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60년 만의 최악 폭우로 옥수수 수확 비상…수입 93% 급감

중국 북부 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옥수수 수확이 차질을 빚고 농작물이 밭에서 썩어가면서 무역 관계 악화와 수입 감소 시기에 곡물 공급에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국가기후센터에 따르면 허난성과 산둥성을 포함한 주요 옥수수 생산 지역이 60년 만에 가장 길고 강한 우기를 겪었다. 북부 지역은 중국 전체 옥수수 생산량의 최소 30%를 차지하지만, 일부 밭은 너무 침수되어 수확할 수 없는 상태라고 국영 언론이 전했다. 이미 수확한 옥수수가 곰팡이가 필 위험도 있다.

중국 옥수수의 대부분은 동물 사료로 사용되지만 스낵으로 소비되고 연료 혼합용 에탄올로 가공되기도 한다. 중국은 식량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 등 국가로부터의 구매를 줄이면서 자국 생산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됐다.

이는 기후 변화로 날씨가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해지는 시기에 취약성을 만들어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수입은 93% 급감해 100만 톤 미만으로 떨어졌다. 컨설팅 회사 시토니아는 보고서에서 "생산 손실에 대한 완충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농민들은 저장고에 보관하고 품질이 악화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새로 수확한 곡물을 서둘러 판매했다. 이는 가격 하락 압박으로 이어져 허난성에서 이번 달 가격이 3% 이상 하락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서 곡물 건조와 밭 배수 지원 등을 위해 4억8400만 위안(약 680억 원)을 배정했다.

대두에서 땅콩에 이르기까지 다른 작물도 영향을 받았다. 중국의 가을 곡물 수확은 약 70%만 완료됐기 때문에 습한 날씨가 품질과 수량 모두에 미치는 전체 영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북부와 서부 지역의 지속적인 폭우는 끝나가고 있지만, 남부에서 형성되는 열대 폭풍이 쌀과 사탕수수 작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음 파종도 주목받고 있다. 겨울 밀은 보통 이달부터 중국 북부에 파종되는데, 농업부는 홍수 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60일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번 사태는 중국의 식량 안보 전략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미국과의 무역 갈등 속에서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수입을 대폭 줄여왔다.

특히 옥수수는 중국이 자급자족을 추구하는 핵심 품목 중 하나다. 그러나 이번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수확 차질은 이러한 전략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한 농업 전문가는 "중국이 수입을 줄이면서 국내 생산에 크게 의존하게 됐는데, 이상 기후로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공급 부족 위험이 커진다"며 "특히 축산업에 필수적인 사료용 옥수수 부족은 육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긴급 대책으로 곡물 건조 시설 확충과 침수된 밭의 배수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농민들에게 보관 시설을 제공해 수확한 곡물이 곰팡이가 피는 것을 방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상당량의 옥수수가 밭에서 썩었거나 품질이 크게 저하된 것으로 추정된다. 농민들이 서둘러 판매에 나서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도 품질 우려를 반영한다.

중국의 식량 안보 문제는 미·중 무역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더욱 민감한 사안이 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급감한 상황에서 국내 생산마저 차질을 빚으면서 딜레마에 빠졌다.

올해 중국의 미국산 옥수수 수입은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양국 간 무역 긴장의 결과이자 중국의 식량 자급 정책의 결과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필요할 경우 다른 국가로부터 수입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등이 대안 공급원이 될 수 있다.

중국 농업부는 가을 수확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최종 생산량 평가는 11월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확량 감소 폭에 따라 중국 정부는 수입 확대를 고려할 수도 있다.

한편 남부 지역에서 형성되는 열대 폭풍은 쌀 생산에도 위협이 되고 있어 중국의 식량 안보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쌀은 중국인의 주식으로 안정적 공급이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가 빈번해지면서 중국의 식량 안보 전략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