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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지닌 외로움 공허함 춤으로 풀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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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지닌 외로움 공허함 춤으로 풀어내다

[무용인 인물탐구(14)] 윤정아(현대무용가, JAY DANCE PROJECT 대표, 댄스 테라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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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아 안무의 '몽(夢,'(2011)
한참 지난 뒤에 나는 알았다/ 여인이 떠난 자리엔 담배꽃이 소복히 피고 있었다/ 청춘은 추억으로 빛깔을 뺏지만/ 방울토마토처럼 이야기를 주저리로 달고 나오며/ 커다란 원을 그으며/ 작은 몸에서 뽑아낸 재잘거림을 함성으로 만들어가던 시절/ 세월은 나바호의 인디언처럼 여인을 협곡으로 몰아넣었어도/ 그미는 밝게 환하게 오랫동안 내게 빛으로 남아있다.

윤정아(尹晸莪, Jung-Ah Yoon)는 부 윤소훈, 모 권오선 사이의 1남1녀 중 장녀로 기유년 8월 마포 출생이다. 양가의 첫 손녀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란 윤정아는 잠원초교에서 리본체조로 무용을 시작한다. 세화여중에 입학하여 첫 무용학원을 다니면서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 교습을 받았고, 개성이 강하지만 섬세하고 따뜻한 대학원생 안은미 선생도 만나게 된다.

황문숙 선생과 입시준비를 하여 세화여고에서 이화여대 무용과로 진학, 현대무용계의 대모 육완순, 한국컨템포러리 무용단의 안신희, 안애순 선생과 연을 맺는다. 대학 졸업 후 한국컨템포러리 무용단에서 3년 동안 매일 춤을 접하며 힘들지만 행복했던 무용가 수련과정을 거쳤다. 정상적 과정, 포근함과 동지적 대상이 되었던 그녀는 화사를 안고 결혼을 하게 된다.

대학원 공부를 위해 남편과 함께 떠난 미국 콜로라도로의 유학길. 그녀에게 학업과 일상은 아름다운 경관과 신혼의 즐거움을 채워 준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 임신과 IMF의 여파로 정아의 학업은 중단되었다. 남편은 졸업과 함께 직장을 얻었고, 오하이오, 일리노이 주 등을 거치면서 새로운 삶이 전개되었지만 외국에서 낯선 곳으로의 잦은 이사는 무거운 부담이 되었다.

대학 졸업 후 3년 동안 매일 춤

행복했던 무용 수련과정 거쳐

임신‧IMF여파로 학업은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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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아 안무의 '몽(夢,'(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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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아 안무의 '기억상실증'(2009)

육아와 잦은 이사는 정서적 우울감과 향수병, 버리지 못한 무용 공부, 춤추고 싶은 열망으로 불안감을 동반했다. 그녀의 침체는 한편으로는 강한 모성애로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미국의 어린이보호법 탓에 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때, 시간을 쪼개고 맞추어 댄스수업을 수강하면서 몸과 맘을 추스르며 춤에 대한 열정과 열망을 메꾸어 나갔다.

미국 생활 중 앨빈 에일리 댄스 아카데미(Alvin Ailey Dance Academy)와 마샤 그래험 댄스스쿨(Martha Graham Dance School) 연수, 오하이오 발레 멧(Ballet Met at OHIO)•뒤파제 칼리지(College of Dupage, 현대무용과 발레)•미국무용제(American Dance Festival at Durham) 과정을 수료했다. 자신을 치유하는 영혼의 양식이었다.

남편이 한국에서 직장을 얻음(2006년)으로써 새로운 마음으로 한국생활은 시작되었고, 불타는 학구열은 동덕여대 공연예술대학원 석사 과정(2007년)으로 이어졌다. 미국에서의 학업중단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하고 창작에 목말라 있던 그녀는 극장을 겸비하고 창작 여건이 되는 학교를 선택했다. 이후 동 일반대학원 무용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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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아 안무의 '기억상실증'(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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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아 안무의 '동행(Accompany)'(2014)

외로움을 털어내는 석사과정 중 외부공연으로 무용평론가 김태원을 만나게 되었고, M극장의 ‘춤과 의식전’과 ‘베스트 레퍼토리’ 공연에 참여하게 된다. 소나무 같은 안무가의 의지를 담은 『기억상실증(Short-term memory loss)』(2009)은 PAF 베스트레퍼토리 상을 수상한다. 그녀는 귀국하여 무용계에 다시 자신의 존재를 알린 이 작품에 대해 애착을 갖고 있다.

인간의 내면심리와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안무작도 심리적 극성을 부각시킨 작품을 차례로 발표한다. 박사과정에서 무용과 심리를 접목할 수 있는 효율적 방법을 찾던 중 무용동작치료의 권위자인 (사)한국댄스테라피협회의 류분순 교수를 만나 여러 대상들과의 실전적 임상과 무용동작치료과정 공부를 병행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히게 되었고, 무용동작치료 주제로 논문도 쓰게 된다.

​내면 심리 부각시키는 동작
작품 스토리 구성 등 탁월
항상 경청하는 자세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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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아 안무의 '이기적인 독백'(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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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아 안무의 '이기적인 독백'(2009)

안무가, 무용수, 무용동작치료사로서 내면심리를 부각시키는 동작, 작품의 틀 잡기, 이미지와 스토리를 통한 구성을 잘 한다. 일상의 틈새에 미술전, 건축전을 관람하고 영화를 보면서 컷들을 안무의 이미지와 연결시키고, 스토리에 부합되는 움직임, 심리연기, 부수적인(조명, 의상, 세트) 모든 것들의 조합을 영화처럼 전개시키면서 관객들과 공감대를 조성한다.

영화, 미술, 건축 등을 선호하는 그녀의 작품 구성과 흐름은 『홍연(紅緣)』(2017)처럼 영화를 닮아있다. 피나 바우쉬의 ‘카페 뮐러’가 보여주는 넓은 무대 위 회전문과 의자들의 세트, 인간이 지닌 외로움과 공허함은 그녀의 사유가 공간과 맞닿아 있다. 그녀는 지금의(Here & Now) 삶에 충실하면서 조금씩 더 성숙되고 발전되는 자신을 이끌어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녀는 많은 이들과 안무가로서의 자신의 작품과 치료사로서 움직임을 통한 그들과의 소통을 위해 늘 배우고 경청하는 자세로 오래 활동하기를 원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인생의 큰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녀의 임상 경력은 2012년 5월 국립서울병원 임상참관 이후, 보조치료사를 거쳐 9월부터 여러 단체와 학교의 주치료사로서 활동하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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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아 안무의 '호오포노포노'(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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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아 안무의 '홍연'(2017)

현재 윤정아는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생나눔교실’ 서울•경기지역 멘토, 서울시교육청사업 프로그램 ‘행복한 소통, 즐거운 교실’, 중랑교육복지센터 ‘몸짓 놀이터’ 등 무용동작치료 주치료사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KDTA (사)한국댄스테라피협회 RDT 무용동작치료사 과정을 이수하고, RDT무용동작상담치료사(1급), 무용/동작심리상담사, 한국예술교육학회 이사, 한국무용동작심리치료학회 부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윤정아,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현대무용가이다. 조급해 하지 않고, 앞서가는 자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세상의 이치를 알고 예기(藝技)가 넘치지만 오로지 안으로 영글어 내실을 기하는 안무가이다. 부드러운 미소로 잔잔한 바람을 타고 있지만 여울을 잘 알고 있다. 앞으로도 자신의 창의적 상상력으로 엄청난 임상이 바탕이 된 의미 있는 안무작들을 생산하기를 기원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