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설계 못 해도 우리가 만든다"… 日 라피더스, 2나노 수주 위해 '17개사 설계 동맹' 구축

글로벌이코노믹

"설계 못 해도 우리가 만든다"… 日 라피더스, 2나노 수주 위해 '17개사 설계 동맹' 구축

도시바·DNP·토판 및 시놉시스·케이던스·인포시스 등 국내외 설계 전문 기업과 전격 연대
"제조 넘어 설계까지 턴키 지원"… 팹리스 역량 부족한 일본 車·산업기계 기업 잠재 고객화
經産省 3조 엔 지원 업고 2027년 2나노 양산 속도… TSMC·삼성 파운드리 생태계 정조준
2나노 반도체 수주 기반을 넓히기 위해 17개 글로벌 설계 파트너십을 구축한 라피더스. 사진=라피더스이미지 확대보기
2나노 반도체 수주 기반을 넓히기 위해 17개 글로벌 설계 파트너십을 구축한 라피더스. 사진=라피더스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2나노미터(nm)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진입을 추진 중인 라피더스(Rapidus)가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17곳과 손잡고 대규모 '디자인 연합'을 결성했다.

고객사의 반도체 설계 데이터를 넘겨받아 제조하는 순수 파운드리 사업 모델의 특성상, 자체 칩 설계 역량이 부족한 완성차나 산업기계 등 비(非)반도체 기업들까지 고객군으로 대거 끌어들이기 위해 설계부터 양산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2027 회계연도 하반기 2나노 칩 양산을 목표로 최대 3조 엔(약 27조 원) 규모의 보조금을 투입하며 생산 라인 구축을 독려하고 있으나, 정작 완성된 첨단 칩을 발주할 대형 팹리스 고객사 확보가 최대 난제로 지적되어 왔다.

라피더스는 설계 인프라 장벽을 낮춰 글로벌 반도체 거인인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가 구축한 파운드리 동맹 모델을 본격 벤치마킹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10월 5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도시바그룹 계열사를 포함한 국내외 17개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디자인하우스 및 EDA 솔루션사)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도시바·시놉시스·케이던스 총출동… 논리·물리·패키징 설계 전 단계 커버


이번 연합에 합류한 파트너사들은 칩의 기능 사양을 정하는 논리 설계부터 회로도를 웨이퍼 상에 물리적으로 배치하는 P&R(Place and Route), 칩 패키징 형태를 결정하는 구조 설계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개발의 전 단계를 분담하게 된다.

일본 내 파트너로는 도시바 그룹의 소프트웨어 및 반도체 계열사인 '도시바 정보시스템(TJIS)'을 비롯해 포토마스크 및 패키징 기술을 보유한 다이닛폰인쇄(DNP), 토판(Toppan) 등 인쇄·소재 대기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반도체 설계 전문 외주사인 NSW와 마비스디자인(MavissDesign)도 동맹에 합류했다.

글로벌 파트너십도 두텁게 포진했다. 전 세계 반도체 전자설계자동화(EDA) 툴 시장을 양분하는 미국 시놉시스(Synopsys)와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가 기술 연동을 지원하며, 국가적 반도체 인프라 육성을 추진 중인 인도 최대 IT 서비스 기업 인포시스(Infosys)와 말레이시아 현지 칩 설계 기업들도 파트너십에 포함됐다.

각 사가 지닌 설계 전문성을 상호 보완해 고객사의 다양한 요구를 맞춤형으로 충족시키겠다는 복안이다.

日 팹리스 인력 부족 틈새 공략… "브랜드 칩 개발 문턱 낮춘다"


라피더스가 독자 파운드리 구축을 넘어 외부 설계 동맹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일본 제조업계의 구조적 '설계 인력 부족'이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폰, PC, 자율주행 전기차, 로봇 등에 들어가는 최첨단 반도체는 회로의 복잡도가 극도로 높아져 전문적인 아키텍처 설계 노하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일본 내 대다수 중견·제조 기업들은 10나노 이하 미세 공정에 숙련된 반도체 엔지니어가 턱없이 부족해, 자체 브랜드 전용 칩을 기획하더라도 제조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해 있었다.

라피더스는 17개 파트너사가 고객사를 대신해 회로 설계와 최적화를 전담하도록 중개함으로써, 자동차, 공작기계, 센서 제조사들이 전문 설계팀 없이도 2나노 첨단 칩을 손쉽게 주문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일본 제조 대기업들의 자사 장비 고도화를 지원하는 동시에 라피더스 홋카이도 지토세 팹(IIM)의 웨이퍼 가동률을 조기에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TSMC 'OIP'·삼성 'SAFE' 정조준… 생태계 구축이 양산 승패 가른다


이러한 파운드리 중심의 설계 지원 네트워크 구축은 글로벌 선두 기업들의 필수적인 생존 공식이다.

대만 TSMC는 이미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OIP)' 산하에 20개 이상의 글로벌 디자인 서비스 파트너(VCA)를 결집해 전 세계 팹리스 고객의 주문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파트너십을 통해 파운드리 저변을 넓히고 있다.

2022년 토요타, 소니, 키오시아 등 일본 대표 8개 기업의 출자로 설립된 라피더스가 2027년 하반기 2나노 양산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선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도입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물량을 발주해 줄 '고객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일본 정부의 천문학적 혈세 지원 속에 출범한 라피더스의 '설계 동맹' 실험이 일본 제조업의 디지털 자립을 이끌고 글로벌 파운드리 2강의 아성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수주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