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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해외 마진 악화에 갇혔다"… 中 7대 가전사 중 4곳 상반기 순익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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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해외 마진 악화에 갇혔다"… 中 7대 가전사 중 4곳 상반기 순익 '급감'

그리 6년 만에 순익 8% 감소·하이센스 20% 급감… 하이얼·산화지능도 줄줄이 역성장
내수 가전 침체 장기화 속 'OEM 저가 출혈' 덫… 원자재 급등·미국발 추가 관세 역풍
메이디만 독자 브랜드(OBM)·B2B 공조 전환으로 순익 39억 달러 선방… '체질 격차' 극명
중국 내수 부동산 침체와 해외 시장 수익성 악화 속에 실적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중국 대표 가전 브랜드. 사진=하이얼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내수 부동산 침체와 해외 시장 수익성 악화 속에 실적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중국 대표 가전 브랜드. 사진=하이얼

수년간 글로벌 시장을 공격적으로 잠식해 온 중국 가전 대기업들이 자국 내 만성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 소비 절벽과 해외 시장에서의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부딪혀 올해 상반기 줄줄이 실적 쇼크를 기록했다.

중국 가전 시장을 대표하는 7대 메이저 기업 중 절반이 넘는 4개 사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일제히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국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가전제품 보상판매(이구환신·以舊換新) 보조금을 쏟아부었음에도 내수 진작 효과가 조기에 소진된 데다,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기업들 대다수가 여전히 부가가치가 낮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중저가 단가 경쟁에 머물러 있어 원자재 가격 상승과 미국 등의 추가 관세 부담을 흡수하지 못한 탓이다.

9월 26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중국 주요 상장 가전업체들의 2026년 상반기(1~6월) 재무제표를 전수 집계한 결과 주요 7개 사 중 4개 사의 순이익이 역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리 6년 만에 순익 역성장… 하이센스 가전 부문 20% 급락


가장 뼈아픈 타격을 입은 곳은 '에어컨의 여왕'으로 불리는 중국 대표 백색가전 기업 그리 일렉트릭(Gree Electric Appliances)이다.

그리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해, 2020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상반기 실적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체 매출의 약 80%가 중국 내수 시장에 묶여 있는 기형적 매출 구조 탓에, 신규 주택 착공 및 입주 물량 급감으로 인한 부동산발 가전 수요 절벽을 정면으로 얻어맞았다.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을 앞세워 외형을 확장해 온 하이센스 그룹(Hisense)의 핵심 상장 자회사인 하이센스 가전(Hisense Home Appliances)의 순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0% 폭락했다.
중국 3대 백색가전 메이저인 하이얼 그룹의 핵심 계열사 하이얼 스마트 홈(Haier Smart Home)과 냉매 밸브 부품 대기업인 저장 산화 인텔리전트 컨트롤(Sanhua Intelligent Controls)도 상반기 순이익이 각각 14%, 3% 줄어들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국 가전 유통 전문 조사기관 올뷰클라우드(AVC)에 따르면, 중국 소매 가전 시장 규모는 2025년 3분기부터 역성장세로 돌아선 뒤 2026년 2분기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메이디만 39억 달러 '선방'… OBM 비중 50% 돌파·데이터센터 공조 효과


이러한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 업계 1위인 메이디 그룹(Midea Group)은 독보적인 체질 개선을 바탕으로 홀로 견조한 실적을 냈다.

메이디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264억 위안(약 5조 2,600억 원)을 기록했다.

메이디의 선방 비결은 과감한 '탈(脫)OEM'과 '고수익 B2B 전환'에 있다.

전 세계 45개 생산기지를 보유한 메이디는 해외 매출 비중을 44%까지 끌어올렸으며, 해외 매출 총이익률(26%)이 중국 내수 마진(24%)을 추월했다.

특히 남의 브랜드를 달고 팔아 마진이 박한 OEM 대신 자체 브랜드를 내세우는 독자 브랜드 제조(OBM) 비중이 해외 매출의 50%를 넘어섰다.

지난 2025년 인수한 유럽 프리미엄 주방가전 브랜드 테카(Teka)의 매출이 20% 급증했고, 일본 도시바(Toshiba) 가전 부문 매출도 10% 증가했다.

유럽 폭염에 맞춘 고마진 이동식 에어컨 특수와 함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및 초고층 빌딩용 대형 상업용 냉각기(칠러·Chiller) 사업이 고수익을 창출하며 실적 방어의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이 밖에 하이센스의 TV 사업 부문인 하이센스 비주얼 테크놀로지는 대형 디스플레이 수요에 힘입어 순익이 13% 늘었고, 쓰촨 창홍전기는 투자 지분 가치 평가 이익에 힘입어 장부상 순이익이 3배 급증했다.

"저가 OEM 의존이 발목"… 원자재 인플레·관세 장벽에 진퇴양난


메이디를 제외한 대다수 중국 가전사들은 여전히 '저수익 덤핑 모델'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하이센스 가전의 경우 유럽과 미주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인수해 해외 매출 비중을 46%까지 끌어올렸지만, 해외 총이익률은 11%에 불과해 중국 내수 총이익률보다 무려 17%포인트나 낮았다.

현지 시장에서 팔리는 물량의 절대다수가 저수익 하청 OEM이거나 최저가 중심의 보급형 모델에 쏠려 있어,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이익은 갉아먹는 역설이 발생한 것이다.

소비자 가전 전문 분석가 량젠펑(Liang Jianfeng)은 "하이센스를 비롯한 대다수 중국 가전사들은 여전히 저수익 OEM 모델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인수한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익 기여도는 미미하다"며 "글로벌 점유율을 늘리려는 시도가 여전히 '저가 출혈 경쟁'에 의존하고 있어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고 꼬집었다.

설상가상으로 가전의 핵심 원료인 전기동(구리)과 냉매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미국 및 유럽연합(EU) 등이 자국 제조업 보호를 위해 중국산 완성 가전 및 핵심 부품에 대한 징벌적 관세 장벽을 잇따라 높이면서 원가 압박은 한계에 다다랐다.

하이얼 '글로벌 R&D 네트워크' 승부수… 프리미엄 전환이 생존 분수령


위기 탈출을 위해 중국 가전사들은 뒤늦게 글로벌 연구개발(R&D) 분업 체계를 통한 하이엔드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리화강(Li Huagang) 하이얼 스마트 홈 회장 겸 CEO는 최근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디자인하고, 일본의 정밀 제조 기술과 뉴질랜드 피셔앤파이클(Fisher &Paykel)의 모터 기술, 그리고 중국 본사의 AI 알고리즘을 융합한 차세대 고효율 드럼세탁기 'X시리즈 11'을 선보이며 다국적 기술 연합을 강조했다.

중국 가전업계의 2026년 상반기 실적 양극화는, 부동산 거품 붕괴로 자국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멈춰 선 국면에서 단순한 '박리다매 밀어내기'나 OEM 의존형 수출 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아울러 독자 브랜드 파워와 B2B 고부가 솔루션을 갖추지 못한 중국 가전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심화하면서, 하반기 글로벌 가전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한국(삼성전자·LG전자)과의 프리미엄 경쟁 및 구조조정 압박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