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FA-50, 구형 미사일로 '급한 불'…'비전투기' 오명 벗는다

폴란드 공군이 도입한 한국산 FA-50GF 경전투기가 구형 공대공 미사일로 임시 무장을 시작한다. 도입 초기 무장 부족으로 '비전투기'라는 비판에 직면했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폴란드 국방부는 FA-50GF 경전투기에 탑재할 AIM-9L 사이드와인더 미사일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29일(현지시각) 디펜스24, 밀리타르니 등 현지 국방 전문 매체에 따르면, 계약 체결식에는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슈 부총리 겸 국방장관과 파베우 베이다 국방차관이 참석한다.

이번 계약에 앞서 폴란드는 한국 공군 퇴역 기체에서 나온 구형 AIM-9P 미사일을 빌려와 FA-50GF에 장착, 운용해왔다. 이번 AIM-9L 도입은 제한된 공중 요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폴란드는 FA-50으로 낡은 소련제 MiG-29, Su-22 전투기를 대체하고 조종사 전환 훈련에 활용하고 있다.

폴란드는 2022년 7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FA-50GF 12대, FA-50PL 36대 등 총 48대의 FA-50 계열 항공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FA-50GF 12대는 2023년 하반기에 모두 인도됐으나, 처음에는 AGM-65 매버릭 공대지 미사일과 JDAM, Mk 82 폭탄 등 지상 공격용 무장만 통합됐다.
이러한 배경에서 지난해 9월 체자리 톰치크 국방차관은 FA-50 조달 과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아마도 세계 최초의 비전투 훈련-경공격기일 것"이라며 "훈련은 가능하지만, 전투 능력은 없는 훈련-경공격기를 보유하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FA-50GF는 폴란드가 F-16과 F-35 전투기를 위해 도입한 최신형 AIM-9X 미사일과 호환되지 않는다. 때문에 단종된 구형 모델인 AIM-9L/M/P 버전만 운용할 수 있어, 실전 투입보다는 훈련 및 나토(NATO)의 공중초계 임무 등에 제한적으로 운용된다.

하지만 폴란드 군 당국은 FA-50GF를 앞으로 성능이 개량된 FA-50PL 사양으로 차례로 개선할 계획이다. 2025년부터 2028년까지 도입할 FA-50PL 36대는 폴란드 공군의 요구에 맞춘 '폴란드형(Polonized)' 사양으로, AESA(능동전자주사배열) 레이더인 '팬텀스트라이크(PhantomStrike)', Link 16 데이터링크, 공중급유기능, 스나이퍼 ATP(첨단 타게팅 포드) 등을 탑재해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다. 이를 통해 F-16, F-35와 동일한 최신 단거리 미사일인 AIM-9X를 헬멧 장착 조준(HMD) 시스템과 연동해 운용할 수 있다.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AIM-120 암람(AMRAAM)의 통합은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폴란드의 강력한 요구로 통합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나, 미국 정부의 승인과 별도 예산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련 타당성 조사는 2025년 4분기에 완료될 예정이며, 실제 통합에는 약 2500억 원의 비용과 3~4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FA-50은 KAI가 록히드마틴과 함께 개발한 고등훈련기 T-50을 바탕으로 만든 경전투기다. 2022년 계약 당시 FA-50GF 12대의 계약금액은 약 7억 500만 달러(약 9619억 원), FA-50PL 36대는 23억 달러(약 3조 1383억 원)였다. 폴란드 공군은 FA-50 시리즈로 전력을 현대화하고 나토 표준을 강화하고 있으나, 핵심 무장인 암람 통합과 앞으로의 무장 현지화 등은 오랜 과제로 남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