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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의 실패한 비트코인 투자, AI 붐 타고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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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의 실패한 비트코인 투자, AI 붐 타고 부활

SWI그룹, 옛 채굴시설 데이터센터로 전환…1조1900억원 조달해 확장 추진
지난해 11월 6일(현지시각) 영국 처트시의 네비우스 AI 데이터센터에 서버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이 설치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11월 6일(현지시각) 영국 처트시의 네비우스 AI 데이터센터에 서버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이 설치돼 있다. 사진=로이터

파산한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가장 무모한 투자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던 비트코인 채굴사업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부활하고 있다.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10억달러(약 1조33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던 채굴업체 제네시스 디지털 애셋츠가 새로운 주인을 만나 AI 기업에 연산 인프라를 공급하는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싱가포르에 법인을 두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증시에 상장된 디지털 인프라 기업 SWI그룹이 제네시스 디지털 애셋츠를 인수해 미국과 유럽의 기존 채굴시설을 AI 데이터센터로 재편하고 있다고 1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SWI그룹은 이날 데이터센터 시설 개조와 확장에 필요한 자금 8억유로(약 1조1900억원)를 조달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이후 주가는 16% 상승했고 시가총액은 약 69억달러(약 9조1900억원)에 달했다.

◇파산에 얽힌 채굴업체, AI 데이터센터로 변신

제네시스 디지털 애셋츠는 2017년 독일과 카자흐스탄 출신 기업가들이 설립한 비트코인 채굴업체다.

한때 세계 최대 규모의 비트코인 채굴업체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으며 초기에는 카자흐스탄을 주요 사업 거점으로 삼았다.

그러나 비트코인 가격 급락과 현지 정부의 규제 압박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전력 소비량이 많은 비트코인 채굴산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사업 여건도 악화됐다.

지난 2022년 11월 FTX가 파산하면서 제네시스 디지털 애셋츠는 수년간 복잡한 파산 절차에 얽히게 됐다.

상황이 바뀐 것은 AI 산업의 급성장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면서부터다.

SWI그룹은 올해 여름 제네시스 디지털 애셋츠의 지분을 인수한 뒤 미국과 유럽의 기존 시설을 AI 인프라 사업에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가 확보한 시설은 미국 텍사스주, 노스캐롤라이나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스웨덴에 있다.

SWI그룹은 이 시설들을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클라우드 등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들 업체는 챗GPT를 비롯한 AI 서비스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능력을 제공하는 사업자들이다.

막스에르베 조르주 SWI그룹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더 많은 연산능력을 배치하기 위한 자본이 필요하다"고 WSJ에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 채굴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SWI그룹은 제네시스 디지털 애셋츠가 카자흐스탄에 보유한 마지막 비트코인 채굴시설 3곳도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뱅크먼프리드가 10억달러 넘게 투자한 사업

제네시스 디지털 애셋츠는 FTX 파산 사태에서 논란이 된 주요 투자처 가운데 하나였다.

뱅크먼프리드는 2021년부터 자신이 운영하던 가상자산 거래업체 알라메다리서치를 통해 제네시스 디지털 애셋츠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알라메다리서치의 누적 투자금은 10억달러를 넘었으며 이를 통해 회사 지분 약 20%를 확보했다.

그러나 FTX 파산 이후 투자자산의 실제 가치가 문제가 됐다.

FTX 파산관리인들은 지난해 제네시스 디지털 애셋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해당 투자를 뱅크먼프리드의 가장 무모한 투자 가운데 하나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알라메다리서치가 투자한 11억5000만달러(약 1조5300억원)를 회수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파산관리인 측은 제네시스 디지털 애셋츠가 보유한 카자흐스탄 자산의 가치가 사실상 없으며 미국 자산 역시 뱅크먼프리드가 지급한 금액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FTX 측은 6월 15일 제네시스 디지털 애셋츠를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을 취하했다.

같은 날 SWI그룹은 5억달러(약 6660억원)를 투자해 제네시스 디지털 애셋츠의 주요 지분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지분을 추가로 늘려 최대주주가 됐다.

조르주 CEO는 FTX와 다른 주주들에 관련된 법적 분쟁이 모두 해결됐다고 밝혔다.

◇채굴보다 AI 연산시설…기존 인프라에 새로운 수요

비트코인 채굴사업이 AI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제네시스 디지털 애셋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WSJ에 따르면 최근 여러 비트코인 채굴업체가 AI 분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은 복잡한 수학적 계산을 수행해 새로운 비트코인을 얻는 사업으로 대규모 연산장비와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

초기에는 개인용 컴퓨터를 이용하는 소규모 활동이었으나 이후 대형 기업들이 산업용 채굴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AI 기업에 연산능력을 제공하는 사업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SWI그룹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기존 채굴사업에서 확보한 시설을 AI 인프라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조르주 CEO는 부실 부동산 투자에서 출발해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영역을 넓힌 37세 프랑스 기업가다.

이번 제네시스 디지털 애셋츠 인수는 그가 추진한 사업 가운데서도 법적 분쟁과 파산 문제 등 가장 복잡한 이력을 지닌 거래로 꼽힌다.

하지만 기존 시설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하고 법적 분쟁을 해결하면서 AI 연산능력 수요에 대응할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8억유로(약 1조1923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은 이러한 시설을 실제 AI 데이터센터로 개조하고 확장하기 위한 것이다.

◇앤스로픽 투자도 재평가…FTX의 또 다른 역설

WSJ는 이번 거래가 뱅크먼프리드의 과거 투자에 대한 평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뱅크먼프리드는 고객 자금 수십억달러를 부정하게 사용한 사기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현재 징역 25년형을 복역하고 있다.

그러나 FTX가 파산하기 전에 집행한 일부 투자는 AI 산업의 성장으로 당시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AI 기업 앤스로픽이다.

뱅크먼프리드는 2021년 앤스로픽에 5억달러(약 6660억원)를 투자했다.

이 투자로 FTX 측은 앤스로픽 지분 7.8%를 확보했다.

FTX 파산재단은 2024년 해당 지분을 13억달러(약 1조7300억원)에 매각했다.

그러나 앤스로픽의 최근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당시 보유했던 지분의 현재 가치는 약 750억달러(약 99조89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파산재단이 실제로 지분을 매각하면서 확보한 금액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물론 이 금액은 현재의 기업가치를 과거 지분율에 적용한 평가액으로 실제 매각 수익은 아니다.

WSJ는 제네시스 디지털 애셋츠의 AI 데이터센터 전환과 앤스로픽 투자 사례를 통해 FTX 파산 당시 실패로 평가받았던 일부 자산이 AI 산업의 성장으로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FTX의 과거 투자자산을 둘러싼 이러한 변화는 비트코인 채굴시설이 AI 연산 인프라로 활용되면서 사업적 가치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