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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회원국간 러시아 가스 사용 규제 '불협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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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회원국간 러시아 가스 사용 규제 '불협화음'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EU 27개국은 가스 사용 규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EU 27개국은 가스 사용 규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EU 27개 회원 국가들은 나라마다 에너지 사정이 다른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제재를 위한 러시아 가스 수입 제한에다 러시아가 가스 수출을 통제하면서 가스 부족을 겪고 있다.

러시아에서 생산ㆍ공급하는 가스가 줄자 대안을 찾고 있지만 값싸고 풍부한 가스를 찾기 어려워 가스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EU는 러시아 침략 전쟁이 언제 그칠지 모르는 가운데 빨리 찾아오는 겨울에 대비해 회원국들이 가스 비축량을 늘릴 것과 절약할 것, 가스 비축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국가가 부족한 국가에 나눠주는 방안 등 다각적 비상 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EU는 여름 휴회 전 7월말 마지막 회의에서 가스에 대한 규제를 결정할 예정이다. 포르투갈에서 폴란드까지 시민들이 기록적인 폭염으로 무더위에서 목숨을 잃으면서, 에너지 주권에 대한 제한을 서명해야 한다. 조치는 어떤 국가도 이 계획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유럽 의회도 발언권이 없다.

비상 조치는 EU 국가들이 실행 가능한 한계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보여준다. 전쟁으로 인한 시장 혼란으로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가스를 둘러싼 EU의 러시아와의 싸움은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러시아가 아니라 EU가 경제적 타격을 본격적으로 걱정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이 결정이 완성되면 EU는 8월부터 내년 5월까지 가스 소비 의무적 감축을 선언할 수 있다. 가스 공급이 겨울 동안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경우 삭감은 언제라도 발동될 수 있다.

회원국들은 또한 9월 말까지 가스 사용을 줄이기 위한 자발적 조치로 국가 비상계획을 강화해야 한다.

5~20%의 감축이 불가피해 보이고 최종 합의는 10~15% 범위로 예상된다.

‘비필수적’으로 간주되는 기업은 자발적으로 전원을 차단하거나 가스 공급 중단에서 제일 먼저 희생될 수 있다. 추정에 따르면 모스크바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 EU 전체에서 GDP가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IEA는 기온이 떨어지면 이러한 타격을 견디기 위해 “향후 3개월 동안 절약해야 하는 추가 가스는 약 120억 입방미터로 이는 약 130개의 액화 천연 가스 탱커를 채워야 가능한 규모다.

하지만 EU 차원 가스 비상대책에 대해 회원국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입장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전쟁의 고통을 분담하는 데 있어 균열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것이 전선 전반의 입장 차이로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고통지수가 더 커지면 상황은 반러 전선을 주도하는 미국과 직접적으로 전쟁을 하는 우크라이나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우선 폴란드는 강제 감축 목표 부과에 반대하고 있다. 회원국 에너지 안보 감소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헝가리도 새로운 에너지 비상계획이 8월부터 시행되는 것에 반대한다. 국가별 에너지 비축에 차이가 있는 마당에 무조건적으로 의무적으로 사용량을 줄이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폴란드는 상대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이 큰 나라로, 대체 에너지 확보가 쉽지 않다. 헝가리는 EU 회원국이지만 러시아 주장에 우호적 입장이다. 가스 비상계획이 최선이 아니며 전쟁 조기 종결이 먼저라고 말한다.

이번 겨울 러시아의 잠재적 가스 공급 차단에 대비하기 위해 가스 사용량을 15% 줄이려는 계획에 대해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회의적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정부가 이미 전기에 사용되는 가스 비용을 부분적으로 보조하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발표한 계획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안은 자발적인 감축이지만 비상 사태가 발생할 경우 15% ​​절약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유럽 나머지 지역과 연결하는 에너지가 부족하고 독일 및 이탈리아와 같은 다른 EU 회원국에 비해 러시아 가스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거론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가스나 전기 공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입장이 강고하다. 스페인이 비축한 가스를 자국 산업에 사용할 수 없고 나중에 다른 국가의 가정이나 산업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포르투갈은 EU의 나머지 에너지 분배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년 동안 에너지 수급에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지금 같은 혜택을 누리지 못했는데 이제 피해를 감당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한다.

스페인의 좌파 연정 정부는 최근 몇 달 동안 가격 인상으로 인해 운전자와 농민들의 항의에 직면해 있다. 스페인의 인플레이션은 6월에 10%를 넘어 정점을 찍었고 유로존은 8.6%를 기록했다.

스페인 천연가스 네트워크 운영업체 에나가스(Enagas)에 따르면 스페인은 6월 전력의 27%를 가스에 의존했는데, 재생 에너지는 48%에 불과했다. 러시아는 올해 스페인 가스 수입의 10%를 제공했다. 스페인은 미국(34%), 알제리(25%), 나이지리아(14%)에서도 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한편,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EU 전역으로 보내지는 LNG 공장이 위치하고 있다. 스페인 6개의 공장과 포르투갈에 1개의 공장이 유럽 LNG 처리 용량 3분의 1을 차지한다. 지난달 스페인으로 수입된 가스의 20%가 다른 EU 회원국으로 보내졌다.

싱크탱크인 유럽정책센터(European Policy Centre)에서는 회원국들 사정이 달라 위기 비용을 완전히 사회화하거나 상호화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EU 회원국 내부 극우파들은 유럽이 초인플레이션과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데 대해 미국 탓이 크다며 시민들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은 자체 소비할 수 있는 석유와 가스 조달 외 더 많은 수출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바이든의 친환경, 탈탄소 정책 노선으로 추가 생산을 막아 전 세계 에너지 대란을 방치하고 이런 가운데 미국이나 다른 국가의 정유사들이 큰 이익을 누리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EU는 만장일치로 사안을 결정한다. 회원국들 사이에 이견이 큰 가스 비상계획이 어떻게 결정될지는 향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서방이 보일 행보에 주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러시아는 가스 비상계획을 지켜보고 있으며, 중국도 EU의 동향과 미국이 이 문제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주시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