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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고유가에 초호황...정치권, 고통분담 '횡재세'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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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고유가에 초호황...정치권, 고통분담 '횡재세' 논의

영국 시행에 미국도 도입 추진…업계 "형평성 안 맞아"

지난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기름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유가 덕분에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국내 석유회사들의 이익을 환수하자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 속에 정유사들의 초과 이윤을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일명 '횡재세'(Windfall Profit Tax)로도 불린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은 최근 정유사 대상 초과이윤세를 도입해 시행 중이고 미국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향후 유가 하락에 따른 손실 가능성과 함께 조세 형평성 등을 이유로 횡재세 도입에 난색을 표하면서 정치권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에도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2100원선을 넘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유사들의 초과이익 환수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발언했고 같은 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 등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지난 23일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며 정유사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는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초강세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SK이노베이션 1조6491억원, 에쓰오일 1조3320억원, GS칼텍스 1조812억원, 현대오일뱅크 7045억원으로,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4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4조766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조579억원이나 늘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미리 사둔 원유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재고 관련 이익이 늘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석유제품 수요를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정제마진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결과다. 올해 2분기에도 정유사들은 앞선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호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정유사들이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 속에 비정상적인 이익을 낸 만큼 물가안정과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초과 이익의 일부를 환원하라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해외에서도 정유사 횡재세 도입 논의가 나오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에너지 요금 급등에 대응해 석유와 가스업체에 25%의 초과 이윤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이를 재원으로 삼아 가계에 150억파운드(약 24조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초과이윤세는 일시적으로 적용되며 영국 석유·가스 요금이 정상으로 돌아가면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미국 민주당도 이윤율이 10%를 넘어서는 석유회사에 대해 추가로 21%의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 정유사) 엑손이 지난해 하느님보다 돈을 더 벌어들였다"며 석유회사들이 누리는 고수익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정유사들은 횡재세 도입이 도마 위에 오르자 바짝 긴장하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초과이윤세 도입 시 모처럼 호실적을 누리고 있는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어 업계는 반대하고 있다.


김태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d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