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5 17:01
‘에너지 안보’라는 말은 오랫동안 자원의 안정적 확보와 수입처 다변화라는 틀 속에 갇혀 있었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는 에너지가 단지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외교 전략의 핵심 사안이 될 수 있음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이후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입국들은 비축, 효율 향상, 공급처 다변화 등을 중심으로 ‘공급 안정’ 전략을 에너지 안보의 정답처럼 여겨왔다. 이러한 접근은 석유와 가스라는 물리적 자원을 중심으로 작동하던 20세기형 에너지 체계에 부합하는 것이었으며, 일정 기간 동안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체계를 유지하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그 전제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2025.06.13 08:32
고액 세금 체납자들의 재산 빼돌리기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고가의 호화로운 주택에 살면서 실제 거주지는 자녀나 부모 주소지, 지인의 소형 오피스텔로 옮겨 재산이 없는 것처럼 꾸미는 것은 고전에 나올법한 수법이다. 차명계좌와 명의신탁, 은행 대여금고를 이용해 재산을 은닉하며, 비밀 금고에 금괴와 수표를 넣어 두고나 아예 수표 다발을 쓰레기로 위장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을 동원한다. 국세청은 지난 10일 고액 상습 체납자들이 이처럼 지능·변칙 수법으로 재산을 숨기고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며 잠복·수색 등을 통해 호화 사치생활 체납자의 재산을 찾아내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은 물론, 체납처분 면탈범과 방조범은2025.06.12 13:22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개혁개방으로 중국 경제를 일으킨 덩샤오핑의 유명한 말이다. 덩샤오핑은 1992년 1월 18일부터 2월 22일까지 우한·선전·주하이·상하이 등 중국의 남부지방 일대를 방문하면서 많은 어록을 남겼다. 중국에서는 이를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라고 부른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정책을 처음 발표한 해는 1978년이다. 그 10주년이던 1989년 톈안먼 사건이 벌어졌다. 1991년에는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했다. 이로 인해 중국 내부에는 개혁개방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심화됐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며 철회를 요구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공산당의 과격 보수주의적인2025.06.12 13:21
국민의힘은 6·3 대선 참패 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내부 갈등만 확인한 채 구체적 해결책이 없이 표류하는 상황이다. 김용태 비대위원장 거취 문제와 전당대회 일정 논의는 계파 갈등으로 번졌고, 친윤계는 개혁 시도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의 강화 수단으로 이용하며 내홍을 키웠다. 의원총회는 대선 패배 원인 분석보다 책임 회피에 집중하는 장으로 변했다. 국민의힘은 정치적 정체성과 기능을 사실상 상실했고, 유권자들의 분노는 냉소로 변했다. 보수 정당에 대한 신뢰는 이미 되돌리기 어려울 만큼 붕괴됐고, 조직적 무책임이 정당 본질을 심각히 훼손했다. 당 지도부는 “모두의 책임”이라는 모호한 구호로 핵심 책임자를 숨기며 책2025.06.11 13:39
도봉산의 암봉(巖峰)들이 정겹게 말을 걸어오는 아침, 창가에 앉아 산을 한참 바라보며 ‘산멍’을 한다. 다리를 다친 후로 새로 생긴 습관이다, 거의 매일같이 산을 오르다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다리를 다치고 보니 등산은커녕 입산(入山)조차 어려워졌다. 그렇다 보니 기껏해야 창가에 앉아 망산(望山)이나 하며 산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게 고작이다. 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리움은 손끝에서 피어난다’라고 했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그리움이 곧 손 닿지 않는 거리에 대한 간절함이란 걸 새삼 깨닫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산을 오를 수 있는 사람은 산을 좋아하긴 해도 그리워하지는 않는다. 창 너머 초등학교 담장에 선홍색 장미2025.06.10 04: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100% 얻을 것"이라며 군사력 없이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문제 해결에 군사적 옵션을 고려하지 않지만 다른 방법으로 이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국제사회에서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오는 15일(현지 시각) 그린란드를 찾는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그린란드 합병' 위협을 시작한 이후 외국 정상의 첫 방문이다. 유럽 영토를 차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유럽 차원의 반발이라고 덴마크 정부는 설명했다.트럼프 미 대통령의 영토 확장 시도는 단순한 외교적 발언이 아니다. 그는 그린란드 매입부터2025.06.09 06:21
지구는 흙 물 열 숨(風) 네 가지 원소의 집합체이며 사람과 동일다. 이러한 땅은 뭇 생명을 낳고 길러준다. 이로 인해 온갖 생명이 유지된다. 좋은 공기와 물, 그리고 먹을거리로 덕을 베풀어 줄 뿐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 거기다가 뭇 생명을 살아가게 해주되 더럽고 깨끗하고 선하고 악하고 부귀하고 빈천한 신분을 차별하지 않는다. 생명을 다하면 주검까지 품어준다. 그리하는 것이 땅의 법도이고, 그 법도는 변하지 않으며 한결같다. 이에 땅의 원소로 태어난 사람은 마땅히 땅의 법도를 본받아야 한다. 땅은 무엇을 본받는가? 하늘이다. 하늘은 땅이 장구하도록 품어주며 사계절 기후변화로 땅의 기운을 번갈아 주어 뭇 생명을 순환시킨다.2025.06.08 13:01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전례 없는 구조적 침체에 직면했다. 2023년, 수출은 20% 이상 급감했고 공장 가동률은 70% 초반에 머물렀다. 이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다. 글로벌 공급 과잉, 중국과 중동의 설비 증설 경쟁, 강화되는 탈탄소 규범이라는 삼중고가 한국 석유화학의 경쟁력을 뿌리부터 흔든다. 특히 울산, 여수, 대산 등 주요 산업 지역의 위기감은 국가 제조 기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 '회복' 같은 단기적 처방이 아닌, 산업 생태계 전체의 근본적인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생산 효율 증대나 비용 절감만으로는 거대한 변화를 막을 수 없다. 우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하고2025.06.07 10:05
미국 비자는 단순한 입국 허가증이 아니다. 정치적 신념, SNS 활동, 직업적 배경까지 심사 대상이 되면서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반면, 유럽행 비자는 상대적으로 덜 엄격한 절차를 거친다. 고대 로마에서 시민권이 목숨을 건 투쟁의 결과였듯, 현대의 미국 비자도 치열한 경쟁과 검증을 요구한다. 미국행 비자는 희소성을 넘어 정치적·외교적 의미까지 내포한 자격증이 되어 가고 있다.시민권을 정치화한 황제, 트럼프의 비자 정책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비자 정책을 단순한 출입국 심사를 넘어 정치적·외교적 수단으로 활용했다. SNS 활동, 직업, 사상까지 검토해 비자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비자는 사실상 ‘정치적 자격증’2025.06.06 06:00
6월은 해외 금융계좌를 국세청에 신고하는 달이다. 현금과 주식, 채권, 가상자산 등을 해외 금융계좌에 보유한 거주자와 내국법인은 이달 말까지 신고해야 한다. 특히 최근년 들어 해외 코인 거래가 늘어난 만큼 코인 거래를 하는 투자자들은 신고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해외 코인 거래를 위해 해외 코인 업체에 개설한 해외 코인 계좌는 이미 지난 2023년 6월부터 해외 금융계좌 신고 대상에 포함된 만큼 "몰랐다"거나 "깜박했다"는 등의 핑계는 통하기 어렵다. 더욱이 국세청은 해외 코인 보유자가 해외 금융 계좌 신고를 빠뜨리는 일이 없도록, 국내 코인 사업자를 통해 해외 금융계좌 신고제도 안내를 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신고 안내2025.06.05 13:31
2025년 대선에서 보수 진영은 김문수와 이준석 간 단일화가 끝내 무산되며 치명적인 분열을 겪었다. 후보 교체 시도와 불투명한 경선 절차, 당내 계파 갈등은 혼란을 더욱 부추겼고, 대선 직전까지 계속된 갈등은 유권자들에게 부정적 인상을 남기며 경쟁력이 결정적으로 약화했다. 이준석은 기존 보수의 낡은 질서를 부정하며 독자 완주를 선언했다. 그는 양당 중심 정치 구조를 강하게 비판했고, 청년층과 중도층을 향한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정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려 했다. 그러나 이런 전략들은 기존 보수 세력과 충돌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김문수는 선거 국면에서 단일화가 필수적이라며 통합을 요청했지만, 이준석2025.06.05 07:18
'강한 부정은 오히려 긍정'이라는 말이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느닷없이 "절대 디폴트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국가부채가 36조 달러를 훌쩍 넘어가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이 앞으로 재정적자가 무려 3조 달러나 더 늘어나는 이른바 메가 예산안을 밀어붙이면서 뉴욕증시에서는 디폴트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는 부채한도라는 제도가 있다. 의회 승인을 받은 합법적인 예산이라고 해도 한도를 넘어 꾸어올 수 없다. 그 한도는 의회가 법으로 정한다. 지금 미국의 법적 부채한도는 36조1000억 달러다. 이 한도는 이미 소진됐다. 만기 도래하는 채무의 상환분을 리볼빙하는 차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