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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들 잠재력 발휘하게 만들어야 조직이 바뀐다

구성원들 잠재력 발휘하게 만들어야 조직이 바뀐다

기업이 미션·비전 갖췄어도엇박자가 나면 무용지물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 조직의 목적과 자신의 업무에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되면공헌에 대한 자부심으로 변화사소한 감기에도 의사들이 과도한 약물을 처방한다고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자신의 가족에게는 먹이지 않을 약물을 고객에게는 서슴지 않고 투여하는 의사들에게 질타가 쏟아졌다. 그러나 국민 건강에 연루된 사안이므로 엄중히 따져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인 촌평으로 끝나고 말았다. 전문가로서 의사들의 양심 문제로 결론이 났다. 드러난 문제에 뾰족한 해법은 없으니 국민 스스로 양심적인 의사를 찾아 나서야 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자신의 의술이 사람을 도리어 해치길 바라는 의사는 없고 환자 또한 의사가 알려준 약 때문에 건강이 더 나빠지길 바라지 않는다. 누구도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표출되는 행동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시스템 내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시스템이 요구하는 방향에 부응하여 행동을 조정한다. 의사로서의 윤리도 당연히 따져봐야겠지만 의사들의 과잉진료를 조장하는 시스템에 대해서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스티븐 커(Steven Kerr)는 ‘B를 바라면서 A에 보상하는 어리석은 행동에 대하여(On the Folly of Rewarding A, While Hoping for B)’라는 논문에서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의사들의 오진에는 병이 없는 사람을 환자로 진단하거나 반대로 환자인데 병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전자의 오진율이 훨씬 많았다. 더 많은 진료 수입을 얻을 수 있고 사후에 받을 비난이 후자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오진이 없는 정확한 진단에 사회가 보상해야 하는데 원하는 방향과 다른 방향의 보상을 하기 때문이다. ‘주사 한 방’으로 감기를 낫게 한다는 동네병원에 사람이 몰리는 것을 보면 우리 또한 의사에게 과다한 약물 투여를 부추기는 보상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베트남전에서 미군의 패배도 보상의 불일치로 설명한다. 어떤 전쟁이든 전쟁의 목적은 이기는 것이고 병사들의 목적은 살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에 연합군으로 참여한 미군은 살아서 집에 돌아가기 위해 전쟁에서 이겨야 했다. 상사의 명령에 불복한다면 전쟁에서 이길 수 없었고 집에 돌아갈 수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베트남전에서는 병사들이 전쟁의 승패와 관계없이 복무기간만 마치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전쟁의 승패와 병사들의 목적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았다. 따라서 베트남전은 2차 세계대전보다 유독 불복종이나 항명, 심지어 상사를 총으로 쏴 죽이는(fragging) 사건이 많았다. 결국 목적의 불일치가 패전의 원인이 되었다는 해석이다. 조직 변화와 혁신은 조직 구성원들을 무작정 열심히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다. 바람직한 변화의 방향으로 개별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견인하는 전체의 최적화이다. 전쟁에서도 육•해•공군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기보다 전략적으로 화력을 한 방향으로 집중했을 때 승산이 높아진다. 에너지가 미약하더라도 한 방향으로 모으면 파괴력이 높아진다. 기업이 미션, 비전, 전략을 구비했더라도 한 방향을 지향하지 못하고 엇박자가 나면 무용지물이다. 조직이 나아갈 방향에 맞추어 각 부문 및 조직구성원의 활동과 자원을 조화시켜 시너지를 창출하는 체계적인 과정을 정합성(alignment)이라고 한다. 정합성은 내적 일관성(internal fit), 일치성(congruence), 일관성(consistency)으로도 불린다. 정합성의 가공할 만한 위력은 모빌(Mobil)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모빌의 경영진들이 일선 영업장을 직접 방문하여 당해 연도의 전략과 중점적으로 개선할 성과지표를 설명하기로 결정했다. 원래 이런 전략 방향과 주제는 회사의 성과관리 담당자나 임원들만 알고 있었던 내용인데 전격적으로 모든 조직구성원에게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반신반의했던 효과는 예상하지 못했던 트럭 운전사들로부터 나타났다. 운전사들은 배달명령서에 따라 휘발유와 윤활유를 모빌주유소에 배달하는 비교적 단순한 임무를 맡고 있었다. 설명회를 통해 그들은 사고 없는 안전운행이 회사의 비용절감에, 정시에 배달을 완료하는 납기준수율이 회사의 신뢰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납득하게 되었다. 나아가 신속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토대로 고객만족도를 제고하려는 회사의 전략 방향을 이해하게 되었다. 설명회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운전사들의 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어떤 주유소에 휘발유 재고가 떨어져 간다, 모빌 간판의 전등이 깨졌다, 주유소 내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팔고 있다 등등.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운전사들은 현장의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모니터 역할을 자처하고 있었다. 회사의 전략을 이해하고 자신의 활동이 미치는 영향을 깨닫게 되자 전략 실행에 주도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이렇듯 정합성은 조직이 보유한 모든 잠재력을 묵히지 않고 전략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모빌의 사례에서 우리는 시스템적 관점으로 정합성의 함의를 짚어볼 수 있다. 정합성은 목적의 공유에서 촉발된다. 형식적인 공표를 공유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목적의 공유란 조직구성원들이 스스로의 임무와 활동을 합목적적으로 조정하도록 돕는 소통이다. 조직의 목적과 자신의 업무에서 연결고리를 발견할 때 조직구성원은 자부심을 갖게 된다. 인간은 무엇인가에 기여하고 공헌하면서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이러한 자부심이 어떤 금전적인 보상보다 강력한 변화의 동력으로 작동하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모빌의 운전사들에게서 나타난 자기조절(self-regulation)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감독, 통제, 강요에 의한 외부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과업행동을 확장, 개발했다. 본연의 배달 업무에서 전략목표 달성에 공헌할 수 있는 활동을 스스로 찾아냈다. 정합성은 한 방향으로 정렬하는 과정이지만 구속이나 통제와는 구별되어야 한다. 조직 내 활동과 자원을 변화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일치시킨다는 의미가 규율, 지시, 절차를 강제하는 일사불란을 의미하지 않는다. 목적 및 목표가 올곧다면 정합성은 곧 효과성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정합성을 평가, 통제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하지만 보상을 내포하는 평가는 자기조절의 발현에 역효과를 야기한다. 평가란 성과지표의 목표치와 실적을 비교하고 개선점을 찾는 방식이다. 평가는 미달성을 회피하기 위한 목표의 하향설정과 실적정보를 왜곡하게 만들기도 한다. 관리자들이 질책에 대한 방어에 골몰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다. 계획된 목적과 목표를 기준으로 간섭, 질타, 책임추궁이 주요한 변화관리활동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정합성은 목적의 공유로부터 자생하는 자율적인 자기조절에 기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전적인 정합성을 이루는 데 평가보다 학습과 성장의 발판이 될 피드백이 주효하다. 피드백은 업무의 진행과정, 상태, 결과를 인지할 수 있는 정보이다. 피드백에 힘입어 더욱 정밀하게 목적하는 방향에 정렬할 수 있다. 목적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는 피드백은 활동의 덫(activity trap)에 걸리지 않도록 돕는다. 오디언(George S. Odiorne)이 주장한 활동의 덫은 처음에는 명확하고 합당한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고자 시작한 활동이지만 활동에 열중하다 보면 애당초의 목적이나 목표를 망각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져버리는 것을 말한다.● 목적을 착각하여 활동의 덫에 걸리는 사례일에 몰입하다 보면 목적은 잊고 활동에만 의미 지금은 전국에 있는 속도위반 단속 카메라의 위치가 공개되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공개를 반대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았다. 카메라가 위치한 지점에서만 속도를 줄이는 폭주족들을 붙잡을 수 없다는 문제도 제기되었고 그 동안 과태료, 범칙금으로 메우던 세수를 줄일 수 없다는 주장까지. 그러나 경찰청은 획기적으로 카메라 위치를 공개하기로 결정한다. 교통사고의 예방이 카메라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즉 카메라는 사고다발지역에 설치되었고 위치공개는 이 지역의 사고를 감소하는 데 기여한다는 관점이다. 돌이켜 보면 카메라를 설치하고 단속하고 과태료를 납부하는 활동이 반복되면서 우리는 카메라 설치의 목적은 잊고 단속 자체가 카메라의 목적이라고 착각하는 덫에 빠져 있었는지 모른다. 심지어 활동 자체가 목적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일에 몰입하다 보면 활동의 덫에 걸려 다른 것을 보지 못하게 된다. 목적, 목표에 대비하여 활동의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암울한 독재정권에서 무지한 농민들이 간첩으로 몰려 사형을 당하거나 옥고를 치른 일들이 최근에 밝혀지고 있다. 간첩조작과 고문에 관여했던 경찰관들의 변명에는 역설적으로 ‘성과’가 있다. 경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자유와 권익을 보호하며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인데 간첩을 검거한 양으로 경찰관을 평가하다 급기야 간첩을 만들어 건수 채우기에 이른 것이다. 활동의 덫에 걸려 정합성에 실패한 목적 상실은 목적 달성의 실패보다 위험하다. 조직의 정합성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멋쟁이 여성들은 예쁜 가방을 선물 받아도 한편으로 걱정한다. 가방의 색깔과 디자인에 맞춰서 구두, 의상, 다른 액세서리도 마련해야 제멋이 나기 때문이다. 멋쟁이의 걱정처럼 정합성을 갖춘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쉽지 않다. 목적 및 목표를 진솔하게 공유하고 통제보다 자기조절을 이끌어 내며 근원적 질문(why)에 근거하여 현황을 직시하는 피드백을 수용해야 조직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 조직이 지향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정렬되어야 사람도 바람직하게 변할 수 있다. 흔히 사람이 먼저 바뀌길 바라지만 변화관리의 우선적 대상은 시스템이지 사람이 아니다. ‘나쁜 시스템은 항상 좋은 사람을 괴롭히고 결국 무너뜨린다(A bad system will beat a good person every time.)’- 데밍(W. Edwards Deming)2016-10-19 06:00:50
"개방형 시스템은 출발이 달라도 동일한 결과 획득"

"개방형 시스템은 출발이 달라도 동일한 결과 획득"

인간의 합리성은 제약 따라유일한 최선의 방법은 없어일정한 수준의 대안에 불과 업무 결과가 똑같다고 해도여러 가지 원인과 과정 존재제한된 합리성 존재 인정해야 어지간히 아파서 마지못해 가게 되는 병원인데 세분화된 진료 분과를 잘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가족 중에 누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하면 내과를 가야 할지 외과를 가야 할지 당혹스럽다. 인터넷에 검색해봐도 충수염 수술을 어디서 하는지 묻는 질문에 배 속이 아픈 것이니 내과를 가야 한다는 조언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내과와 외과를 구분하는 기준은 질환의 위치가 아니라 의사들의 치료 방법이다. 외과는 환자의 몸에 칼을 대어 수술을 주로 하고 내과는 수술보다는 약물치료를 주로 처방하는 곳이다. 그래서 충수염 증상으로 소화기내과를 찾아 진단은 받을 수 있지만 충수를 떼어내는 수술은 소화기외과에서만 가능하다. 특정 직업에 대한 다소 전문적일 수도 있는 이러한 정보를 요즘 중학생 정도면 더욱 자세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 대학 진학을 위한 소위 ‘스토리’를 만들기 위함이다. 그런데 발전적인 진로 탐색의 본보기로 권고되는 모델이 지나치게 기계적인 경향이 강하다. 초등학교 때 장래 희망 직업을 의사로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입하고 나면 중학교에서는 외과인지 내과인지 선정해야 한다.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에는 내과에서도 순환기내과, 호흡기내과, 소화기내과 등을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직업의 전문성이 순차적으로 구체화되는 진로탐색 스토리가 대학 입학 사정에서 유리하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모양이다. 반대로 피아니스트가 될까 고민했다가 의사가 되겠다고 학교생활기록부에 족적을 남긴 학생은 왜 그렇게 변경했는지에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장래의 진로를 점진적으로 구체화해 나간다는 측면에서는 논리적이고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의사, 내과의사, 소화기내과로 이어지는 단선적 발전을 높게 평가하는 이면에는 기계론적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다. 청소년의 진로탐색 활동에서 주저함이나 시행착오는 불필요한 요소이다. 기계론은 뉴턴의 역학에 기반하여 모든 현상을 물리적인 운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19세기 과학의 눈부신 발전은 물체의 위치와 운동량을 파악하면 그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켰다. 극적인 실례로 해왕성의 발견을 들 수 있다. 행성 간의 역학관계를 계산해 보니 이상하게 천왕성의 운동궤도가 들어맞지 않았다. 천왕성 밖에 또 다른 행성을 설정해야 천왕성의 궤도가 잘 설명되었다. 즉, 수학적으로 먼저 행성의 존재를 예측하고 관측으로 확인한 결과 그 자리에 짐짓 해왕성이 있었다. 이 정도면 자신감이 아니라 오만이 발동할 만하다. 지식인들이 너도나도 세상의 모든 인과관계를 단선적으로 파헤칠 수 있다는 시류에 합류했다. 철학자 데카르트(Rene Descartes)는 우주는 정밀한 시계와 같고 인간은 정밀한 기계장치에 비유했다.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라프라스(Pierre-Simon Laplace)는 과거와 현재를 모두 설명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초월적 존재가 가능하다고 피력했다. 그런 존재를 ‘라플라스의 악마(Laplace’s demon)’라고 부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라플라스의 악마’의 출현은 현재로서는 요원해 보인다. 불확정성의 원리(uncertainty principle)에 의해 물체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 물리학에서 증명되었다. 1950년대에 이르러 사회과학에서도 인간이 모든 정보를 인지하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수용되었다. 인간의 합리적 판단을 기본 전제로 삼았던 전통경제학을 부정하며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을 주창했던 사이몬(Herbert A. Simon)은 노벨경제학상을 받기도 했다. 인지능력의 한계, 한정된 시간, 부정확하고 미흡한 정보 때문에 인간의 합리성에는 궁극적으로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유일한 최선의 방법(the one best way)에 도달하기란 불가능하며 우리가 내리는 결정은 일정 수준에서 만족화(satisficing)가 이루어진 대안에 지나지 않는다(satisficing은 ‘만족하다(satisfy)’와 ‘충분하다(suffice)’의 합성어). 제한된 합리성을 지지하는 용어로 시스템 이론에 이인동과성(異因同果性;equifinality)을 들 수 있다. ‘모로 가나 기어가나 서울만 가면 그만이다’라는 속담을 연상시키는 개념이다. 시스템 이론은 주로 조직을 유기체와 같은 개방형 시스템으로 간주하는데 동일한 결과에 여러 가지 원인과 과정이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건강하려면 먹고 자는 것이 풍요로워야 하고 적절한 운동, 면역력이 강한 유전형질도 필요하다. 그중에 한 가지를 확보했다고 건강해지지 않는다. 즉, 개방형 시스템은 출발점, 자원, 방법이 다르더라도 특정 결과를 동일하게 얻을 수 있다. 또한 이인동과성은 결과를 성취하는 최선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 사이몬스의 네 가지 통제 지렛대과정·결과 인과관계 분석 따라 조직 관리방식 달라져 성과 및 결과를 예측하고 과정과 결과를 이어주는 인과관계를 분석할 수 있는 수준에 따라 조직의 유연성, 관리방식이 달라진다. 사이몬스(Robert Simons)는 사업전략이 실현되는 관리체계를 네 가지 통제 지렛대(levers of control)로 분류했다. 우리는 ‘통제’라고 하면 흔히 진단통제(diagnostic control)로 이해한다. 진단통제는 목표와 실적을 비교, 평가함으로써 목표 달성에 매진하도록 견인한다. 효과적인 진단통제는 조직의 성과지표 및 평가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써 조직구성원들의 행동을 일체화시킨다. 둘째, 신념통제(belief control)는 조직이 바라는 가치와 방향을 제시하여 조직구성원의 몰입을 증진시키는 방법이다. 비전, 미션, 핵심가치, 사훈 등 구체적이고 인위적인 상징물을 활용하여 조직의 핵심가치를 전달한다. 상대적으로 비교하자면 신념통제는 목적(goal)을 강조하고 진단통제는 목표(target)에 주안점을 둔다. 목적은 업 또는 업무의 본질, 존재 이유이고 목표는 납기와 품질수준이 명시된 성과지표이다. 신념통제와 진단통제가 ‘해야 할 일’에 중점을 둔다면 경계통제(boundary control)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강조한다. 얼핏 부정적인 방식으로 보이지만 폐기학습(8월24일자 참조)의 대상과 회피해야 할 위험을 미리 공표함으로써 필요 이상의 개입과 간섭을 최소화한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최소한의 구속을 부가함으로써 오히려 조직구성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고취시킬 수 있다. 그래서 경계통제는 최소한의 필수제약(cold constraints)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상호작용통제(interactive control)는 조직구성원과 관리자가 의사결정에 함께 참여하여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낮춰가는 방식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몰입을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조직 관행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환경의 위협과 위험을 조기에 파악함으로써 불확실성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 결과 및 성과를 예단하여 방어 또는 추구하는 경계통제나 진단통제와 달리 소통의 과정에서 성과를 만들어 가는 데 역점을 둔다. 당연히 어느 통제 방법이 가장 우수하다는 정답은 없다. 업무와 조직구성원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 주장했던 사이몬스 또한 네 가지 통제에 균형을 맞춰야 조직의 창의와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에서 조직의 경영진과 관리자는 본인이 주로 사용하는 지렛대와 균형을 위해 강화할 지렛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네 가지 중에 진단통제를 단순하거나 부정적인 관리행태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목표 대비 실적으로 스트레스를 조장하는 결과 통제를 흔히 연상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동교육에서 주장하는 결과보다 과정에 칭찬하라는 충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도 있다. 과정은 격려하고 결과는 진단통제로써 관리해야 한다. 진단통제에는 결과인 성과지표와 목표만을 관리하고 과정은 조직구성원에게 위임한다는 의미가 있다. 바람직한 성과지표와 목표에 대해 조직구성원과 정의 또는 합의하고 나면 성취하는 과정은 조직구성원의 자율에 맡겨 스스로의 방법으로 추진하도록 유도하는 탁월한 방법이다. 즉 우리는 진단통제로서 과정상의 창발적인 변이로부터 성과를 창출한다는 부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심각한 문제는 과정의 곳곳에 개입하여 진단통제를 구사하는 행위이다. 이는 과정을 관리하지 않고 통제한다는 뜻이다. 결과를 통제하듯이 미주알고주알 과정 상의 진척 사항을 따지고 임무를 지시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사이몬스는 모든 지렛대에서 제한된 합리성과 이인동과성을 반영하여 과정에 유일한 최선의 방법을 강요하지 않는다. 과정에 집중하는 상호작용통제마저도 수평적 참여, 소통, 몰입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고 학습을 모색하는 개방성이 지향점이다. 청소년들이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도 같은 맥락에서 재고될 필요가 있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인재로 성장하는 경로는 단선적이지 않고 다양하고 우발적이다. 혹여 의사, 내과의사, 소화기내과로 이어지는 경로가 현재 성공적일지라도 미래에도 그대로 최선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사회에 기여할 훌륭한 의사로 이어지는 다양한 잠재적 경로를 기계론적 세계관으로 재단하는 일은 부적절하다. 복잡다단한 인과관계를 제한된 합리성과 주관성으로 설정해 놓고 강제하는 행위는 ‘라플라스의 악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2016-10-05 08:14:23
"변화관리, 기대감·도구성·유의성 놓치지 말아야"

"변화관리, 기대감·도구성·유의성 놓치지 말아야"

기대감이 낮다면 행동 안 바뀌어막연한 충성 강요도 되레 부작용약속과 신뢰 파기 땐 실패 지름길어설픈 칭찬하면 미신행동 양산조직변화에는 칭찬만으론 부족신뢰와 합리적 일관성 있어야변화와 학습은 불가분리의 관계이다. 일반적으로 학습이라고 하면 교실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이전에 몰랐던 지식을 깨치는 협소한 의미를 떠올린다. 그러나 광의의 학습은 ‘지식의 변화’뿐만 아니라 경험을 통해 생성된 상당히 지속적인 ‘행동의 변화’를 포함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학습이론에서 밝혀진 ‘경험’과 ‘행동’의 관계는 변화이론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왔다. 학습이론의 첫 장을 어김없이 차지하는 용어로 ‘파블로프의 개’와 ‘스키너의 상자’가 있다. 비록 동물을 대상으로 연구되었지만, 두 용어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주어지는 자극을 반복적으로 경험함으로써 형성되는 행동변화를 설명하는 학습이론의 고전이다.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Ivan P. Pavlov)는 음식을 들고 있지 않아도 방에만 들어서면 자기만 보고도 마치 눈앞에서 음식을 보듯 침을 흘리는 개에게 주목했다. 그는 개에게 먹이를 주기 전에 항상 종을 치는 실험을 설계하였고, 나중에는 종소리만 듣고도 개가 침을 흘리도록 학습시켰다. 종소리뿐만 아니라 빛, 전기충격과 같은 다양한 자극에도 적용하여 이론을 정교화한다.개의 침샘에서 침이 분비되는 것은 반사적이고 기계적인 행동이다. 이에 비해 스키너(Burrhus F. Skinner)는 동물의 자발적 행동으로 연구를 확장했다. 그는 빈 상자에 지렛대를 설치하고 쥐나 비둘기를 넣은 후 행동을 관찰했다. 지렛대는 먹이통과 연결되어 동물들이 지렛대를 누르면 먹이가 상자 속으로 나오도록 고안됐다. 처음에는 쥐가 상자 안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지렛대를 누르게 되고 먹이를 얻게 된다. 하지만 점차 시행착오는 줄어들고 지렛대를 눌러 먹이를 획득하는 방법을 습득하게 된다. 스키너는 먹이를 투여하는 시간 또는 횟수를 조정하거나 먹이 대신 전기충격을 가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실험했다. 복잡한 행동도 단순한 동작으로 작게 나누어 단계적으로 학습시키면 동물들도 피아노를 연주하고 탁구를 치거나 문자를 판독하는 것이 가능하다.심리학적 개념과 용어가 어려워 보이지만, 돌이켜 보면 현실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당연한 현상이며 서커스의 동물 조련사들이 이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가 무언가에 반사적으로 자주 놀라는 행위와 관련하여 ‘더위 먹은 소, 달만 보아도 헐떡인다’는 속담은, 파블로프의 학습을 표현한다. 더위에 질린 소는 태양과 비슷하게 하늘에 뜬 달만 보아도 덥다고 느끼는 것이다. 흔히 ‘당근과 채찍’으로 일컬어지는 훈육방법은 스키너의 주장과 동일하다. 원하는 바람직한 행동에는 인센티브를 주어 장려하고, 지양할 행동에는 처벌을 주어 근절하는 방법이다. 스키너는 이러한 방법으로 시기심, 욕심, 폭력을 통제하여 행복한 공동체를 수립한다는 ‘월든 투(Walden Two)’라는 소설을 저술하기도 한다.동물이나 인간이나 환경에 적응하고 반응하면서 학습, 즉 행동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단, 동물을 대상으로 도출된 실험결과를 사회적으로 고도화된 인간에게 그대로 일반화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다만 고등동물인 인간에게도 적용 가능한 하등동물의 학습 메커니즘이 인식과정 저변에 공유되어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미신행동과 동기부여의 관점에서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데 파블로프와 스키너의 학습은 여전히 반추해 볼 가치가 있다.파블로프와 스키너는 예상치 못했던 미신행동(superstitious behavior)에 봉착하기도 했다. 원래는 먹이와 지렛대 누르기가 연합되어 계획된 학습이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쥐가 꼬리를 물거나 발바닥을 핥았을 때 우연히 먹이가 주어지면서, 이런 행동을 보상의 근원이라고 오인하게 된다. 보상이 주어진 원인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므로 이를 미신행동이라고 부른다. 파블로프의 연구실은 군사시설에 있었는데 개가 주변에서 자주 듣던 탱크소리에 반응하기도 하였다. 미신행동은 우리에게 흔히 징크스로 존재한다. 어느 날 입고 외출했던 옷 색깔, 구두 등에 당일의 행운을 결부시키곤 한다. 기대했던 대로 운이 좋으면 징크스는 강화되지만, 운이 나빠도 특정한 옷이나 구두를 착용하는 일이 어렵지 않으므로 징크스를 없애기는 힘들다.근거 없이 인과관계를 오인하는 미신행동은 조직에서 징크스보다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카네만(Daniel Kahneman)은 이스라엘 공군 비행교관들이 훈련생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것을 목격했다. 이를 근절시키기 위해 스키너 박스의 비둘기를 통해 긍정적인 보상(칭찬)이 부정적인 처벌(욕설)보다 효과가 있음을 설명했다. 실제로 처벌은 추구할 행동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나 불안,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유발한다는 단점이 있다. 처벌을 받으면 행동반경이 위축되어 처벌의 대상이 아닌 행동에서도 소극적으로 조심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그러나 한 교관이 “그것은 새 이야기입니다. 대다수 훈련생이 칭찬을 받은 직후의 비행에서 성과가 낮아지고, 욕을 먹은 다음에는 더 나은 비행성적을 이룬다는 것이 우리의 경험입니다”라고 빈정거렸다. 카네만은 관련된 자료를 분석했고, 비행교관들이 비행성과의 자연적인 변동에 미신행동을 형성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다. 어떤 반복적인 측정치라도 변동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본래 비행실력이 900점이라면, 950점과 같은 높은 점수나 저조한 850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비정상적으로 높은 점수인 950점을 받고 나면 그 다음 시험에서 950점 이상을 받기는 힘들다. 대부분 900점의 방향으로 회귀하게 된다. 즉, 아주 높거나 아주 낮은 점수를 받는 특이한 사건이 발생하면 그 다음 성적은 본래 실력으로 회귀한다.교관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면 훈련생이 본연의 실력보다 특별히 훌륭한 비행을 기록했을 때이다. 확률적으로 그 다음 비행에서 비행성적은 상대적으로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교관은 실망했고 칭찬이 훈련생의 비행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 오인하게 된다. 반대로 나쁜 비행으로 질타를 받았던 훈련생은 그 다음에 비행성적이 향상될 확률이 높다. 교관들은 본인의 욕설이 효과를 거두었다고 착각하게 된다. 교관의 칭찬과 질타와 무관하게, 극단적인 성적의 자연스러운 회귀현상에 스스로 미신을 형성한 것이다.다음으로, 동기의 문제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스키너 상자의 동물들은 몸무게의 20% 정도를 감량하는 수준으로 사전에 굶긴다. 먹이에 대한 집착이 강할 수밖에 없다. 지렛대를 적극적으로 눌러야 하는 동기가 명확하다. 그러나 결핍을 인위적으로 조성하여 동기를 유발시키는 방식을 인간사회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인간이 어떤 행위를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과정은 훨씬 복잡하다. 브룸(Victor H. Vroom)은 기대감, 도구성, 유의성이 동시에 전제되어야 실질적으로 동기부여가 된다고 주장한다. 현재 수준보다 30%의 생산성을 높이면, 그에 대한 대가로 포상금을 약속받았다고 가정하자. 기대감(expectancy)은 일차적인 노력의 결과인 생산성 30%를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과 성공에 대한 효능감이다. 도구성(Instrumentality)은 생산성 30% 제고를 달성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생산성 제고라는 일차적 결과가 포상금을 획득하는 데 수단으로 작용하므로 도구성이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생산성 제고와 포상금에 대한 관심이나 선호, 즉 노력과 행동변화로 얻을 수 있는 결과의 매력 정도가 유의성(valance)이다. 특히 생산성을 제고하여 파생적으로 얻게 될 포상금에 대한 긍정적인 유의성이 더욱 중요하다. 포상금을 원하지 않거나 액수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브룸은 기대감, 도구성, 유의성이 곱셈의 관계로 동기가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어느 하나라도 낮은 수준이라면 행동변화는 유발되지 않는다. 30% 생산성 제고를 달성할 잠재력이 충분해도 조직에서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지원하지 않아서 기대감이 낮다면 생산성 향상 활동에 선뜻 나서지 않게 된다. 생산성이 개선되었지만 제대로 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과거의 경험이나 향상된 생산성이 인원감축으로 이어졌던 부정적인 경험이 있다면 도구성이 낮게 인식되어 역시 행동변화가 어렵게 된다. 브룸의 주장에 비춰 스키너의 상자는 지렛대를 제대로 누르면 먹이를 얻는다는 도구성과, 굶기는 방법으로 먹이에 대한 유의성을 의도적으로 높인 실험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기대감에 대한 고려는 미흡하고, 유의성은 인위적이라 비현실적인 단점이 있다. 사회 및 조직에서 나타나는 행동변화를 견인하는 동기는 훨씬 복잡다단하게 형성된다. 막연한 성실과 충성심을 강요하는 관리자들이 많은데, 오히려 조직구성원의 기대감을 저해하여 열정과 노력을 가로막는다. 업무성과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성과지표를 제시하여 기대감을 구체화하고, 도전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수준을 설정해야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 겉으로 성과주의를 외치면서 정작 업무성과보다는 연공서열이나 충성심으로 보상이 이루지는 현실도 도구성을 떨어뜨리는 흔한 오류이다. 도구성에 대한 약속과 신뢰를 파기하는 행위는 조직구성원을 ‘희망고문’하는 다분히 위험한 패착이다. 지금까지 인사제도는 돈이나 승진, 명예와 같은 공통적인 욕구에 집중했다. 유의성 관점에서 인정, 형평성, 공헌감 등등 개인과 조직의 여건에 따라 관심과 가치는 상이하다. 인간은 가치없다고 생각하는 당근은 배가 어지간히 고파서는 먹지 않는다. 이와 같이 기대감, 도구성, 유의성 중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변화관리가 요구된다. 더불어 동기부여의 세 요인이 조직변화준비(readiness for organizational change; 6월 29일자 참조)와도 맞닿아 있으며, 신뢰와 합리적인 일관성에 기반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할 수는 있어도 조직변화는 칭찬만으로는 부족하다. 어설픈 칭찬은 도리어 미신행동을 양산할 수 있다.2016-09-21 08:47:52
지속가능한 경쟁우위, 'V·R·I·O' 4가지 요건 갖춰야

지속가능한 경쟁우위, 'V·R·I·O' 4가지 요건 갖춰야

❶ value 시장과 고객이 인정해줘야❷ rarity 독특해야 경쟁우위 원천 발생❸ inimitability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것 돼야❹ organization 업무에 효과적으로 적용해야골프와 관련하여 시중에 회자되는 재미난 유머가 있다. 누가 그날의 승자가 될 것인지 점쳐보는 질문이다. 퍼팅에 강한 사람, 비거리가 긴 사람, 드라이버에 강한 사람, 집중력과 자신감이 뛰어난 사람, 오비(out of bounds) 없이 또박또박 타수를 챙기는 사람 등등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정답은 그날 따라 이상하게(!) 잘 되는 사람이다. 아무리 골프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뾰족한 이유를 밝힐 수 없지만 이상하게 잘 되는 사람을 이길 재간은 없다. 학창 시절에도 같이 운동하고 놀러다녔는데 이상하게 시험성적이 좋은 친구들이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이상하게’를 행운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왜냐하면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내부에 녹아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질문을 기업의 성공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애플, 구글, GE 같은 기업들은 새로 착수한 어떤 사업에서도 이상하게 성공률이 높다. 입부터 빠른 호사객들의 주장은 배제하고 저명한 학술지나 도서만 고려하더라도 이런 선진기업들의 성공 요인은 수십 개 언급된다. 창의력, 속도, 탁월한 인재, 원가 및 재무관리, 고객과 시장의 감동, 브랜드 전략, 물류체계 등등 관점에 따라 수도 없이 많다. 듣기에 좋은 용어들을 모두 합쳐 보면 결국 이상하게(!) 잘 되는 기업들이다.경영전략적 관점에서 기업의 성공을 가늠하는 지표는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이다. 절대적인 우위가 아니라 경쟁자와 대비한 상대적 우위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욕심을 더 낸다면 단기에 그치는 경쟁우위가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되길 바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속가능한 경쟁우위(sustainable competitive advantage)’라는 용어를 경제 기사에서 자주 보게 된다.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의 확보는 모든 경영자의 욕구이자 경영전략의 기본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성공적인 선진기업은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차지하는 역량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조직의 역량이란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효과적으로 결합하여 목적에 부합하도록 조정•통합•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자원에는 자금, 설비, 재료와 같은 물질적 자원뿐만 아니라 명성, 충성심, 리더십과 같은 무형의 자원도 포함된다. 역량이 다른 경쟁사보다 우월하여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의 원천으로서 작용할 때 핵심 역량이 된다.바니(Jay B. Barney)에 의하면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가져다주는 자원 및 역량은 4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이 조건을 갖추어야 핵심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VRIO조건이라고 부르며 가치성(value), 희소성(rarity), 모방의 불완전성(inimitability), 조직화(organization)를 의미한다.첫째, 가치성은 시장과 고객이 알아주지 않는 가치없는 자원과 역량은 핵심 역량이 될 수 없음을 뜻한다. 시장과 고객이 인정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이 있다면 당장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설령 가치가 일정 정도 인식되더라도 경쟁자보다 낙후되었다면 경쟁열위에 빠지게 된다.둘째, 가치성과 함께 희소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아무리 가치가 있더라도 누구나 가지고 있는 흔한 것이라면 경쟁우위의 원천이 될 수 없고 경쟁등위에 머물고 만다. 즉, 남들이 갖지 않은 독특하고 가치 있는 것을 내가 보유할 때 경쟁우위가 발생한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은행상품, 증권상품은 특히 경쟁력이 없다. 어떤 은행이 수익성이 높은 상품을 개발하여 선보이더라도 상품 캐털로그만 보면 다른 은행이 쉽게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경쟁우위는 확보할 수 있으나 지속성은 없다. 따라서 금융업의 상품개발력은 핵심 역량이 되기 힘들다.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영위하려면 세 번째 조건인 모방의 불완전성을 갖추어야 한다. 경쟁우위의 원천이라고 판단되는 순간 경쟁자들은 그것을 베끼고 좇아 할 것이다. 경쟁자가 자체적인 노력이나 투자를 통해 동일하게 개발하거나 대체할 것을 고안하게 되면, 삽시간에 그 희소성과 가치성은 사라져 버린다. 즉, 모방이 아예 불가능하든지 모방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 투자가 필요하다면 경쟁우위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기업들이 최근 ‘특허전쟁’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특허에 관심을 쏟고 있다. 특허는 핵심 역량에 대한 모방을 방어하는 법적 기제이기 때문이다.자금력이 있다면 거래를 통해 핵심 역량을 구매할 수도 있다. 얼마 전 중소기업청에서 ‘대기업 인력 빼가기 중재조직’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소기업의 전문인력을 대기업이 더 좋은 조건으로 채용하면서 핵심 기술도 함께 유출되는 불공정 행위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경력사원을 스카우트하는 형태로 열악한 중소기업의 독특하고 가치 있는 핵심 역량을 돈으로 사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의 가치 있고 희소했던 경쟁우위는 지속성을 잃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는 커지는 악순환이 심각한 수준이다.이상의 핵심 역량 조건은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TV에 나오는 영어 강사들을 보면서, ‘영어 하나만 잘 해도 먹고 사는구나’라며 다들 부러워한다. 영어능력이 핵심 역량임을 간파했다면 본인도 모방하여 영어실력을 기를 만하다. 그러나 녹록하지 않다. 그 역량을 모방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기 때문에 따라 하기가 힘들다. 모방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영어 강사들의 경쟁우위는 지속될 수 있다.마지막 조건은 실현할 수 있는 조직화이다. 가치 있고 독특하고 모방하기 어려운 자원과 역량을 보유하더라도 업무에 효과적으로 적용하여 기업의 목표달성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개별 자원과 역량은 가치성, 희소성, 모방불완전성을 갖춘 경쟁우위의 잠재력일 뿐이다. 독자적으로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없고 다른 자원이나 역량과 결합되어야 실현될 수 있다. 조직의 구조, 의사결정체계, 통제 및 운영 방법, 보상정책 등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모 중견기업이 삼성그룹에서 퇴사한 관리자들을 대거 영입하여 경영쇄신을 시도한 바 있다. 언뜻 ‘관리의 삼성’으로 표방되는 핵심 역량을 내부로 이식할 수 있는 묘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패로 끝나고 삼성 출신의 관리자들은 자의반 타의반 대부분 떠나갔다. 그들은 ‘일을 하려고 해도 따라올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고 불평했다. 반면에 기존의 직원들은 ‘실제로는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그들은 충분한 수의 똑똑한 사람들, 제반 시설이 갖추어 진 삼성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솔직히 우리 조직에는 다소 미흡한 요소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건이 다 갖춰진 곳에서는 누가 일을 못하겠나? 그들은 온실 속 화초처럼 자생력도 없고 무능력했다’라고 평가했다. 어느 편의 주장이 맞는지 당장은 알 수는 없다. 다만 삼성 출신이라는 경험은 잠재된 경험일 뿐이고 역량이 실현될 수 있는 조직화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음은 분명하다.실패에서 배우고 오류의 뿌리를 밝혀낸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선진기업의 특징VRIO 조건을 토대로 내부의 핵심 역량과 경쟁 환경이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점검하는 작업은 조직변화의 지향점을 설정하는 데 긴요하다. 이상하게(!) 성공가도를 연이어 달리는 선진기업의 다음과 같은 특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조직의 유산을 활용한다. 핵심 역량이 과거의 성공이나 실패로부터 축적된 역사적 결과인 셈이다. 단, 조직의 유산과 관행을 구별해야 한다. 성공에 자만하여 폐기학습(8월 24일자 참조)을 등한시하지 말아야 한다. 실패에서 면밀히 배우고 오류의 원천을 밝히는 일은 자부심을 저해하는 행위가 아니며 회피해서도 안된다. 실패와 오류에 대한 은폐와 왜곡은 도리어 발전의 동력을 떨어뜨릴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관리자에 대한 평가와 인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들이 현재의 조직을 구성하는 유산과 관행을 만든 주인공이자 그에 대한 발전과 왜곡의 주역이기 때문이다.둘째, 경쟁우위가 창출되는 발원지를 정확하게 찾기 힘들다. 핵심 역량은 유무형의 정책과 기능이 복잡하면서 일관되게 정렬된 관계 속에 배태되어 모방불완전성이 극대화되어 있다. 문화, 팀워크, 인사제도, 지배구조 등 복잡한 관계 속에 녹아 있다. 사우스웨스트(Southwest)의 ‘중소도시 간의 저가항공 서비스’는 표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누구나 알 수 있는 차별점이다. 그러나 자동발권서비스, 정비의 전문성과 속도, 종업원 지주제도, 높은 급여 등이 서로 보완해주며 연계되어 실현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단기간에 인위적으로 모방하기란 어려운 일이며 어느 일부분을 모방하면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을 나을 뿐이다. 컨티넨털(Continental)은 사우스웨스트를 좇아 컨티넨털 라이트(Continental Light)라는 자회사를 설립했지만 제반 체계는 그대로 유지한 채 저가항공노선을 확충하는 데만 집중하다가 실패한 바 있다.마지막으로 변화의 논리로 핵심 역량을 조성한다. 급부상하는 경쟁자와 불확실한 환경변화는 핵심 역량의 지속성을 약화시킨다. 그럴수록 VRIO 조건을 갖춘 핵심 역량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핵심 역량을 창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조직 내외부의 자원과 역량을 통합, 재구성하여 핵심 역량을 구축할 수 있는 근원적 학습력과 체계에 주목해야 한다. 소위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 낚는 법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어떤 핵심 역량이 만병통치약인지 정해진 답을 찾는 것이 아니다. 경쟁 환경으로부터 기회를 포착하고 위협을 타파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구축하는 힘을 학자들은 동태적 능력(dynamic capability)으로 별칭하기도 한다. 동태적 능력은 조직변화 역량이다. 따라서 선진기업의 핵심 역량을 운운하며 ‘이것만 잘하면 된다’는 단답식으로 조직변화를 조직유행으로 변질시키는 사고 방식은 반드시 경계되어야 한다./우형록 한양대 겸임교수2016-09-07 07:16:05
일방적 홍보•교육으로는 조직의 변화 뿌리 못내린다

일방적 홍보•교육으로는 조직의 변화 뿌리 못내린다

공감•이해보다 일방적 세뇌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고효과 있어도 한때에 그쳐과거에 학습한 지식과 경험현재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뭘 버려야 하는지 알려줘야언제부터인가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마다 눈치를 보게 된다. 성격이 험악한 사람이 뒤에 서서 내가 자신의 갈 길을 막는다고 못마땅한 눈치를 주고 있는지 살핀다. “좀 지나갑시다!” 퉁명스러운 외마디와 함께 짜증 섞인 눈총을 받았던 불쾌한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따지면 최소한 2002년 전에는 없었던 일이다.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타인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의 일환으로 ‘한 줄서기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왼쪽은 걸어갈 사람을 위해 비워 두고, 서서 갈 사람은 오른쪽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이는 곧 에스컬레이터 탑승 예절로 굳어졌다. 얼핏 급한 용무로 빨리 가야 할 사람들에게 길을 내주는 합리적인 해법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른쪽으로 타려는 사람들의 줄은 이전보다 길어지는 단점도 있다. 무엇보다 오른쪽으로 편중되는 무게 때문에 에스컬레이터가 자주 고장이 나고, 안전사고로 이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 의하면 서울 지하철에서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2002년 16건이었으나 2006년에는 89건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급기야 2007년에 서울도시철도공사는 ‘두 줄서기 캠페인’을 추진하게 된다. ‘두 줄서기, 미안해하지 마세요’라는 홍보 포스터가 붙었고, 청소년으로 구성된 캠페인 도우미들이 손팻말을 들고 역사 곳곳에 배치됐다. 황당한 사실은 운영주체가 다른 지하철에서는 한 줄서기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 당시 승객들은 5~8호선에서는 두 줄서기를, 1~4호선에서는 한 줄서기를 종용당한 것이다. 아무튼 2015년 국가안전처가 나서서 다시 폐지하기까지 약 8년 동안 ‘두 줄서기 캠페인’은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수행됐다.캠페인의 저조한 성과가 국가안전처의 주요한 폐지 이유였다. 대대적인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한 줄서기로 먼저 습관이 형성된 사람들은 두 줄서기로 쉽게 행동을 전환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안전처가 한 줄서기를 명백히 지지한 것도 아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지 말라는 안전수칙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강권하던 원칙만 모호하게 없어졌다. 내 갈 길을 막았다고 짜증을 부리든, 아이들과 나란히 손잡고 두 줄로 서든, 구체적인 행동지침은 승객들 각자의 몫으로 어물쩍 남게 되었다. 어수선한 홍보와 야단스러운 소동 없이도 한 줄서기가 잘 정착되어 운영되는 영국, 러시아, 일본 등의 나라와 비교하면 참으로 민망하다.우리는 변화의 방법으로 너무 쉽게 홍보와 교육을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변화의 본질보다 ‘~캠페인’ ‘~운동’이란 용어를 붙여 일사천리의 동참을 이끌어 내길 바란다. 실질적 효과는 뒤로 물리고 홍보와 교육의 양에 집착한다. 추진하는 변화가 합당하고 좋아 보일수록 홍보와 교육은 주입식으로 운영된다. 공감, 이해, 설득보다 일방적인 세뇌가 홍보와 교육의 내용으로 자리잡는다. 심지어 홍보와 교육을 변화관리 자체와 동일시하는 곡해도 나타난다. 그러나 그 효능과 역할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모든 문제를 홍보와 교육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홍보와 교육의 기본 전제에는 ‘몰라서 변하지 않는다’, ‘몰라서 안하고 있다’는 함의가 깔려 있다. 즉, 홍보와 교육은 무지(無知)가 원인일 때 가장 효과적이다. 그런데 홍보와 교육의 효과가 조직변화에서 기대 이하이거나 일시적인 경우가 많다. 변화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모른다기보다 아는 대로 실행이 힘든 것이다. 마치 건강을 위해 살을 빼야 한다는 정설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실천이 힘든 것과 동일하다. 여기에 살을 빼야 한다고, 왜 빼지 않느냐고 강변하는 교육의 효과는 반복될수록 반감할 수밖에 없다. 기존의 식습관, 수면습관 등을 고려하지 않는 백지오류(clean slate fallacy)에 빠질 경우 더욱 그렇다.백지오류는 학습 대상자가 새로운 지식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 완전히 빈공백 상태(tabula rasa)라고 오인하는 것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변화에 앞서 과거에 학습한 지식과 경험이 현재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여 새로운 학습의 속도와 수용 범위에 엄연히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무시하는 오류이다. 변화 주도자는 단순히 ‘이 좋은 것을 왜 안하지?’라고 의문을 갖고 답답하겠지만, 변화가 뿌리내릴 토양은 훨씬 척박하다.인간은 현상을 유지하면서 익숙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기를 원한다. 백지라기보다 오히려 현재를 유지하려는 관성이 변화에 좋고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느 유명한 골프코치는 처음 시작하는 학생보다 유경험자에게 더 높은 강습비를 받는다고 한다. 이미 기초는 알고 있으니 유경험자의 강습비가 더 저렴해야 이치에 맞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잘못 배워 익숙해진 스윙습관을 고치는 것이 기초부터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힘들기 때문이다.● 백지오류를 탈피하는 방법은?'폐기학습'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적용성공적 경험과 지식도 때로는 버려야백지오류를 탈피하는 방안으로, 뉴스트롬(John W. Newstrom)은 폐기학습(unlearning)을 상황에 맞게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일반적인 홍보와 교육이 새로운 것을 전파하는 목적이라면, 폐기학습은 이와 반대로 기존의 지식, 행동규범, 사고방식을 버리고 무효화한다. 최근까지 폐기학습은 광의의 학습의 일부분으로 간주됐다. 새로운 것을 제대로 학습하면 오래된 것은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멸한다고 여겼다. 오늘날 변화를 저해하는 혼란, 갈등, 저항의 적극적인 해결책으로서 폐기학습의 역할이 중요하게 인식되면서 학습활동으로부터 독립적으로 분리하고 동등한 수준으로 다루고 있다. 조직변화의 관점에서 폐기학습은 레빈(Kurt Lewin)이 강조한 해빙(unfreezing)과 맥을 같이한다(6월 1일자 참조). 새로움을 선입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존의 학습된 지식과 경험을 녹이는 것이 폐기학습이다.작금에 폐기학습의 대상은 진부화되거나 쓸모없어진 기존의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성공적인 경험과 지식도 폐기의 대상으로 강조된다. 소위 성공증후군(success syndrome), 성공의 역설(paradox of success)과 같은 개념으로 대동소이한 주장을 펼치는 학자들이 많다. 과거에 성공했던 경험을 현재와 미래에 반복적으로 적용하면 또 다시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오히려 실패를 유발한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환경과 조건이 시간이 경과하면서 달라졌으므로 과거의 행위를 그대로 답습한다고 성공률이 제고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조직 내에서 승승장구하는 관리자들은 조직변화에서 가장 경계할 인물들이다. 현실안주의 관성이 성공경험과 거듭 맞물리면 관행을 양성한다. 관행은 잘잘못을 따지는 분석을 배척하고 올곧은 조언은 듣기 싫어하며 새로움에 주저하기 때문이다.혁신적인 기업은 폐기학습을 전략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조직의 변화역량으로 발전시킨다. GE의 변화프로그램인 워크아웃 또한 가치없는 일(work)을 제거(out)하는 폐기학습이 핵심개념이다. 폐기학습은 정보 및 지식을 관리하는 실무적 관점에서 조직망각(organizational forgetting)의 일종으로 해석된다. 애즈미(Feza T. Azmi)는 폐기학습을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네 가지 유형의 망각으로 확장했다. 먼저, 소멸(decay)은 시간이 지나고 환경이 변하면서 부지불식간에 가치 없는 것들이 사장되는 현상이다. 소멸은 수동적이고 우연하게 망각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폐기학습과 구별된다. 폐기학습은 망각을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견인한다. ‘언젠가 필요하겠지’ ‘버리기는 아깝다’고 생각되는 대부분이 6개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불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소멸에는 장시간이 소요되고 그 동안 물리적, 심리적인 공간을 차지하면서 비효율을 야기한다. 새로운 것을 도저히 놓을 공간이 없을 때가 되어서 버리는 것은 우둔한 선택이다. 또한 애즈미는 망각의 대상을 잘못 선정하는 오류를 고려하고 있다. 즉, 폐기학습과 소멸의 대상이 쓸모없거나 잘못된 것이지만, 자칫 유용하고 가치 있는 것이 폐기되거나 소멸되는 파기(sabotage)와 망실(negligence)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파기는 기존의 유용한 것을 의도적으로 제거하는, 폐기학습의 부정적인 결과이다. 조직 내 정치적인 행위에서 자주 나타난다. 전임자의 방식과 기술이 훌륭한 측면이 분명히 있음에도 신임자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모조리 지우고 새로 시작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망실은 아직 쓸모있는 것을 우발적으로 잃어 버리는, 소멸의 부정적인 결과이다. 정보와 지식에 대한 유지관리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소멸의 예이다. 기업에서 담당자의 전환배치나 이직 등으로 관련 지식과 성과물이 모두 캐비닛에 묻혀버리는 일은 흔히 발생한다. 만약 캐비닛 속의 지식과 정보가 무용지물이라면 다행이지만, 가치있는 것이라면 망실이나 파기에 해당한다.파기와 망실은 조직의 성장과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멸과 망실은 그 양과 심각성을 포착하기 힘들다. 폐기학습을 중심으로 네 가지 망각을 전략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조직변화의 성공적인 토대를 구축할 수 있다. 수영 실력이 더 이상 늘지 않아 의기소침했던 적이 있다. 동료들은 100m도 거뜬한데 나는 50m도 힘들어 했다. 나중에 깨달았지만, 물에 대한 공포와 숨을 쉬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들숨에만 몰두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날숨을 물 속에서 뱉지 않고 참았으니, 들숨이 충분할 리가 없었던 것이다. 유래 없는 고속성장을 하면서 우리는 선진 기술과 지식을 재빨리 받아들이는 데 몰두했다. 이제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날숨을 쉬듯 기존의 것을 버리는 폐기학습을 전략적으로 구사할 때이다.2016-08-24 09:00:53
조직의 변화, 내부역량·여건부터 파악하고 시도하라

조직의 변화, 내부역량·여건부터 파악하고 시도하라

변화의 실패 원인 너무 쉽게구성원들 탓하는 경향 강해문제의 80%는 경영진이 야기회사 내 객관적 지위에 따라사고방식과 행동양식 달라전문가들 '그림자 조직' 권고충남 서산간척지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33배에 달한다. 간척지 사업은 먼저 방조제를 구축해서 바닷물을 둘러막은 후 갇힌 물을 빼내어 육지로 만든다. 그래서 ‘개막은 땅’이라고도 불린다. 제일 어려운 공사는 방조제로 바닷물을 가두는 물막이 공사다. 서산간척지도 1984년에 물막이 공사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길이가 6400m가 넘는 방조제의 마지막 200여m 구간을 막지 못했다. 좁아 든 마지막 구간에 초속 8m의 거센 물살이 어지간한 바위도 휩쓸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 난관을 고 정주영 회장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타개한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길이가 322m에 이르는 23만t급 폐유조선을 방조제 앞에 가라앉혀 물살을 막고 신속하게 메우는 작업으로 마무리했다. 토목공학 어디에도 없던 이 방법은 소위 ‘정주영 공법’이라고 극찬을 받으며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었었다. 공사비를 300억원 가까이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바다였던 곳에 대규모 영농단지가 조성되었으니 누가 뭐라고 해도 감동적인 역사(役事)이다.그런데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던 다른 직원들은 왜 그런 아이디어를 내지 못했을까. 조직 구성원들이 창의적인 대안을 자발적으로 내놓고 실행에 동참하는 것은 대부분 경영진의 바람이다. 현장의 직원들이 문제 상황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지만 경영진의 기대에 부응하는 해결력을 발의하는 경우는 드문 것이 현실이다. 이유야 부지기수로 많겠지만 애당초 어려운 요구는 아니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원래 천수만호는 해체하여 고철로 되팔 목적으로 현대에서 30억원에 구입해 둔 폐유조선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정주영 공법은 30억원의 자산을 한 번도 검증되지 않은 실험적 공역에 투입하는 의사결정이기도 하다. 실패율도 가늠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이런 고액을 운용하는 아이디어를 직원들이 제시하기란 일반적으로 엄두도 낼 수 없다. 어지간한 직원들은 300만원이 투자되는 제안도 눈치를 보게 마련이다. 정주영 회장의 창발적 능력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정주영 공법은 회장만이 할 수 있는, 회장이 내놓아야 할 아이디어였다.조직에서 사람들이 전결권한, 통제범위(span of control) 내에서 사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더라도 지극히 정상적이다. 조직 구성원이 최고경영자(CEO)와 동일한 주인의식을 갖고 서민들이 위정자와 일심동체가 되어 주기를 바라지만 실상은 어려운 일이다. CEO와 위정자에 대한 반대 방향의 기대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the social existence determines the consciousness)’는 인지상정을 이해해야 한다. 객관적 직위가 그 사람의 사고를 우선 결정한다. 조직 구성원의 의식은 결코 CEO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다.역설적이지만 직원 모두가 CEO의 오너십을 갖는다고 기업이 잘 되는 것도 아니다. 똑똑한 인재로만 팀을 구성하더라도 반드시 탁월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공자는 나라를 훌륭하게 다스릴 수 있는 방도로 “군군신신 부부자자(君君臣臣 父父子子)”라고 답했다. 군주는 군주의 역할을 잘 하고, 신하는 신하의 역할을 다하고, 부모는 부모의 구실을 잘 하고, 자식은 자식의 구실을 다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위치에서 맡은 바 소임을 완수하는 것이 나라와 가정을 세우는 으뜸임을 강조한 것이리라.조직 변화의 실패를 너무 쉽게 조직 구성원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경영진과 관리자가 조직 변화를 성공으로 견인할 역할은 구비하지 않으면서 직원들의 안일함과 소극적인 참여만 문제 삼는다. 제반 여건이나 결핍은 무시하고 인지상정을 비정상으로 규정하여 왜 창의적이지 못하느냐고 강변한다. 여러 성공 사례를 제시하며 우리도 할 수 있다고 구호도 외쳐 본다. 하지만 의지와 열정을 단기적으로 상승시킬 수는 있어도 성과는 실행이 불가능한 제안 몇 개에 그칠 뿐이다. 군주가 해야 할 일을 신하에게 미루고 있지 않은지 재고해야 한다.경영진이 듣기 거북한 이런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경영의 구루로 데밍(W. Edwards Deming)이 유명하다. 그는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의 80%가 경영진의 무지에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데밍은 붉은 구슬 실험(red bead experiment)과 같은 재미있는 실습을 통해 그의 주장을 대중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 실험은 50개의 홈이 파인 주걱으로 통 속에 있는 구슬을 퍼올리는 작업이다. 주걱의 홈은 구슬 하나가 들어가도록 만들어졌으므로 한 번의 주걱질로 50개 구슬을 퍼낼 수 있다. 팀으로 수행되며 한 팀은 생산직 직원, 품질검사관, 경영자로 구성된다. 주걱질을 하는 생산직 직원에게 50개 중에 붉은 구슬이 3개 이상 포함되지 않도록 업무지침이 부여된다. 품질검사관은 주걱의 홈에 담겨 올라온 50개 구슬 중 붉은 구슬의 수를 기록한다. 경영자는 이 기록을 보면서 점검과 목표를 독려하는 역할을 맡았다. 실험은 내내 소란스럽게 진행된다. 붉은 구슬의 수에 따라 칭찬을 하거나 호통이 오가기도 한다. 다른 팀의 우수한 생산직 직원이 있다면 가서 관찰하고 더 나은 주걱질을 찾아내려고 애쓴다.사고 방식과 범위가 직위에 따라 제약되는 문제에 그림자조직은 시스템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너와 나는 하나다’ ‘변화는 당연히 옳으니 모두 따르라’고 섣불리 주장하지 않는다. 각별히 기존 조직의 축소판으로서 수평•수직적 계층이 배태되어 있음에 주목하자. 주위를 둘러보면 공식 조직에 못지 않은 다수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별 소득은 얻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 문제와 유관한 부서들이 연합하여 다기능적인 TF를 조직했지만 수직적 계층을 지원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만그만한 실무자들만 선발된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어렵사리 해결책이 도출되더라도 실행력이나 조직 전반에 전파할 소통력이 미약할 수밖에 없다. 소통과 실행은 이슈와 관련하여 최소한 차상위 관리자가 나서야 원활한 추진력이 생긴다. 공식조직과 병렬적 소통을 강조하는 그림자조직의 운영 방식에도 ‘군군신신’의 묘미가 함축되어 있다.그러나 통 속에는 흰 구슬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붉은 구슬이 20%나 들어 있다. 따라서 50개 중에 통상 10개의 붉은 구슬이 포함되며 3개 미만일 확률은 1%도 채 안 된다. 문제의 핵심이 탁월한(!) 주걱질에 있지 않은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기법을 도입하고 개발하더라도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구조이다. 데밍은 경영자들이 유행하는 경영기법에 심취하거나 실현이 불가능한 경영 목표에 집착하면서 운영 여건과 역량은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이는 경영자의 역할과 책임이며 터무니없는 목표와 현실의 간극은 직원들을 절망하게 만든다고 직설한다. 실제로 당시 미국 전역에는 요즘에도 달성하기 힘든 무결점 운동(zero defect movement)이 유행이었다.각설하고 부여된 역할과 책임에 따라 사고하는 방식과 범위가 제약되는 문제는 조직의 변화와 혁신에도 분명히 걸림돌이다. ‘군군신신’이라 하여 포용될 일은 아니다. 특히 규모가 커지고 관료화된 조직에서 사고와 행동이 소극적으로 위축되는 행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조직개발 전문가들은 전통적으로 그림자조직(shadow structure)을 구축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림자조직은 잰드(Dale E. Zand)가 부차조직(collateral organization)이란 명칭으로 주창했다. 기존하는 공식 조직과 병존하는 부수적인 조직이라는 의미에서 부여된 명칭이다. 잰드가 주장했던 그림자조직의 목적은 조직이 해결할 수 없었던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림자조직'의 운영원칙수평·수직적 조직 그대로 구성해야탐구·실험에 몰두하게 자율성 부여그림자조직의 주요한 운영원칙은 세 가지로 정의된다. 첫째, 기존의 조직 및 위계를 축소한 형태이다. 둘째, 독립된 조직이면서 기존 조직과 병렬적으로 연계되어 작동한다. 셋째, 조직구성원들이 새로운 사고나 행동을 창출하고 실천하는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 조직의 축소판으로서의 그림자조직은 조직의 모든 부서에서 선발된 대표들이 참여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통해 그림자조직은 조직 내에서 정당성, 영향력, 권한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데 소위 다기능(cross-functional)의 개념으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기존 조직의 축소판이므로 수평적 기능뿐만 아니라 수직적인 계층도 그대로 유전되어야 한다. 즉 그림자조직은 경영진, 중간관리자, 실무자 등의 계층 구조를 기존 조직과 동일하게 구성해야 한다.그림자조직의 독립성은, 기존 조직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결정할 수 있는 별도의 시공간을 조성하려는 의도이다. 기존 조직에 산재한 제약요인들을 극복하고 순수한 탐구와 실험에 몰두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효과적인 그림자조직은 적합한 인적 구성과 교육훈련을 제공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명확한 의사소통과 분석, 필요한 정보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로 엄선되어야 한다. 교육훈련은 그림자조직의 비전과 목적, 직면한 현안,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한 심층적인 내용을 포함한다. 최소한 공통언어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기존 조직의 위계와 경계를 초월하는 차별화된 문제 해결을 추진하는 토대가 된다.2016-08-10 07:43:59
기업의 '경계관리활동'은 전략적 강약 조절이 핵심

기업의 '경계관리활동'은 전략적 강약 조절이 핵심

타인과 다른 나를 규정할 땐최소한 '나'의 경계 설정해야국가•조직에도 개인처럼 존재'경계'는 정체성 구성하는 기초조직에서는 강화와 완화 통해최적화 활동 지속적으로 해야사람들은 스스로 경계에 있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릿고개를 겪어 본 해방둥이라느니 본고사나 학력고사를 치른 마지막 세대, 교복자유화의 첫 세대 등은 우리 현대사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경계이다. 이렇게 경계인임을 자처하는 데는 본인이 경험했던 고충을 타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차별점을 만들고 자신의 특수성을 부각시키려는 숨은 의도가 있으리라. 이런 관점에서 개인 수준에서 인식하는 경계도 일상에서 다분히 발견할 수 있다. 할머니들은 시집살이한 마지막 세대인데 이제 와 자식들 눈치도 봐야 한다고 푸념한다. 아빠는 엄마와 아이들의 경계에 있다지만 엄마 역시 아빠와 아이들 사이에 있다. 과장은 팀장과 사원들의 중간에서 힘들다고 한다.우선 경계인이 되려면 경계를 설정해야 한다. 경계(boundary)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이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분간되는 한계’이다. 타인과 다른 ‘나’를 규정하려면 최소한 ‘나’의 경계를 설정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경계는 개인의 인식뿐만 아니라 조직과 국가 등에도 존재한다. 우리 팀원인지 아닌지, 우리 국민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한계가 경계이다.조직 내에서 경계인을 자처하는 사람이 많고 그들이 제시하는 경계는 다양하다. 언스트와 크로봇-메이슨(Christ Ernst & Donna Chrobot-Mason)은 전 세계 2800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와 128명의 경영진과의 심층인터뷰를 종합하여 조직의 경계를 5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조직에서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것은 수직적 경계와 수평적 경계이다. 수직적 경계는 직급과 계층 간에 나타나며 수평적 경계는 팀이나 기능 간에 발생하는 경계이다. 정보와 감정을 전달하는 상의하달 및 하의상달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면 수직적 경계가 비효율적이라는 신호이다. 수평적 경계의 부정적인 문제는 사일로 효과(5월 18일자 참조)로 잘 알려져 있다.세 번째 경계는 성별, 나이, 학벌, 교육수준 등의 기준으로 조직구성원들을 분별하면서 발생하는 인구통계학적 경계이다. 하지만 인구통계학적 경계를 초월하여 상이하고 특이한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인재가 조직혁신의 밑거름으로 인식되면서 이러한 경계는 조직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파괴되고 있다. 넷째, 이해관계자 경계는 조직 외부와의 관계에서 나타난다. 작금의 기업은 주주, 고객, 협력업체, 시민단체 등의 조직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등한시할 수 없기에 주목해야 할 경계이다. 마지막으로 지리적 경계이다.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시공간의 격차가 적잖이 축소되었지만 제도 및 문화적 거리는 여전히 잔존한다. 본부와 현장, 수도권 본사와 지방의 공장, 현지 법인에서 지리적 경계를 발견할 수 있다.이와 같이 경계는 정체성을 구성하는 기초로 어디든 존재한다. 반대로 경계가 무너지면 정체성도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쉬운 예로 성별의 경계가 없다면 성정체성도 모호해진다. 정체성과의 관계 때문에 경계는 넘을 수 없거나 넘어서는 안 되는 ‘벽’의 이미지로 지나치게 각인되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실제로 경계는 견고한 벽이라기보다 그 수위가 끊임없이 조절된다. 절대적인 정체성 개념인 성(性)마저도 수중 생태계에서는 파괴된다. 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물고기가 400여 종에 이른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으로 유명해진 흰동가리(clownfish)는 수컷이 암컷으로 성전환하며 앵무고기(parrotfish)는 암컷이 수컷으로 탈바꿈한다. 번식을 주도하던 무리의 우두머리인 암컷이나 수컷이 죽더라도 차상위자가 성전환을 통해 그 자리를 재빠르게 대체하는 것이다.학자들은 어류의 성전환 행위를 무리의 안정과 균형을 회복하려는 사회적 행위라고 해석한다. 성의 경계를 파괴하여 정체성을 변혁함으로써 무리 및 종족을 보전한다는 보다 큰 사회적 목적에 부응한 행위라는 의미이다. 인간의 사회적 행위도 관찰해 보면 이웃의 집과 마당으로부터 구별짓고자 우리 집에 벽과 울타리를 쳐 경계를 표시한다. 하지만 곧 경계를 오가기 위해 창문이나 대문을 만들어 경계를 완화하며 완화된 경계를 다시 강화하려고 커튼이나 빗장을 설치한다. 이와 같이 경계는 정체성을 고수하는 고정된 장벽이 아니다. 특히 조직에서는 강화와 완화를 최적화하는 지속적인 경계관리(boundary spanning management)를 통해 조절되어야 할 대상이다.경계관리의 구체적인 세부 활동은 앤코나와 카드웰(Deborah G. Ancona & David F. Caldwell)이 최초로 제안했다. 첫째, 외교사절활동(ambassador activities)은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하고 대외적으로 조직에 필요한 자원과 협조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조직의 위상과 본질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지명도를 높이고 평판을 관리하려는 정치적 행위가 여기에 해당된다. 둘째, 조정활동(task coordinator activities)은 외부와의 업무 문제를 조율하고 피드백을 수용하여 반영하는 것이다. 셋째, 정찰활동(scouting activities)은 기술, 경쟁사, 시장에 대한 정보와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수집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직 내의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살피고 지키는 경비활동(guarding activities)이 있다.경계관리활동을 기업의 팀 수준에서 상상해 보자. 팀원들이 외부에 나가 ‘외교사절’로서 팀의 업무와 역할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팀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하한다. 팀장마저 ‘외교사절’로서 임원 앞에서 팀의 과업을 어필해서 필요한 자원을 요청하는 데 미온적이다. 외부에서 팀의 성과와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이 없고,새로운 지식과 정보보다 지금 하는 방식을 고수하려고 한다. 이 정도라면 이 팀은 구성원들이 방향성을 잃고 응집력은 땅에 떨어질 것이다. 본연의 업무를 아무리 잘 하더라도-그럴 확률도 낮지만-소용이 없다.앤코나와 카드웰은 효과적인 경계관리는 외부와의 회의나 교류의 횟수가 아니라 4가지 경계관리활동을 전략적으로 강약을 조절하여 구사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 기업들의 '경계관리활동' 3가지 유형최고경영진이 선언한 미션 충실하게 실행국내 기업들의 경계관리활동을 분석해보면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먼저 통•번역형은 기존의 역할과 책임, 최고경영진이 개념적으로 선언한 미션을 충실히 구체화하고 실행하는 데 열중하는 기업이다. 주어진 미션과 역할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수동적 측면이 강하고 팀 활동에 필요한 정보와 지시는 주로 상의하달 방식으로 전달된다. 경계관리는 내부감사의 관점에서 조직 내 문제를 발굴하고 출처를 밝혀 해결하는 데 집중된다. 문제 출처로 지목된 팀의 설득을 받아내고 이후 개선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방식을 주로 구사한다. 따라서 조직의 경계는 경직되어 각 팀들의 기존 역할과 임무에 그대로 안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즉, 기존의 경계구조는 유지하면서 문제를 발굴•개선하는 데 몰입하다 보니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과잉보호하는 경비활동에 집착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두 번째, 협상형은 조직 내 각 팀의 고유한 문제보다는 팀 간의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집중하는 기업이다. 통•번역형이 특정 팀의 문제를 발굴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협상형은 팀 간에 숨겨진 문제를 도출하고 공평한 쌍방타협(give-and-take)을 제시함으로써 원활한 협력을 유도한다. 팀 간의 갈등과 장벽을 해소함으로써 통•번역형보다 경계를 더욱 느슨하게 운영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통•번역형이 부분 최적화에 몰두한다면 협상형은 전체 최적화에서 변화의 가치를 도모한다.마지막으로 앙트러프러너십형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여 혁신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다. 다른 유형에 비해 부정적인 의미의 이슈나 문제에 집중하기보다 혁신과 기회를 도모한다는 차이가 있다. 다양한 팀의 특•장점을 조합하여 혁신의 기회를 발굴하고자 기존의 경계를 파괴하기도 한다. 기존 조직의 경계를 재구축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여 사내 벤처 조직이라는 새로운 경계를 탄생시키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외교사절 활동, 조정 활동을 활성화하여 정규적 모임뿐만 아니라 비공식모임으로부터 정보와 니즈를 적극적으로 파악한다. 이를 토대로 우호적인 정보교류와 소통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집중한다.최근 무경계(boundaryless)가 역설되고 있지만 경계관리의 방식과 수위에 정답은 없다. 업의 특성과 문화적 역량에 따라 구사할 수 있는 경계관리활동의 전략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협상형과 앙트러프러너십형이 성과가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자칫 느슨한 경계는 정체성의 부재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성공적인 조직변화를 바란다면 기정의 경계뿐만 아니라 조직구성원들이 인식하고 있는 경계의 유형과 수준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적확한 경계관리전략을 이행해야 한다.2016-07-27 07:23:36
위기에도 새 먹거리 찾는 '활용'과 '탐색' 균형 이뤄야

위기에도 새 먹거리 찾는 '활용'과 '탐색' 균형 이뤄야

단기적인 성과에 매달리면환경변화에 빠른 대처 못해'성공의 함정'에 빠지게 돼'탐색'에만 치중하게 되면경영성과 약화 가능성 높아'실패의 함정'에 빠져요즘에는 노래를 못하거나 춤을 못 추는 청소년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공부에서 빠지는 것도 아니다. 소위 공부도 잘하지만 놀기도 잘하는 팔방미인이다. 눈에 띄지 않는 무채색의 패션 감각, 두툼한 검은 테 안경, 운동에는 젬병인 몸치와 같은 모범생을 대표하던 이미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동시에 확보하기 힘들다고 여겼던 일을 한꺼번에 모두 잘하도록 요구하는 작금의 사회적 풍토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서로 다른 특성 때문에 양립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추진할 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양자택일을 하게 된다. 투자해야 할 시간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효율을 따져 성공 확률이 높은 방향으로 취사선택한다. 공부와 놀이, 납기단축과 품질제고를 모두 확보하기는 곤란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어느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다.그러나 짐 콜린스와 포라스(Jim Collins& Jerry I. Porras)는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에서 이를 ‘선택의 횡포(Tyranny of OR)’라고 비판한다. 남들이 병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동시에 추진하는 역량이 성공의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성공하는 기업은 ‘동시추구의 천재성(Genius of AND)’을 발휘해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었다. 상반되는 속성 때문에 병립 자체가 역설적으로 보이더라도 이를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차별화된 성과를 달성한 성공 사례는 많다. 과거의 시각으로는 어울리지 않았던 교육(education)과 오락(entertainment)을 합친 edutainment 시장의 성공이 좋은 예다. 동전의 양면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동전을 세울 수도 있다는 획기적인 천재성이 주효했다는 의미다.동시추구의 천재성은 최근 양면적 역량(ambidexterity)이라는 개념으로 주목받고 있다. 양면적 역량은 1976년 던컨(RobertB. Duncan)에 의해 최초로 사용된 용어로, 상충(trade-offs)되는 특성의 두 가지 과업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조직능력을 뜻한다. 양면적 역량이 다루는 상충적 과업에는 ‘차별화 전략 대 원가우위 전략’ ‘단기적 투자 대 장기적 투자’ ‘글로벌 통합 대 국지적 현지화’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대표적인 양면적 역량은 ‘탐색 대 활용’으로, 마치(James G. March)가 조직학습의 관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탐색(exploration of new possibilities)’과 ‘기존의 확실성에 대한 활용(exploitation of old certainties)’으로 주창했다.탐색은 새로움의 추구와 급진적 혁신을, 활용은 기존의 개선과 점진적 변화를 추구한다. 탐색은 역량, 자원, 기술, 프로세스, 지식을 새롭게 탐구하고 개발하는 활동인 반면 활용은 기존에 보유한 이러한 대상들을 개선하고 확장하는 활동이다. 탐색은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려는 다양한 시도, 실험, 시행착오로 표출되는데 이는 내부적 변이를 증가시킨다. 반면 활용은 기존 활동의 오차를 최소화하여 자원과 지식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자 내부적 변이를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다.일반적으로 탐색 및 활용의 속성은 기업 활동에서도 대립적이며 상충된다. 기업이 탐색에 자원을 증가시키면 상대적으로 활용에 투입할 자원이 감소하므로 단기적인 경영성과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고, 반대의 경우라면 신기술이나 새로운 역량 확보가 곤란해진다. 탐색과 활용은 시소의 양끝에 올라 탄 형국이므로 둘 다 높아질 수는 없다. 한정된 자원의 배분문제로 야기되는 양자택일의 갈등과 긴장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잘 조정하는 역할은 전통적인 경영진의 몫이었다. 또한 상충적인 두 활동을 동시에 추구할 경우 자칫 어중간한 상태(stuck-in-the-middle)에 빠질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이와 달리 양면적 역량은 탐색과 활용을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상호의존적인 활동으로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동시에 추구한다. 즉, 탐색과 활용을 연속된 축의 양극단에 존재하는 배타적 개념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별개의 축으로 개념화하여 병렬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여긴다. 탐색과 활용의 양면적 역량은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는 동시에 기존의 자원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 다시 말해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역동적인 역량이다.두 가지를 다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오라일리와 터시만(O'Reilly Ⅲ& Tushman)은 성공적인 양면적 역량의 구현 양식을 세 가지-순차적 양면성, 구조적 양면성, 맥락적 양면성-로 제시하고 있다. 먼저 순차적(sequential) 양면성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탐색과 활용을 적절하게 반복하여 집중하는 방법이다. 조직이 직면한 상황에 따라 탐색과 활용을 순차적으로 분리하여 적응적으로 수행한다. 조직의 변화와 환경적응은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균형기와 급진적인 변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혁명기가 교대로 나타난다는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시의적절하게 탐색과 활용에 집중함으로써 환경에 적응하고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실제로 효과적인 프로젝트 추진방법론의 대다수는 각 단계마다 탐색과 활용 활동을 번갈아 가며 적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구조적(structural) 양면성은 조직의 하부단위별로 탐색과 활용을 분리함으로써 양면적 역량을 구사한다. 기업의 연구개발조직은 주로 탐색 활동을, 생산부서는 활용 활동을 담당하는 식이다. 구조적 양면성은 탐색과 활용을 공간으로 분리시켜 공존하게 만들지만 엄밀히 말하면 화학적인 결합은 아니다. 따라서 상이한 활동을 추구하는 하부조직 간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할 수 있는 관리능력이 하부조직의 전문성인 만큼 성공적 이행에 필수적이다.창의적인 신제품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3M이나 구글의 경우 그들의 탐색적 활동과 지원정책은 여러 방면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마치 회사 전체가 창의와 탐색의 결정체로 호도되는 경향도 적지 않다. 구글의 재무팀이나 영업팀의 운영은 실제로 다른 일반 회사와 다를 바 없다. 일정한 목표량을 설정하고 달성을 위해 조직구성원들이 고군분투하는 고전적인 방식이다. 구글의 전략계획, 투자, 인수합병(M&A) 또한 매우 보수적인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겉으로 알려진 특장점이 창의와 탐색이지만 실상 내부적으로는 구조적 양면성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총 매출의 30%를 최근 4년 이내에 출시한 신제품의 매출로 유지하는 3M의 탐색 활동은 대단하지만 70%의 활용 활동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마지막으로, 맥락적(contextual) 양면성은 하나의 단위조직 내에서 탐색과 활용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이다. 맥락적 양면성은 조직구성원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진 자원과 시간을 효과적으로 배분함으로써 실현된다. 맥락적 양면성은 조직의 규율, 신뢰, 도전적 목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조직맥락의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맥락적 양면성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조직구성원의 양면적 활동을 지원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체계와 절차가 필요하다.살펴본 바와 같이 순차적, 구조적, 맥락적 양면성은 결국 탐색과 활용을 시간과 공간으로 분리하거나 동일한 시공간에서 온전히 융합하는 해법이다. 핵심은 동시추구의 균형이다.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활용에 몰입하면 환경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없어 ‘성공의 함정’에 얽매이게 되고 탐색에만 치중하는 조직은 ‘실패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한국의 현실은 어떤가현실을 개선하는 '활용' 활동에 집착…허리띠만 졸라매선 실패한국의 현실은 탐색 활동보다 활용 활동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미 검증된 기존의 방식, 기존의 제품을 개선•개량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고 안정적인 단기성과를 주기 때문이다. 상향평준화 활동이 대표적인데 성과가 저조한 영역에서 잘잘못을 가려내고 성공사례를 표준으로 설정함으로써 성과를 제고해 나가는 방식이다. 매년 10% 이상씩 원가절감목표를 수립하거나 기존 주력제품(cash cow)의 불량률을 낮추는 데만 치중하는 기업들이 여기에 해당된다.평균을 중심으로 저조한 부분을 걷어낸다면 이론적으로 대략 50%의 저성과 변이를 매번 줄여나갈 수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점점 반감하게 된다. 자연스러운 반감효과를 억지로 통제하다 보면 심각한 부작용이나 생존위기를 야기하게 된다. 게다가 종국에 변이가 사라진다면 그 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최선의 성공사례는 조직의 변이를 조장하는 탐색 활동으로부터 새롭게 발굴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양면적 역량은 굳이 천재가 아니더라도 진퇴양난(dilemma)을 역설(paradox)로써 풀어 갈 방도를 제시하고 있다. 아무리 불황과 위기라고 할지라도 계속 허리띠만 졸라매는 것(leverage)은 장기적 전략이 될 수 없다. 힘들고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먹을거리(stretch)를 동시에 찾아 나서야 마땅하다.2016-07-14 08:16:59
조직변화 성공 원한다면 철저한 사전준비부터 하라

조직변화 성공 원한다면 철저한 사전준비부터 하라

기업들 준비 없이 변화원해목적 불분명한 교육 등 매진성과에 한계 느껴야만 후회모든 조직 구성원이변화에 대한 지지자가 돼야불필요한 갈등•낭비 사라져Plans are Worthless, but Planning is Everything.미국의 34대 대통령이자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최고사령관이었던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가 전장에서 뼈저리게 느낀 바를 담아 낸 경구이다. 계획했던 작전(plan)은 쓸모가 없었지만 계획하기(planning)는 절대적으로 긴요했다는 의미이다. plan은 planning이라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추정컨대 전투에 앞서 계획된 작전이 실제 전쟁터에서 그대로 수행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싸움터의 지형지물, 적군의 화력과 수, 기후조건 등이 수립된 작전과 맞아떨어지는 일은 드물다. 이렇게 plan은 현실을 맞닥뜨리자마자 폐기된다. 그렇다고 전투를 포기하고 다시 작전을 제대로 짜기 위해 후퇴하는 바보는 없다. 어차피 plan이 무용지물이 되는 형국이라면 무엇으로 싸우겠는가.planning이다. 작전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구축된 각자의 역할과 책임, 공유된 정보, 서로의 신뢰로 싸우게 된다. 작전상 예상하지 못했던 진흙탕이라 내가 좀 늦게 목표 지점에 도착하더라도 동료병사들이 버텨주고 뒤에서 엄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싸운다. 아이젠하워의 격언은 계획의 결과(plan)보다 계획하는 과정(planning)의 의미를 새삼 강조한다. 계획된 작전과 예측 불가능한 전투 상황 간의 격차가 극심할수록 planning의 실효성은 배가된다. 나아가 기업환경의 불확실성과 급변성이 이런 전쟁터와 진배없다면 조직 변화를 준비하는 과정 또한 재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변화 준비는 최근까지도 등한시되거나 변화의 첫 단계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클랜드와 태너(J. S. Oakland and S. Tanner)는 조직 변화로부터 독자적인 영역으로 변화준비를 분리한다. 조직 변화 체계는 ‘변화준비(readiness for organizational change)의 고리’와 ‘변화실행(implementing organizational change)의 고리’로 구성된다. 두 고리를 상하로 중첩되도록 연결시켜 변화 준비와 변화 실행이 순환적으로 이어지는 상호작용을 표현하고 있다.먼저 상층에 위치한 변화 준비 고리는 조직 외부에서 발생하는 변화 동인에 의해 촉발된다. 일반적으로 변화 동인은 외부에서 도래할 수도 있고 내부에서 요구될 수도 있다. 고객, 주주, 경쟁, 규제 등이 외부 동인이고 제품 및 서비스의 품질 및 개발, 프로세스 개선, 운영효율성 제고 등이 내부 동인이다. 그러나 오클랜드와 태너는 내부 동인이란 외부 동인을 해석하여 고안해낸 해결 대안이라고 보았다. 예를 들면 외부 동인인 고객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거나 운영효율성을 높일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파악된 변화 필요성을 반영하여 가치, 비전, 목표 등을 새롭게 구성하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하층에 위치한 변화 실행 고리는 실제 업무에 새로운 변화를 적용하는 단계이다. 조직을 재구축하여 역할을 부여하고 역량과 자원을 안배한다. 성과를 모니터링하여 지원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교육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조직구성원의 행동적 실행을 유도하게 된다.오클랜드와 태너의 연구에서 변화 실행 고리에 비해 변화 준비 고리를 상대적으로 경시한다고 밝혀졌다. 대다수 기업이 변화 실행 고리로 곧장 돌진하여 목적이 불명확한 교육이나 실행 과제들에만 매진한다는 것이다. 초창기에 가졌던 열정과 에너지가 고갈되고 성과에 한계를 느낀 후에야 비로소 변화 준비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왜냐하면 지속적인 변화 추진력은 강건한 변화 준비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미국 16대 대통령 링컨(A. Lincoln)이 남긴 명언을 성찰해 보자. 혹시 우리의 변화 관리가 무뎌진 도끼로 나무를 실효성 없이 내려찍고 있는 되풀이 활동은 아닌지.나무를 베는 데 6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먼저 4시간은 도끼를 날카롭게 가는 데 쓸 것이다(Give me six hours to chop down a tree and I will spend the first four sharpening the axe.).이상적인 조직 변화 준비란 모든 조직 구성원이 변화의 지지자가 되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조직 변화 준비에 대한 연구 결과는 5요인 모형으로 점철된다. 첫째 요인은‘불일치(discrepancy)’이다. 현재 상태와 원하는 상태의 격차를 규명하고 알리는 활동이다. 불일치는 ‘왜 조직변화가 필요한가?’에 대한 답이다. 현황과 목표의 차이를 알려줌으로써 조직 구성원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동참하려는 의지도 싹트게 된다. 그러나 필요한 것이 항상 유익한 것은 아니다. 모름지기 조직 변화는 인식된 불일치를 완화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효능이 있어야 한다. 조직 변화의 유익한 가치가 ‘유의성(organizational valence)’이다. 남들이 하니까, 좋다고들 하니까 도입하는 것은 정당성이 약하다. ‘이 조직 변화는 우리에게 합당한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풍문에 경영진의 성장과 네트워크 형성에 기여해야 할 조찬회가 오히려 기업에 악영향을 준다고들 한다. 경영진은 빠른 성과를 기대하고 조찬회에서 들었던 경영기법을 도입하는 데 결말이 부정적이다. 시중에 유행한다고 우리 회사에도 유익하라는 법은 없다. 변화 추진자가 철저히 점검하더라도 조직 구성원에게도 충분히 전파, 설득해야 쓸모 있는 유의성이 형성된다. 불일치가 변화의 필요성이라면 유의성은 변화 도입에 대한 조직적 인정과 직결된다. 불일치와 유의성이 동시에 공인되어야 조직 구성원들이 합당한 변화의 이유와 필요성에 공감하게 된다.조직변화가 가져올 개인 차원의 유익한 ‘혜택(personal valence)’도 사전에 규명되어야 한다. 조직 구성원들이 조직 변화의 성과나 효능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작용할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효과에도 관심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조직 변화의 성과로서 기업의 효율성 및 효과성이 제고된 후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면 자연스레 조직 변화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조직 변화가 개인에게 자아실현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염두에 두었던 경력 목표 달성에 기여할 때 조직 구성원들의 수용도는 극대화된다. 따라서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보상제도, 업무 난이도, 경력개발과 같이 조직 변화와 관련된 인사제도는 미리 마련되어야 한다.네번째, 조직 구성원들이 제안된 변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변화효능감(change efficacy)’을 북돋워 주어야 한다.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과업을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변화 효능감은 성공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성공경험이 부족하다면 조직구성원들이 조직 변화에 필요한 지식, 기술,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음을 강조하여 자신감을 고취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를 개발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해 주어야 한다. 기존의 약점이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학습과 개발이 변화 효능감의 초석이 된다. 이런 투자에 인색한 기업은 아무리 겉모습이 화려하더라도 내부적 변화 동력은 제약될 수밖에 없다.가장 구비하기 힘든 요인은 ‘핵심 인물의 찬동(principal support)’이다. 기업 내 영향력 있는 리더나 동료의 지원과 참여를 말한다. 일반적인 영향력은 공식적인 지위나 전문성으로부터 발현되지만 조직 변화에 더욱 핵심적인 것은 ‘준거력(reference power)’이다. 준거력이란 특정한 인물에게 사람들이 일체감을 느껴 추종하고 신뢰하며 존경하는 힘이다. 준거력을 보유한 핵심 인물은 조직 변화에서 어떤 경영진이나 전문가보다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조직 구성원들은 핵심 인물이 변화에 반대하는지, 아니면 변화에 앞장서는지 관심을 갖는다. ‘어떤 조직변화이냐’도 중요하지만, 그 변화를 ‘누가 지지하고 있느냐’도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핵심 인물을 파악하여 조직 변화에 대한 홍보 및 설명을 사전에 수행하여 참여시키거나 찬동하도록 유도하는 사전 계획이 필요하다.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핵심 인물을 조직 변화의 주관 부서로 영입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현실의 대부분은 이와 정반대이다. 변화를 주도할 조직을 새롭게 구성하면서 핵심 인물은커녕 각 부서에서 역할이 애매했던 직원들이 차출되어 조직되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도 그럴 것이 각 부서의 관리자들이 본연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면서 핵심 인물을 선발해 줄 이유가 없다. 이러한 평판은 조직 구성원들에게 부지불식중에 빠르게 전달되어 변화 추진 과정에서 지원이나 협조를 원활하게 받을 수 없게 만든다. 조직 전반에 걸쳐 소통하는 조직 변화 업무의 특성상 이는 치명적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으므로 실패를 계획한 것이다.이상으로 조직 변화 준비로 정의된 불일치, 유의성, 혜택, 변화 효능감, 핵심 인물의 찬동은 조직 변화를 적극적으로 착수하겠다는 메시지이다. 조직 변화 준비 작업이라면 흔히 선행하여 도입한 기업들을 동종업계와 이종업계를 따져 찾아내고 성과를 확인하고 투입된 인력과 경비를 따져본다. 하지만 조직 변화는 결국은 연성자원(2016년 5월 4일자)인 사람이 움직여야 완성된다. 조직 변화 착수 전에 전달할 메시지의 내용, 전달자, 소통 방법과 피드백을 관리하는 체계적인 조직 변화 준비가 필요하다.마지막으로 조직 변화를 준비하면서 너도 나도 ‘최고경영진의 관심과 참여’를 주문한다. 참 쉬운 말이다. 최고경영진의 관심과 참여를 온전히 받을 수 있다면 조직변화뿐이랴, 어떤 과업도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튼튼한 지렛대와 받침목만 주면 지구를 들어올리겠다던 아르키메데스의 호언장담과 같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자금, 시간, 인력만 원하는 대로 충분히 주어지면 업무를 성공시킬 수 있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는 논리적 공백이 있다.게다가 현실에서 최고경영진의 관심은 항상 미온적이고 참여는 언제나 형식적이다. 냉소적인 비판이 아니라 우리가 인정해야 할 현실과 현상이다. 최고경영진이 몰입해야 할 영역은 많고 나름의 효과적인 안배는 당연지사이다. 혁신도 중요하지만 안정도 중요하다. 두 발을 허공에 띄운 저돌적인 공격을 난발하는 무술고수는 없다. 최소한 한 쪽 발은 항상 땅 위에 지지하고 나머지 손발로 싸우는 것이 정상이다. 곧 논리적이든 현실적이든 조직 변화의 성패를 최고경영진의 관심과 참여로 핑계 삼는 일은 불필요하다. 최고경영진의 관심과 참여가 미약하더라도 조직 변화를 성공으로 견인하려는 체계적 노력이 조직 변화 준비이다.2016-06-29 09:28:32
의도된 전략과 통제로는 조직변화 성공하기 힘들다

의도된 전략과 통제로는 조직변화 성공하기 힘들다

통제는 대부분 현실에 안 맞아실패 인정하는 열린 마음 있어야제재보다 구성원들의 공감 중요그래야 현재의 습관에서 탈피변화관리팀, 조직문화팀, 조직혁신팀 등의 부서를 운영하지 않는 기업은 찾기 힘들어졌다. 돌이켜 보면 1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에게 이런 명칭의 부서는 익숙하지 않았다. 단순히 서구선진기업을 모방한 조직구조로 볼 수도 있지만 불확실성이 높아진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신설된 부서라고 판단된다. 한편 지속되어온 파급력에 비해 아직도 정체성이 모호한 부서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구체적인 돈이나 사람을 관리하는 업무도 아니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변화나 문화를 관리한다니 쉬울 리가 없다. 다른 부서에서는 승승장구하고 능력을 인정 받던 인재도 이런 부서로 배치된 후에는 능력 발휘는 고사하고 동료들 눈치만 보는 신세가 되곤 한다. 그만큼 업무의 속성이 상이하다는 의미이다.대부분 제도교육은 교사가 문제를 출제하고 학생은 주어진 문제를 푸는 구조이다. 문제풀기는 잘 하면서 좋은 문제를 설제해 보라고 하면 난감해진다. 부지불식중에 우리는 이 구조에 익숙해져 자신의 업무를 스스로 발굴하고 정체성이나 의미를 스스로 규명하는 데 허약하다. 또한 문제를 ‘틀림없이’ 풀어야 직성이 풀리고 철두철미하다고 칭찬도 받는다. 주어진 과업이나 계획을 끝까지 고수함으로써 애초에 설정된 성과를달성해야 능력자로 인정받는다. 주어진 업무가 계획(plan), 조직(organize), 지휘(command), 조정(coordinate), 통제(control)라는 전통적인 서양식 관리행위(Henri Fayol의 주장)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추진되어야 흡족하다. 그러나 조직변화를 다루는 업무는 상의하향식(top-down)으로 주어지더라도 경계와 범위가 모호하다. 그래서 결과 및 성과를 미리 재단할 수 없고 좌충우돌하는 실행 과정에서 해법을 모색해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경영전략분야의 구루인 민츠버그(Henry Mintzberg)가 제시한 ‘전략실현의 흐름’에서도 이러한 차이를 강조한다. 종국에 실현되는 전략(realized strategy)은 숙고된 전략(deliberate strategy)과 창발적 전략(emergent strategy)으로 구성된다. 애초에 의도되었던 전략(intended strategy)은 숙고된 전략으로 실현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부합하지 않는 현실에 맞닥뜨려 실현되지 못한다. 비데이(Amar V. Bhide)의 연구에 의하면 성공기업의 93%가 초두에 수립한 전략을 모두 포기한다니 그 불확실성은 과히 전쟁을 방불케 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폐기되는 초기 전략의 일부는 창발적 전략으로 대체된다. 즉 애초의 전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야기된 문제나 포착된 기회를 통해 새롭게 수용된 전략이다.민츠버그는 의도된 전략과 숙고된 전략을 강조하는 반면 창발적 전략은 간과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한다. 경영학사에는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논쟁이 있다. 바로 혼다효과(Honda Effect)이다. 일본 기업인 혼다는 1960년대 슈퍼커브(Supercub)라는 배기량 50㏄의 소형 모터사이클로 미국 시장에 침투하여 대성공을 거둔다. 미 대륙에 진출한 지 5년여 만에 시장점유율 50%를 초월한 약진이었다. 기존에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과 트라이엄프(Triumph Motorcycles)가 500㏄ 이상 중대형 제품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혼다는 슈퍼커브로 마련된 교두보를 활용하여 중대형 시장까지 평정하게 된다. 슈퍼커브의 cub의 뜻이 ‘맹수의 새끼’였다고 하니 결과적으로 작지만 저돌적인 슈퍼커브의 이미지를 잘 아로새긴 제품명이었다.혼다의 성공은 앞다투어 컨설팅 회사나 경영대학원의 분석 대상이 되었다. 다각도의 수치 자료와 논리에 근거하여 ‘치밀한 전략’이 드러났다. 혼다의 성공 요인은 시장을 세분화하여 기존 경쟁자들의 관심 밖이었던 소형 모터사이클이라는 틈새를 공략하고 이미 일본에서 획득한 규모의 경제와 저원가를 토대로 효과적인 가격전략을 구사했으며 소형 모터사이클로 확보한 세분시장을 확장하여 중대형 시장까지 점령했다는 게 골자이다. 이 일련의 성공 시나리오는 경영학 수업의 교과서가 되었다.그런데 미국 시장 공략에 직접 참여했던 혼다의 경영진을 심층적으로 인터뷰한 연구결과는 달랐다. 그들은 ‘치밀한 전략’은 고사하고 시장에 대한 기초 지식도 없이 미국으로 건너갔다. 처음 사업 개시는 미국 모터사이클 시장의 성수기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져 어처구니없이 1년을 허비했다. 초기의 주력 제품은 소형이 아니라 250㏄와 350㏄ 제품으로 기존 경쟁자를 무모하게 직접 공략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더구나 잦은 클러치 고장과 기름이 새는 품질 문제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다 우연히 미국인들이 소형 모터사이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창발적 전략으로 수용함으로써 성공에 이른다. 소형 모터사이클은 원래 혼다 직원들에게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이들이 가방이나 간단한 짐을 휴대하고 편리하게 출퇴근하는 모습이 미국인들에게 신선하게 보였다고 한다. 결국 실패와 좌절 속에서 소형 제품이라도 한 번 시도해 보자는 시행착오가 성공에 이른 것이다.혼다 효과를 두고 학자들이 치열한 논쟁을 벌였지만 의도된 전략과 창발적 전략의 힘겨루기는 성패를 가리지 못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높고 경계가 모호한 조직변화의 특성상 실행 과정을 중시하면서 창발적 전략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팔머와 던포드(I. Palmer &R. Dunford)는 이러한 관점을 조직 변화의 6가지 이미지로 정립했다. 6가지 이미지는 변화관리를 ‘변화’라는 결과물과 ‘관리’라는 행위로 구분하고 이를 조합하여 구성한 것이다.결과물로서의 변화는 미래의 상태 또는 바람직한 결과를 의미하는 변화 관리의 목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제도나 기술 도입과 같이 사전에 의도된 구체적인 목표에 익숙하다. 하지만 신대륙 발견을 위한 항해나 부모가 자식을 양육하는 방식의 조직변화라면 구체적인 목표 수립은 불가능하거나 의미가 없다. 항해와 양육의 목적은 뚜렷하더라도 항해의 궁극적 도착 지점이나 아이가 갖게 될 직업이나 전공을 의도적으로 예단하기는 힘들다.한편 보편적인 관리행위는 통제가능성을 전제한다. 하지만 조직변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 조직변화는 이해관계자 또는 조직구성원과 소통에 의해 지속적으로 형성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지시형 변화는 설계도에 따라 건물을 세우는 건축에 비유할 수 있다. 변화의 의도된 결과물(건물)이 명확할 뿐만 아니라 짓는 과정도 통제가 가능해서 조직구성원은 주어진 임무를 지시에 따라 수행하면 된다. 코칭형 변화는 바람직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성취하는 데 상의하달의 변화임무를 강제하지 않는다. 통제보다는 조직구성원이 조직변화에 스스로 공감하고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변화가 불편하더라도 스스로 현재의 안정화된 습관, 관습으로부터 탈피하도록 지식과 기술을 지원한다.변화의 결과를 의도할 수 없다는 여건에는 보육형 변화와 양육형 변화가 있다. 변화 노력만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으며 이에 반응하는 과정에 조직이 학습하고 성장하는 경로에 의해 결과가 결정된다. 결국 조직의 역량이나 특성에 의해 결과가 결정된다. 흔히 콩나물 키우기에 비유되는 아동교육이 적합한 예이다. 콩나물에 물을 주면 고스란히 그냥 흘러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콩나물은 나름대로 자란다. 애써 준 물을 머금지 못하는 콩나물을 비난하지도 않는다.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고 잠재적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영양분을 제공하는 것이 변화관리의 역할이다. 보육형은 합법적,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는 고아원에 가깝고 양육형은 직접적인 통제보다 스스로의 잠재력, 면역력, 자생력을 제고하는 변화풍토의 조성을 통해 간접적인 변화를 추구한다.조직 변화가 지지부진하고 곤란한 처지라면 상기된 연구 내용을 반추해 오류를 점검해 보자. 혼다 효과처럼 우리는 영웅을 만들기 좋아한다. 성공적 결과에 사로잡혀 달성하는 과정까지도 단선적인 인과관계로 치장해 버린다. 논리정연하고 이해가 쉬울 수는 있지만 멋진 성공에 대한 후광효과일 뿐이다. 그럴 듯한 벤치마킹 이야기를 그대로 복제하는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면 애초에 신기루를 좇는 것이다. 진정한 영웅담에는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 처절한 좌절과 갈등, 우연한 구사일생 등이 인생역정으로 반드시 포함된다. 합리적인 분석으로는 실패하는 인생이어야 한다. 그 이면에 숨겨진시행착오를 인정하는 열린 마음과 학습 역량으로 실현된 창발적 변화를 볼 수 있어야 한다.많은 실무자들이 일반 업무와 동일선상에서 무턱대고 지시형 변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지시형 변화가 유효하려면 조직변화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이해관계자를 장악할 막강한 권력을 보유해야 한다. 세밀한 설계도와 저항 없이 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자원이 없다면 실패한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대다수 기업의 조직변화는 계획과 통제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계획된 통제는 항상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조직변화에 대한 의도 가능성과 통제 가능성을 진단하고 적합한 변화전략을 선정해야 한다.창발적 변화의 가치는 새로운 시도를 통한 학습에서 비롯된다. 이와 반대되는 실무적 개념은 관습화된 철저한 분석이다. 기업환경이 안정되었던 과거에는 면밀한 분석이 미덕이었다. 하나 지금은 완벽한 분석에 몰두하면 실기하게 된다. 몇 달 동안 수 차례 보완된 보고서를 검토하고도 경영진이 뱉는 반응은 ‘OO 방면의 자료를 좀더 찾아 보고 보완합시다’ ‘좀더 두고 봅시다’라고 미루기 일쑤이다. GE의 워크아웃(Workout)에서 눈여겨볼 원칙이 있다. 도출된 아이디어의 75%는 채택/폐기를 즉시 결정하고 나머지 25%도 30일 이내에 결정하도록 만든 경영진의 임무이다. 그들은 이를 ‘의사결정의 속도’라고 부른다. 완벽한 정보와 계획으로 숙고된 전략을 구사하기보다 적절한 수준의 정보와 계획으로 신속하게 시도하고 시행착오와 적응력으로 창발적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2016-06-15 08:26:50
조직변화 몰아붙이기보다 저항력부터 낮춰줘라

조직변화 몰아붙이기보다 저항력부터 낮춰줘라

조직 움직이던 기존 작동원리무지•무시 땐 갈등과 저항 유발성공적으로 조직을 바꾸려면섬세하고 면밀한 역량 갖춰야역설적이지만, 한국 공무원들이 쉽게 변화하지 않는 것이 다행스럽다는 단상이 들곤 한다. 일제강점기, 전쟁, 독재를 경험한 탓일까? 유독 우리 국민은 정치에 관심이 많다. 사소해 보이는 정치적 이슈 하나하나에 국가의 사활이 걸린 듯하다. 올바른 통치에 대한 열망은 정치인도 다를 바 없으리라. 어떤 정권이든 공무원의 무사안일, 관료적 행태에 불만을 토로한다. 자기 뜻대로 잘 따르지 않고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이 혁신에 기민하고 정권의 입맛에 수시응변하는 집단이라고 가정해 보자. 만약 나와 정견이 다른 정권이 들어섰을 때, 내가 원하지 않는 세상으로 일체 뒤바꿔 버린다면 끔찍한 사태가 될 것이다. 더구나 무능한 정권에 발맞춰 공무원이 쉽게 따라서 변한다면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다.워낙 관료제라는 용어에 부정적인 의미가 덧씌워져, 막스 베버(Marx Weber)가 체계화했던 19세기에는 관료제가 최첨단의 통치체제였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다. 베버의 시대에 유럽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되던 과도기였다. 도시의 산업화 속도와 규모는 소수의 귀족과 왕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대소사가 결정되던 왕정체제의 한계를 부각시켰다. 또한 산업도시에서 급증하는 노동자 수만큼 착취의 문제도 심각했다. 불안정한 고용, 장시간 노동, 저임금에 시달렸다. 15세 전후의 아이들까지 공장과 탄광에서 12시간 이상 작업했다는 당시 기록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인간사회 전체의 부는 증대되었지만 인간사회 전반적인 삶의 질은 불우해지던 불합리의 시대였다.베버의 문제의식은 ‘권력이 집중된 인간이 자행하는 불합리한 자의적 판단’에 집중되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권력행사에서 비합리적인 인간을 배제시켜 규칙과 법에 따르도록 고안된 조직이 관료제이다. 관료제의 특장점은 집중된 권력을 쪼개어 전문화하며 규칙과 법을 기계적으로 지킴으로써 직권남용을 방지하는 데 있다. 이로써 베버는 관료제를 효율성과 합리성을 극대화하는 조직구조라고 믿었다. 당연히 완전무결한 조직구조는 없다. 법규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기계적 소극성으로 보수화되는 관료제의 단점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각설하고 공무원이 답답하고 변하지 않는다는 그 ‘변화’를 되짚어 보자. 겉으로는 유연하고 적극적인 법규적용에 대한 아쉬움들이다. 그러나 행위주체인 공무원의 입장에서 보면 주어진 법규를 시류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하라는 요구이다. 인간의 임의적 판단을 지양하여 평등을 추구하려던 관료제의 원래 취지와는 부합하지 않는다. 원하는 변화에만 몰두하다가 자칫 관료제의 긍정적인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그렇다고 변화를 주창하는 측이 반대급부로 부각될 직권남용과 불평등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다. 상황이 이렇고 보면 공무원이 변화에 더디고 변화를 가로막는 저항과 갈등이 일편 이해가 된다.공무원의 무사안일을 옹호하자고 꺼낸 화두는 아니다. 모든 변화에 앞서 조직을 움직이던 기존의 작동원리가 있다. 이에 무지하거나 무시하면 변화에 대한 갈등과 저항이 유발되어 원하는 변화는 지체되거나 실패로 이어진다. 사회심리학의 아버지로 일컫는 레빈(Kurt Lewin)도 조직변화의 첫 단계로서 이를 강조한다. 그는 성공적인 조직변화는 해빙(unfreezing)-변화(moving)-동결(refreezing)의 3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역설한다. 네모나게 얼어붙은 얼음을 삼각형으로 바꾼다고 가정해 보자. 해빙단계는 원하는 형태로 변하기 쉽도록 녹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함에 중점을 둔다. 만약 해빙단계가 부실하면 여전히 단단한 얼음을 삼각형으로 억지로 맞추면서 깨지거나 얼음 파편이 사방에 흩어질 것이다. 종국의 결과도 예상했던 미려한 삼각형이 아니라 울퉁불퉁하여 흉한 모습이 되고 만다. 레빈은 각 단계가 짧거나 경미하게 진행될 수는 있으나 건너뛸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레빈은 역장이론(force field theory)으로 변화환경을 자기장에 비유하여 해빙단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다. 조직변화를 이끄는 추진력(driving forces)과 변화를 거부하는 저항력(restraining forces)이라는 두 힘이 역동적으로 작동한다고 보았다. 두 힘이 균형상태이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조직변화는 추진력이 저항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클 때 발생한다. 그가 제안하는 효율적인 변화는 추진력의 강화가 아니라 저항력의 약화이다. 저항을 약화시키는 활동이 첫 번째 변화단계인 해빙단계이다.레빈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국방부 산하의 연구소에서 특별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병사들의 식습관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요청받았다. 미 국방부는 단백질 부족으로 야기되는 병사들의 건강문제가 무기나 탄약의 보급보다 전투력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슈를 안고 있었다. 동물의 창자, 간, 심장, 허파 등의 장기를 섭취하면 단백질 결핍을 쉽게 해결할 수 있으나 문제는 당시 서양인들이 잘 먹지 않았거나 혐오하던 부위들이었다. 해당 부위의 영양가를 홍보하고,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하여 전달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담은 선전도 이어졌지만 종전이 될 때까지도 소비진작에는 실패했다. 마치 한국인들에게 유럽의 고급요리라는 달팽이의 영양가나 맛을 홍보한다고 선뜻 먹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리라.종전 후에도 레빈의 주장은 다양한 실험으로 증명된다. 그중에 예일대학교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이 흥미롭다. 학생들은 파상풍 및 예방접종의 필요성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교육 종료 후 학생 대부분은 강의내용을 납득했고 교내의 보건소에서 예방접종을 받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하지만 3%에 불과한 학생들만이 예방접종을 받았다. 이와 비교하여 다른 집단의 학생들에게는 추가로 보건소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와 예약가능 시간표를 배포하여 확인시켰다. 그 결과 28%의 학생들이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한다.변화를 기획하고 추진하면서 우리는 부지불식중에 정당성과 합법성에 몰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심해지면 변화를 강요하고 명령하거나 부당해 보이는 ‘현재’를 서슴없이 금지하고 처벌하기도 한다. “이렇게 좋은 것을 왜 안 하지?”라고 답답해한다. 그러나 레빈의 연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무리 올바르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심지어 그에 수긍까지 하더라도 행동변화로 직결되지 않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가 “머리에서 손까지”라고 한다. 아는 지식과 실천하는 행동의 간극을 잘 표현한 경구이다. 소극적인 조직구성원이 반드시 변화의 합당함을 몰라서 엉거주춤 머뭇거리는 것은 아니다.변화의 추진력에 몰두하기보다 저항력을 줄이는 데 관심과 노력을 배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머리로 이해하더라도 가슴으로 공감하고 손으로 실행하는 과정에 항상 저해요소는 존재하게 마련이다. 변화에 대한 갈등과 저항은 마치 물리학에서 마찰력과 같다. 간과해서는 안 되는, 변화와 공존하는 요소이다. 저항과 갈등의 수위를 낮추는 해빙단계를 변화준비단계부터 고려하여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현재까지 연구에 의하면 조직변화의 실패는 저항력에 대한 부적절한 이해와 추진력에 대한 과도한 기대에서 야기된다. 이런 측면에서 나심(SaboohiNasim)과 스쉴(Sushil)이 추진력과 저항력의 역학관계를 정리한 4가지 모델은 조직변화의 속성을 간파하고 갈등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준다.그들은 저항력을 현 상태를 유지하여 조직의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지속성의 힘(forces of continuity)’으로 명명하고 긍정적인 면도 강조한다. 여기에는 조직의 핵심 이데올로기, 핵심 역량, 문화, 현 상태의 고성과 등이 해당된다. 일반적으로 저항력은 변화의 가속도에 방해가 되므로 변화에 반하는 갈등과 저항으로 인식되지만 항상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진취적인 문화나 핵심 이데올로기가 조직변화를 수행하는 데 오히려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첫 모델은 추진력과 저항력이 서로 독립적이며 조직의 성과에도 두 가지 힘이 독립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조직성과는 추진력과 저항력의 효과를 각각 총합하는 개념이다. 이 모델은 소규모의 조직변화로서 그 영향도 국소적이므로, 타 부서나 기존 체계에 미치는 충격도 미미할 경우에 해당한다. 두 번째 모델은 추진력이 조직성과에 미치는 영향력이 저항력에 의하여 조절된다. 두 힘이 독립적인 관계이지만 저항력은 조건적 환경으로 작용한다. 즉, 저항력이 높다면 추진력에 의한 성과는 낮아지고, 저항력이 낮은 조건에서는 그 반대이다.추진력과 저항력의 동시 추구를 강조한 세 번째 모델은 각각의 총합이 아니라 서로의 영향이 상쇄된 절대값이 조직성과이다. 최근 회자되는 양면역량(ambidextrous capability)의 개념으로, 서로 모순관계인 추진력과 저항력을 동시에 추구하여 균형을 관리함으로써 조직성과를 제고한다. 마지막 모델의 조직성과는 저항력을 배경으로 실현된다. 기존 저항력은 조직성과뿐만 아니라 새롭게 추진하는 변화 추진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저항력의 강약에 따라 추진력 자체가 반감할 수도 있다. 1990년대 초의 조직변화 연구자들이 가졌던 견해로, 저항과 갈등은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다.야근을 근절하겠다고 저녁이면 사무실 조명을 소등하는 기업이 최근 화제가 되었다. 물론 변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야근을 성실로 인정하는 문화, 합리적인 업무분장과 업무량 등의 야근 저항력은 무시한 채 불을 끈다고 될 일은 아니다. 조직변화를 구축함에 있어, 추진력도 긴요하지만 저항력을 파악하여 약화시킬 방책도 반드시 필요하다.그러나 저항력에 대한 방책은 조직변화만큼 거창하지 않다는 점을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다. 앞서 ‘예방접종 실험’에서 단순히 보건소가 표시된 지도를 보여 줌으로써 저항력을 낮추었다. 더구나 학교 지리에 밝은 4학년생들이라 보건소 위치는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레빈은 이와 같이 사소하지만 행동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물길요인(channel factor)이라고 불렀다. 들판에 도랑물이 흐르면서 만드는 길은 작은 돌멩이, 미미한 바람, 낮은 경사에도 경로를 바꾸게 된다는 점에 착안한 명칭이라고 한다. 원대한 조직변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강력하게 몰아붙이기 이전에 소소하지만 저항력을 낮춰줄 물길요인을 발굴•관리할 수 있는 섬세하고 주도 면밀한 역량이 요구된다.2016-06-01 07:57:07
부서 간 경계에 쌓인 '쓰레기'부터 치워야 조직 변화

부서 간 경계에 쌓인 '쓰레기'부터 치워야 조직 변화

조직 내 부서끼리 담쌓고협력하지 않는 '사일로 효과''기능조직'일수록 악영향 커단위조직 개선활동 강화해한계효용성 떨어지고 있다면부서 간 경계에서 해답 찾아야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초등학교 교사는 일제강점기에 목조로 지어졌던 건물이 흔하게 사용되었다. 자재가 나무인데다 건축술이 발전되기 전이니 한 층에 십여 개의 학급이 길게 늘어선 복도식이었다. 아마 중년의 나이라면 걸을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가 나던 나무복도에 대한 추억이 누구나 있으리라. 복도청소를 유난히도 열심히 했었는데,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으나 기름칠한 걸레를 사용하여 반질반질하도록 닦았던 기억이 난다. 요즘 새롭게 분양되는 주택에 깔린 대리석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윤이 나게 닦았다. 그 교실에서 학생들은 신발을 벗고 실내화를 신고 생활했고 쿵쾅거리며 시끄럽게 걷지 않도록 귀에 딱지가 앉도록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개구쟁이들은 선생님 감시의 눈이 사라지면 매끄러운 복도에서 미끄럼을 타는 장난도 잊지 않았다. 복도 끝에서 뛰어와서 중간 즈음에서 멈춰서면 멋지게 미끄러져 가는 놀이를 선생님 몰래 즐겼던 것이다. 어느 날 우리의 놀이터이자 노역(?)의 대상이었던 복도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첫 수업 전에 우리는 여느 때와 같이 나무 복도에 기름을 먹이는 청소를 하고 있었다. 나는 2학년 1반이었는데 그날 따라 2학년 2반 녀석들이 복도의 쓰레기를 우리 반쪽 복도로 은근슬쩍 자꾸 밀치는 것이다. 수업 시작 종이 울리지 않았다면 그 쓰레기를 네 것이네 내 것이네 하면서 한바탕 소란이 났을 지도 모를 일이다. 정확히 어느 순간에 종소리가 났는가 하면, 걸레로 쓰레기를 서로 밀치며 신경전을 벌이다가 두 학급의 복도 정중간에 일직선으로 쓰레기가 정렬될 즈음이었다. 우리는 조회를 위해 들어오시는 선생님을 피해서 교실로 후다닥 들어가게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빼곡히 일직선으로 정렬된 복도의 쓰레기를 보고 당연히 사태를 간파하셨으리라.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엄청나게 화를 내셨다. 선생님께서는 우리 두 학급 학생들을 모두 운동장으로 불러내어 주먹 쥔 상태로 엎드리게 하고는 훈계를 하셨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면 꽤나 오래된 일이지만 그 때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을 잊을 수가 없다.“이 놈들, 두 학급의 경계선이 제일 깨끗하게 청소되어야 한다. 복도의 경계선 청소는 우리 1반, 2반이 서로 중첩으로 담당하는 청소구역이다. 1반이 경계선 너머 2반 쪽으로 조금 더 청소해 주고 2반도 1반 쪽으로 마찬가지로 깨끗하게 닦아 주면, 경계선이 그 어디보다 깨끗해야 한다.”얼핏 소아적 이기심이나 장난으로 웃고 지나칠 수 있는 청소 사건이다. 선생님의 간명하고 호혜적인 교훈은 지당하여 교과서에 나옴 직하다. 그러나 실상은 성인들로 구성된 조직에서도 무척 지키기 힘든 일이다. 변화관리 또는 조직설계와 같은 컨설팅을 수행하다 보면, 초등학생 청소의 신경전보다 더 유치한 일도 많이 경험하게 된다. 대부분이 내 부서 일이 가장 많고 힘들다며, 다른 부서에서 일을 못해서 어쩔 수가 없단다. 분명히 넘쳐나는 쓰레기가 확증되어도 부정하거나 제 것이 아니라고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서로의 역할을 새롭게 규정하고 그 가장자리에 애매하게 위치한 일들은 서로가 힘을 합쳐서 해결하자고 하면, 서로의 책임으로 미루며 저항해 다투거나 ‘내 몰라라’ 하고 미적거리는 경우가 의외로 허다하다.파이낸셜 타임스의 수석편집장, 테트(Gillian Tett)는 이러한 현상을 곡물 창고에 비유하여 ‘사일로 효과(organizational silo effect)’라고 부른다. 사일로는 농촌을 배경으로 한 외국영화에서 가끔씩 볼 수 있는 굴뚝처럼 생긴 원통 모양의 창고인데 원래는 사료나 곡식을 저장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조직 내 부서들이 사일로와 같이 서로 담을 쌓고, 다른 부서나 외부와는 소통도 협력도 기피하는 현상을 빗댄 것이다. 부서 이기주의까지 겹치게 되면 모름지기 사일로 효과는 조직의 발전과 변화를 저해하는 장애가 된다. 조직이 비대해질수록 악영향은 더욱 커진다.사일로 효과는 조직관리 측면에서 뿌리도 깊고 심리적 측면에서도 인지상정이다. 사일로 효과가 표출되는 대표적인 조직구조는 기능조직(functional organization)으로, 산업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 생산, 마케팅, 물류, 재무 부서 등의 기능별로 분화된 구조이다. 이러한 수평적 분화는 전문화(specialization)를 통해 효율과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전문화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생산성 증대의 방책으로 주창한 분업(division of labour)으로부터 테일러(Frederick W. Taylor)의 과학적 관리법, 포드주의(Fordism)로 이어져 산업계에 정착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고안된 조직구조가 기능조직이다. 산업혁명 이후부터 능률향상, 원가절감에 초점을 두고 잔뼈가 굵어졌다. 기능조직은 현대 기업의 전반적인 전문성을 육성, 제고하는 데 기여하였고, 그 특장점은 지금도 유효하다. 경계를 제거한다고 아메바조직, 가상조직 등을 운운하는 호사객의 주장처럼 기능조직을 섣불리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사회심리학자인 타즈펠(Henri Tajfel)은 인간의 비합리적 편견을 연구하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두 분류로 범주화하는 경향을 밝혔다. 우리는 부지불식중에 자신이 소속되었다고 느끼는 내집단(ingroup)과 그렇지 않은 외집단(outgroup)으로 세상을 나눈다. 나아가, 구분된 집단에 따라 정보 해석에 왜곡이 발생하게 된다. 전형적인 예는 내집단 편애(ingroup favoritism)와 외집단 폄하(outgroup derogation)라고 불린다. 요컨대 ‘팔이 안으로 굽지, 밖으로 굽나!’라는 우리 속담과 상통하는 현상이다. 내집단은 가치, 규범, 생활양식 등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실수, 오류 또는 실적을 예상하거나 평가할 때 더욱 관대해진다. 외집단은 그 반대이다. 이러한 관대화의 차이는, 성과에 대한 원인을 설명하는 양식에도 내∙외집단에 따라 상이한 고정관념이 나타난다(기본적 귀인오류(fundamental error of attribution)라고 부른다). 내집단의 성공은 역량, 성격, 노력 등의 내적 요인에서 원인을 찾지만, 외집단의 성공은 조건이나 상황과 같은 외적 요인에서 찾게 된다. 부정적인 실패에 대해서는 반대의 근원지를 찾게 된다. 내집단의 실패는 외적 요인에서, 외집단은 내적 요인에서 원인을 들추어낸다. 한국과 일본의 축구경기 결과에 대해 각 나라의 국민들이 해석하는 방법은 다를 것이다. 자국의 승리는 능력, 노력의 결과이고, 패배는 운이 없었거나 편파적인 심판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또한 내집단의 다양성은 과대하게 인식하는데 외집단의 다양성은 무시된다(외집단 동질성효과(outgroup homogeneity effect)라고 부른다). 내집단에 속한 개인들의 개성, 가치관, 성격이 실제보다 다양하다고 인식하는 반면, 외집단은 유사한 성향의 개인들이 모였다고 느끼는 편향이다. 이 역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정당(내집단)에서 돌발적인 사고가 일어나 ‘개인적 일탈’이라고 가볍게 넘어가지만, 반대하는 정당(외집단)이라면 ‘다 똑 같은 놈들’이라고 엄중하게 해석하기 일쑤이다. 우리가 미국인, 호주인, 캐나다인을 구별 못하듯, 그들도 일본인, 한국인, 중국인을 동일하다고 보는 현상도 같은 이치이다.이상의 내∙외집단에 대한 차별적 선입견은 굳이 심리학적 설명이 없더라도 실생활에서 누구나 느끼고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강력하고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험에 의하면, 가위바위보와 같이 의미 없고 하찮은 기준으로 집단을 배정하더라도 사람들은 내∙외집단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편애 및 폄하, 귀인오류의 편향된 행동을 한다. 따라서 기업현장에서 자신이 소속된 부서를 내집단으로 인식하면서 발생하는 고정관념은 개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더욱 공고할 수 밖에 없으며, 다른 부서와의 상호작용 및 소통 방식에 다분히 영향을 미치게 된다.이상으로 사일로 효과의 저변에 작동하는 기능조직과 심리적 선입견을 살펴보았다. 이전의 기업환경에서는 부서 간 소통이 다소 원활하지 않더라도 기능조직의 사일로 효과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효율적 분업과 전문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기능조직의 가치가 충분했기 때문에 묻히고 숨겨져 있었다. 내∙외집단 고정관념으로 부서 간 소통과 협력이 위해되는 폐단도 일정 용납되거나 선의의 경쟁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정보기술이 발전하면서 조직의 대다수 기능은 평준화, 일반화되어 차별적 역량으로서 힘을 잃고 있다. 스타트업(startup company)이 아닌 이상, 조직을 형성하는 인사제도, 구매경로, 생산방식, 마케팅전략 등이 경쟁사와 대동소이하다. 심지어 각 부서가 지니고 있는 문제까지도 다른 기업과 유사하다. 이 즈음되면 개별 부서의 역량을 보강, 완결하는 노력은 한계효용이 떨어진다. 다잡아야 할 부서 내 결함이나 오류가 없진 않겠지만, 개선 노력에 비해서 가성비가 낮은 사소한 것들(trivial many)이다. 실효성이 없는 일에 진부한 방법으로 매달리다 보면 역동성도 새로움도 없는 사이비 변화(▶3월 16일 [우형록 교수의 변화를 넘어 미래로] #LB@LT!1#LB@GT!사이비 변화(pseudo-change)에서 탈출하라 참조)로 경도되고 만다. 열심히 하지만 효과는 확인되지 않는다.개별 부서의 개선 활동과 전문성 강화에 한계효용이 떨어지고 있다면, 부서 간 경계에서 답을 모색해야 한다. 유사한 문제가 몇 해가 지나도 해결되지 않고 만성화된다면, 특정 부서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기능적 시각으로는 발견하기 힘들지만, 작금에 선진기업의 성공과 경쟁우위는 부서 간 경계로부터 창출된다. 사일로 효과를 원만하게 타개할 수 있는 조직의 능력은 중요한 변화역량으로서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의미이다. 그 동안 부서 내의 문제에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오명을 들을까,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애를 썼다. 반면에 부서 간 경계의 문제에는 부정적이고 소극적이었다. 덮어 버리거나 애써 외면하기 일쑤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미명 하에 발설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악습도 흔하다. ‘벌레 든 깡통’을 여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는 꼴이니, 아무도 깡통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말로만 쉬운 ‘무경계 조직(boundaryless organization)’을 해결대안으로 강변하는 것은 반의어를 내보이는 언어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기존 시스템에 체계적인 변이를 주입해야 한다. 긴요한 변이로 ‘수직적 구조의 수평화’, ‘수평적 구조의 수직화’를 동시에 시도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상급자와 직원들이 수평적으로 평등하지 못하면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경계의 문제는 특히 그러하다. ‘네 일이나 잘 하시오’라는 핀잔으로 무시되는 문화에서는 입을 닫게 된다. 어차피 문제를 찾아서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은 현장에 있는 하급자에게 있다. 따라서 직급에 관계 없이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조직의 수평적 관계는 고객과 시장 중심으로 불평등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판매부서는 마케팅부서에, 마케팅부서는 생산부서나 연구개발부서로 VOC(고객의 소리)를 밀쳐내는 행태를 근절하려면 수직적 구조로써 통제해야 한다. 고객과 직결된 부서에 상대적인 권한을 부여하여 강고한 지원, 협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긴요한 변화는 인식의 전환이다. 우선 기업의 문화를 점검해 보자. 경계에 쌓인 쓰레기를 부정적인 문제로 취급하고 있는지,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긍정적인 기회로 평가하는지.2016-05-18 09:2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