1% 증가에 그쳐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에서 경유 가격이 1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운송비와 식품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이 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을 높이는 가운데 미국 소비자들은 비싸진 휘발유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면서 다른 분야의 소비 여력이 약해지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의 9월 소매판매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물가와 소비 흐름을 판단하는 핵심 소매판매는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소비 규모를 부풀리는 동시에 기조적인 소비 증가세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9월 경유 가격이 전월 대비 21%, 전년 동월 대비 115.2% 상승하면서 운송비와 식품 가격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물가 상승 압력이 확산하고 있다고 1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경유 가격 115% 폭등…도로 화물 운송비 3.8% 상승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전날 발표에 따르면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1.3%,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했다.
2022년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낸 생산자물가의 주요 원인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다.
최종수요 에너지 가격은 한 달 사이 10.8% 올랐다. 전체 상품 가격 상승분의 80% 이상이 에너지 부문에서 발생했다.
휘발유 가격이 전월 대비 20.3% 상승한 가운데 경유 가격은 21% 올랐다.
특히 경유 가격은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115.2% 급등했다.
경유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기업의 생산비용뿐 아니라 상품을 운송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9월 미국의 도로 화물 운송비는 전월 대비 3.8% 상승했다.
항공 운임도 5.0% 올랐다. 항공유 가격 상승이 항공운송 비용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과 모텔 숙박료도 5.6% 상승했다.
도로 운송과 항공운송, 숙박 등 서비스 분야에서도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유는 화물차와 철도 운송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가격이 오르면 원자재와 완제품의 유통비용도 높아질 수 있다.
로이터는 “경유 가격 급등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도매 채소 가격 41% 급등…식품 물가로 파급 조짐
미국의 도매 식품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9월 도매 식품 가격은 전월 대비 1.2% 상승했다. 앞서 3개월 연속 하락한 뒤 나타난 반등이다.
품목별 가격 변동은 크게 엇갈렸다.
신선·건조 채소 가격은 전월 대비 41.0% 급등했다. 반면 달걀 가격은 31.9% 떨어졌다.
이처럼 개별 식품 가격에는 차이가 있지만 도매 식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세로 전환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식품은 생산지에서 유통업체와 판매점까지 운송하는 과정에서 화물차와 철도 등을 이용한다.
경유 가격이 크게 오르면 식품 유통비용도 높아질 수 있다.
로이터는 9월 도매 식품 가격 상승이 기록적인 경유 가격의 영향이 미국 경제의 다른 부문으로 확산하는 초기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채소 가격 급등이 전적으로 운송비 상승 때문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다른 상품과 서비스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났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생산자 상품 가격은 0.3% 상승했다.
서비스 가격은 전월 0.2% 상승에서 9월 0.8% 상승으로 오름폭이 확대됐다.
특히 유통서비스 마진은 1.4% 증가해 전체 서비스 가격 상승분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미국 금융회사 FHN파이낸셜의 마크 스트라이버 경제분석가는 유통 마진의 변화가 기업의 비용 부담 확대를 나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이 높아진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소매판매 0.8% 증가의 이면…핵심 소비는 0.1% 증가
미국의 9월 소매판매는 겉으로는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미 상무부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9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8% 증가했다.
이는 로이터가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 0.3%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세부 지표에서는 소비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유소 매출은 한 달 사이 6.4% 급증했다.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주유비 지출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반면 자동차와 휘발유, 건축자재, 음식서비스를 제외한 핵심 소매판매 증가율은 0.1%에 그쳤다.
8월 핵심 소매판매가 1.2%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크게 둔화한 것이다.
이 지표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민간소비지출을 추정하는 데 밀접하게 활용된다.
따라서 전체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많이 증가했더라도 소비 전반의 기초적인 흐름이 강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소매판매액은 물가 변동을 반영해 조정한 수치가 아니므로 상품 가격이 상승하면 실제 구매량이 늘지 않더라도 판매액은 증가할 수 있다.
이번 발표에서는 주유소 매출이 급증한 반면 다른 주요 분야의 소비 증가세는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가구와 전자제품, 가전제품, 온라인 소매업체 등의 매출이 증가했다.
음식점과 주점 매출도 1.1% 늘었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증가세가 고소득 가구의 지출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건축자재 판매점과 스포츠용품·취미용품·악기·서적 판매점의 매출은 감소했다.
기타 소매업체 매출도 3.0% 줄었다.
◇"휘발유값이 다른 소비 압박"…저소득층 부담 가중
경제학자들은 높은 휘발유 가격이 소비자들의 다른 분야 지출을 제한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휘발유 가격이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초와 달리 현재는 재정정책에 따른 상쇄 효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유 가격 상승으로 앞으로 몇 달 동안 더욱 광범위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는 점이다.
신규 채용이 부진한 상황에서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압박받고 있다.
로이터는 이러한 영향이 특히 소득 수준이 낮은 소비자들에게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에서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비 여건이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이른바 'K자형 경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체 소비가 유지되더라도 일부 계층의 지출에 의존하는 구조가 강화되면 소비 회복의 폭이 제한될 수 있다.
◇4분기 소비 둔화 우려…물가 상승과 성장 부담 동시 확대
미국 경제는 올해 3분기까지 비교적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학자들은 7~9월 미국 경제성장률이 연율 약 3.0%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분기 성장률 2.2%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기조적인 소비 증가세 둔화로 4분기에는 성장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금융회사 피프스서드웰스어드바이저스의 크리스 오스먼드 최고투자책임자는 “최근 경제지표가 미국 경제의 상반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물가 상승 압력이 강화되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지출하고 있지만 소비의 기초적인 증가세는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고용시장에 대해서도 급격한 붕괴보다는 정체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000건 증가한 19만9000건으로 집계됐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5주 연속 20만건 아래를 유지하며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미 해군연방신용조합의 헤더 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임금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사람들이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요소”라고 평가했다.
◇운송비 상승, 근원 물가에도 압력…연준 정책 부담
경유 가격 상승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물가 관리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이번 생산자물가 보고서에서는 항공료와 숙박료, 법률서비스 가격 등 연준이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산정에 반영되는 항목들도 상승했다.
경제학자들은 9월 근원 PCE 물가상승률이 전월 대비 0.31~0.36%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통계상 반올림될 경우 0.4%로 발표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하면 근원 PCE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3.1%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8월 근원 PCE 상승률은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3.0%였다.
연준의 물가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상승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다만 금융시장은 오는 27~2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약 30%로 평가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다음 금리 인상 시점을 12월로 예상하고 있다.
연준은 물가 상승 압력이 재차 강화되는 상황에서 소비 증가세 둔화와 신규 채용 부진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로이터는 미국의 물가 상승이 에너지 분야를 넘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경유 가격 급등이 화물 운송비와 식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높은 주유비가 다른 분야의 소비를 압박하고 있어 향후 미국 경제의 성장세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