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역사적 특이사항 및 금기사항
이란은 2,500년의 역사 속에서 고대 페르시아 왕국과 불을 숭배하는 배화교(조로아스터교)의 시발지로 알려진 국가이다. 오랜 역사기간 동안 주변국과의 부침이 있었던 이란은 그리스, 터키, 몽골, 아랍 등과 전쟁을 치렀고 중세 아랍 민족의 침입으로 현재 사회의 근간이 되고 있는 이슬람 문화가 유입되었다.
ㅇ 페르시아 민족에 대한 자부심
이란은 자존심이 굉장히 강한 민족이다. 2500년의 유구한 페르시아 역사와 페르시아어, 고대 시문학 및 이란의 천연자원과 국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특히 역사적으로 아랍민족의 침략을 많이 받았고, 이슬람 시아파가 94%의 절대 다수이기 때문에 아랍민족과 동일 시 하는 것에 대해 좋아하지 않는다. 또한, 이슬람 이전의 페르시아 문화에 대한 자부심도 강해서, 아랍 침입 이후 아랍에서 들어온 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페르시아어', '페르시아 문화'를 아랍어나 아랍문화와 구분해, 이란인들만의 페르시아 문명과 문화에 대해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ㅇ 신정국가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정이 무너지고 또 하나의 새로운 사회적 변화가 일어났는데, 이후 이란은 국가의 최고 권력이 종교지도자에게 집중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신정국가라는 국가적 틀을 갖추게 됐다. 이란인의 기질은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호적이고 개방적이며 배짱이 두둑하지만, 엄격한 종교율법에 따라 보수적인 면도 있다. 또한, 복장, 사교, 행정, 사법에 이르기까지 사회 각 분야에 이슬람적 요소가 많다.
일례로, 이슬람 교리상 여성은 외부 남성에게 유혹의 여지를 차단하게 돼 있어 남편과 부모 외에는 신체를 보여서는 안 되기 때문에 모든 여성(외국인도 포함)은 외출 시에는 반드시 히잡을 쓰고 긴 코트를 입어야 한다. 남녀구별이 확실해 버스도 앞쪽 반은 남자, 나머지 반은 여자로 구분돼 있으며 공항 출입 시에도 남녀 출입문이 따로 있다. 여성과의 비즈니스 시 신체 접촉은 피하는 것이 좋고, 악수도 금기시되며 사적인 질문이나 불필요한 농담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현지 출장 시 돼지고기 및 술의 반입은 절대 불가하므로 주의해야 하며, 내외국인 구별 없이 음주 적발 시 벌금형 또는 태형에 처하고 있을 정도다. 팁 문화는 호텔이나 식당 이용 요금에 팁이 포함돼 있지만, 일반적으로 1달러 상당의 현지화를 팁으로 주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
ㅇ 의례적 예의(터로프, ta'ruf) 문화
Ta’ruf는 정확한 번역어가 없는 이란 고유의 단어로서, 칭찬 혹은 체면 문화를 뜻한다. 이란인은 대부분 성품이 호의적이고 친절하며 예의가 바르다. 비교적 외국인 거주비율이 낮아서 외국인들에 대한 호기심도 많고 관대한 편이다. 특히 손님에 대한 대접은 극진할 정도이고, 처음 만난 사이에서도 선뜻 집으로 초대할 정도이다.
그러나 이런 것이 너무 형식화된 면도 있는데, 예를 들어 약속된 초대는 바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지만 초대하는 측이 무안해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몇 번은 사양하는 것이 좋다. 이란인이 본인 집에서 묵으라고 하거나 자동차를 내주는 것 등 평소 관계에 비추어 과하다 생각되는 것은 예의상 권하는 것이므로 그동안의 거래관계와 인간관계를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
상대의 호의가 '의례적 예의(터로프)'인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란의 가장 대표적인 국민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보통 택시요금을 내거나 가게에서 물건 가격을 물어볼 때, 이란인들은 'qabelli nadare(꺼벨리 나더레, 그만한 가치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디까지나 '언어적 의례 표현' 이므로 의무는 다해야 한다.
이란 가정에 방문해 그들이 가진 어떤 물건에 대해서 칭찬을 하면 바로 그것을 가지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렇다고 선뜻 가져버리면 안 된다. 이러한 의례적 예의는 언어적 표현뿐 아니라 행동에서도 나타나므로 외국인들은 때때로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판단하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다.
ㅇ 페르시아 상인의 후예
이란인들은 '페르시아 상인의 후예'답게 비즈니스에 관련해서는 철저하게 손익을 따지며, '절대 손해 보는 일을 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사업에 관해서는 철저한 편이다. 한없이 친절하고, 호의를 베풀다가 아주 적은 돈까지 철저하게 따지는 모습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한편으로 통 크게 상대편에 대한 배려차원이기도 하기에 상황을 잘 판단해서 최적의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2) 복장
이란은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나라로 외국인(여성)도 히잡(스카프)을 써서 머리와 어깨선을 가려야 하며, 상의는 종아리까지 오는 길이로 엉덩이를 가려야 하며 바지도 헐렁한 바지를 입어야 한다. 남성도 반팔은 허용되나 민소매나 반바지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슬람 혁명 이후 넥타이를 매는 것을 금지해 외국인도 법원이나 관공서를 출입할 때 넥타이 착용은 가능하되 이란문화 존중차원에서 착용하지 않아도 무관하다.
3) 식사
이란의 경우 철저한 이슬람 국가로 호텔 내 식당 및 레스토랑에서도 돼지고기로 만든 음식 및 주류를 절대 판매하지 않는다. 주로 이란인들은 식사로 케밥류를 많이 먹는데, 케밥이란 양고기 또는 쇠고기를 양파즙으로 양념해 숯불에 구운 것을 의미하며 대체로 구운 토마토, 양파, 절인 오이, 요구르트, 박하 잎 등을 곁들여 먹는다. 이란인들과 식사를 할 때에는 소리 내지 말고 천천히 음식을 먹어야 하며, 집주인이 먼저 수저나 포크를 들고 난 후 식사를 시작해야 한다. 식사 시 이란의 정치나 종교적인 문제보다 가족, 스포츠 등 인간적인 주제가 바람직하다.
약속된 초대는 바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지만 초대하는 측이 무안해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몇 번은 사양하는 것이 좋으며, 자기 집에서 거주하라고 하거나 자동차를 내주는 것 등 평소 관계에 비추어 과하다 생각되는 호의는 이란 특유의 체면문화(터로프) 고민한 것임을 인지하고 정중히 사양하는 것이 좋다.
4) 선물
이란인은 공공장소에서는 거의 선물을 받지 않으며, 다른 사람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불쾌해할 수도 있다. 또한, 사람에 따라서 선물을 절대 안 받는 일도 있으므로 사전에 주변 사람들을 통해 충분히 알아보는 것이 좋다. 간단한 선물로는 인삼차나 태극문양이 들어간 부채, 한국 문화가 깃들어 있는 소규모 장식품 등이 좋다. 이란 신년인 노루즈(Nowruz)에는 부하직원이나 자기를 도와주는 사람에게 현금 지폐를 선물로 주는 것이 보통이며, 거래처나 현지 직원에게 세뱃돈을 주면 신권을 준비하는 게 권장된다.
사적으로 이란인의 집에 초대받았을 때는 보통 꽃이나 과자를 선물로 가져가며, 선물을 건넬 때는 항상 약소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보통 이란인들은 선물을 교환할 때 다소 경제적 여건에 비해 과한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생각이 들 만큼 과시욕과 터로프 문화가 선물 문화에도 적용돼 있다. 결혼선물로는 주로 보석류, 금은장식류, 금 동전, 현금 등을 선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인적인 생일 파티에도 선물은 매우 중요해서, 모든 참석한 사람들이 둘러앉은 가운데 선물이 공개된다. 선물의 내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포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5) 상담 시 유의사항
'이란에서는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란에서의 삶은 종종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 이란 사람들은 어떤 약속을 할 때 이슬람 종교적인 영향으로 신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사에 느긋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사회체계 자체가 때로는 규칙성 없이 진행될 때도 잦고, 해마다 규범이 변경되거나 추가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비즈니스 진행 시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통상적으로 이란 비즈니스맨들은 여타 이슬람 국가들과 같이 약속시각에 수십 분은 의례적으로 늦는 경우도 많다. 시간약속에 철저한 바이어도 있지만, 주요 도시들의 교통사정이 좋지 않아 실제로 시간에 맞추려고 노력하더라도 자주 늦어지곤 한다. 따라서 약속시각에 너무 늦었다고 화를 내기보단 늦은 경위를 들어보고 타당하다면 그냥 이해하는 것이 좋다.
개인이 운영하는 업체들은 직접 팩스나 이메일로 약속을 잡을 수 있지만, 정부나 대기업 인사들은 러 절차를 거치게 하는 등 약속을 잡는데 시간이 소요되니 사전에 시간을 넉넉히 가지고 약속을 잡는 것이 좋다. 전화 및 서신으로 일반적인 정보 교류 후 비즈니스 상의 중요한 결정은 대부분 직접 대면상담으로 결정되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신규업체에 주문하기보다는 기존 거래처와의 거래를 유지하는 성향이 강하다.
상담 시에도 개인적인 인사나 일반 사항에 관한 이야기가 주종을 이루어 한국 사람의 시각에서는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거래 협상이나 계약 시에는 개인적인 이익보다는 공동의 이익 즉, 사회, 기업, 가족 등의 이익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협상에 임할 때는 개인적인 면보다는 공동의 이익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