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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디펜스] 캐나다·폴란드 잠수함 수주전…한화 '속도전' vs TKMS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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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디펜스] 캐나다·폴란드 잠수함 수주전…한화 '속도전' vs TKMS '동맹'

폴란드 연내 선정 임박…캐나다 "2035년 납기"와 충돌 우려
한화 "2028년 8척 동시 건조" vs TKMS "수요 증가는 장기 이익"
한화오션이 2035년까지 캐나다에 4척을 건조하겠다고 밝힌 KSS-III 잠수함. 사진=한화오션이미지 확대보기
한화오션이 2035년까지 캐나다에 4척을 건조하겠다고 밝힌 KSS-III 잠수함. 사진=한화오션

폴란드와 캐나다가 비슷한 시기에 동일 기종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을 고려하면서, 양국이 같은 함정을 선택하면 발생할 수 있는 납기 일정 충돌 가능성에 국제 방산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캐나다는 최대 12척, 폴란드는 4척의 도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이는 2030년대 중후반으로 다가오는 구형 잠수함의 퇴역 시한을 맞닥뜨린 캐나다에 민감한 문제로 부상했다고 더 힐 타임스가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캐나다 잠수함 사업의 최종 후보로 압축된 독일과 한국의 조선업체들은 폴란드의 결정이 캐나다 측에 약속한 납품 일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현지 언론을 통해 일제히 선을 그었다.

폴란드 정부는 올 연말까지 차세대 잠수함 기종을 선정할 방침이다. 최대 4척을 구매하는 이 사업에는 스웨덴 사브,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프랑스 나발 그룹, 스페인 나반티아 등 유럽 유수의 업체들과 함께, 독일의 티센크루프 해양 시스템(TKMS)과 한국의 한화오션이 경합 중이다. 공교롭게도 TKMS와 한화오션은 디젤·AIP 동력 방식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도 최종 후보 2곳으로 선정됐다.

TKMS와 한화오션 관계자들은 더 힐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폴란드가 자사 잠수함을 선택하더라도 캐나다 정부에 공개적으로 공약한 납기 일정은 차질없이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연방 정부는 2035년까지 첫 번째 차세대 잠수함을 인도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스티븐 푸어 국방조달 정무차관실은 폴란드의 잠수함 구매 결정이 캐나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은 피했다. 무즈타바 후세인 대변인은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며 "우리 정부는 해군과 캐나다군이 필요로 하는 차세대 역량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원론적으로 밝혔다.

후세인 대변인은 "캐나다 순찰 잠수함의 적기 인도와 캐나다를 위한 최상의 경제적 성과를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현재 조달 절차가 진행 중이므로 현시점에서 추가 세부 사항을 제공할 수 없다. 어느 공급업체의 생산 일정에 우선순위가 부여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정부는 2035년까지 첫 함 도입을 목표로, 기술·예산·일정·국내 경제효과를 모두 고려해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2026년 상반기까지는 최종 의사결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앞서 푸어 차관은 지난달 CBC 보도를 통해 비용, 국내 경제 파급효과와 더불어 '납기 일정'이 캐나다의 최종 선택에 중요한 정보가 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캐나다 해군에게는 2030년대 중후반으로 예정된 (영국에서 중고로 도입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의 퇴역 시점이 임박했다는 점이 가장 큰 압박 요인이다. 대체 전력 확보가 시급하다.

각 업체가 캐나다 측에 제시한 납기 일정은 구체적이다. 한화오션은 2026년까지 계약을 체결하면 2032년 첫 잠수함 인도를 시작으로, 2035년까지 4척의 KSS-III 잠수함을 건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해마다 1척씩 납품해 12척 전 함대를 2043년까지 인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TKMS는 "명시된 일정 내에" 계약이 이루어진다면 2035년보다 "훨씬 앞서" 첫 번째 212CD 잠수함을 인도하고, 그해 말까지 두 번째 함정을 인도하겠다고 공언했다. TKMS는 이미 독일·노르웨이 발주분이 2029년~2031년 인도로 예정되어 있음에도, 캐나다의 2035년 첫 함 인도 약속은 견고하다고 밝혔다.

당초 계약 체결 시점은 2026년으로 예상했으나, 이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징후도 나타났다. 마티아스 뤼텐베르크 주캐나다 독일 대사는 이달 초 "캐나다 정부 내에서도 절차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새로운 긴박감"이 있다고 전했다.

최근 오타와를 방문한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재확인했다. 그는 이미 독일산 잠수함 구매를 결정한 노르웨이의 토레 산드비크 국방장관과 동행해 사실상의 '매력 공세'를 펼쳤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CTV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캐나다)은 서두르고 있다. 우리 모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앵거스 탑시 캐나다 해군 사령관도 지난 8월, 2025년 말까지는 캐나다가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폴란드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올 연말까지 차세대 잠수함 기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으며, 비톨트 지엘스키 주캐나다 폴란드 대사도 이를 공식 확인했다. 지엘스키 대사는 더 힐 타임스에 "현시점의 일정은 올 연말까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마무리하려는 강력한 추진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한 최상의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엘스키 대사는 폴란드의 군 현대화 배경으로 러시아와 그 동맹국들의 위협을 꼽았다. 특히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와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바다 중 하나'인 발트해에서의 긴장을 지목했다. 그는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운용하는 '그림자 함대'의 활동 등을 언급하며, "러시아의 침략 행위가 의사 결정의 한 요소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우리가 역량을 강화하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폴란드는 최근 나토(NATO) 내에서 국방비 지출을 선도하고 있다. 올해 GDP의 4.7%를 국방비로 지출하며, 2026년에는 이 비율을 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엘스키 대사는 이를 "정치적 의지"의 문제로 규정하며, "나토가 세계 제1의 강대국으로 남도록 보장하는 것은 경제적, 문화적 모든 이유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산력" vs "규모의 경제"…양사 엇갈린 해법


양국 수주전에 동시 참여한 조선업체들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킬런 그린 한화오션 대변인은 폴란드의 KSS-III 구매가 캐나다 납기 일정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한화는 동시에 최대 5척 건조, 연간 2척 인도가 가능한 활발한 생산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며 캐나다 측에 약속한 일정을 자신했다.

그린 대변인은 "2028년까지는 동시에 최대 8척 건조, 연간 3척을 인도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을 갖출 것"이라며, "이 일정은 캐나다가 2035년 이전에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퇴역 시키고, 약 10억 달러의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TKMS가 캐나다에 제안 중인 독일산 212CD 잠수함. 사진=TKMS이미지 확대보기
TKMS가 캐나다에 제안 중인 독일산 212CD 잠수함. 사진=TKMS


율리안 클로스 TKMS 대변인 역시 "2035년보다 훨씬 앞선 첫 번째 잠수함 인도와 그해 말 이전 두 번째 잠수함 인도는 확고하다"며, "이 일정은 폴란드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의 조달 결정과 관계없이 안전하다"고 밝혔다. 즉, 캐나다가 폴란드의 결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TKMS는 2027년부터 2035년까지 해마다 3~4척의 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그는 캐나다 물량 12척 전체의 인도가 폴란드의 결정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인지를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현재 TKMS는 자국 해군과 노르웨이 해군의 물량도 대기 중이다. TKMS 측은 212CD 모델의 경우 독일, 노르웨이, 폴란드, 캐나다가 모두 동시 생산라인을 공유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클로스 대변인은 오히려 "폴란드 같은 국가들의 212CD에 대한 국제적 관심 증가는 캐나다 프로그램에 지연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212CD 함대 전체의 역량과 실행 가능성을 향상시킬 것"이라며, "수요 증가는 규모의 경제 실현과 유지보수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더 크고 표준화된 함대를 통한 지속 가능성을 향상시킨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 "TKMS, 4개국 동시 수주 시 병목 현상 우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폴 미첼 캐나다 국방대학 교수는 만약 캐나다와 폴란드 양국이 모두 TKMS를 선택하면 "약간의 병목 현상(logjam)"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4개국이 희소한 생산 시설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라며, 반면 "한화오션의 경우 (상대적으로 생산라인 경쟁이 덜해) 문제가 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일부에서도 이처럼 복수 국가의 동시 수주가 장기적인 병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미첼 교수는 이번 사안이 "조선소의 가용 여부와 같은 외부 사건에 따른 캐나다 해군 일정의 취약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세기 이상 잠수함을 공급해 온 독일과 이 분야 신규 진입국인 한국 사이의 선택지를 언급하며, "한국 옵션이 일정량의 위험을 수반하지만, 독일이 자국 및 노르웨이 물량으로 바쁜 가운데 생산 라인에 대기 중인 국가가 적다는 점이 이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애덤 라제네스 세인트 프랜시스 제이비어 대학교 교수는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질문이 단순한 납기 일정이 아닐 수 있다며, 캐나다가 함정 인도 시기에 간격을 두어 운용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내부 사정을 지적했다.

라제네스 교수는 오히려 잠수함의 '수명 주기' 동안 독일 또는 한국 중 어느 쪽과 더 큰 '함대 풀(pool)'을 형성하는 것이 캐나다에 이익이 될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주량 증가가 장기적으로 부품 및 유지보수 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만약 우리 모두가 공통의 잠수함 함대를 구축한다면, 캐나다 산업계가 자국 해군뿐만 아니라 동일한 설계를 운용하는 동맹국 해군까지 지원할 수 있는 훨씬 더 큰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장기적인 산업적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