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한화오션·TKMS, 캐나다 60조 원 잠수함 수주전…서방 잠수함 시장 판도에 큰 변수

글로벌이코노믹

한화오션·TKMS, 캐나다 60조 원 잠수함 수주전…서방 잠수함 시장 판도에 큰 변수

“마크 카니 총리, 한화오션 거제 조선소 방문 임박...건조비만 24조·30년 유지보수, 최대 60조 원 대규모 안보·산업프로젝트”
한국형 KSS-III는 리튬 이온 배터리와 AIP를 탑재하여 물속 스프린트에 필요한 에너지 비축량과 예측 가능성이 낮은 스노클 패턴을 제공한다. 사진=한국 국방부이미지 확대보기
한국형 KSS-III는 리튬 이온 배터리와 AIP를 탑재하여 물속 스프린트에 필요한 에너지 비축량과 예측 가능성이 낮은 스노클 패턴을 제공한다. 사진=한국 국방부
캐나다 정부가 최대 60조 원대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의 한화오션과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2파전의 최종 후보로 오르며,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한국이 유럽 거함들과 정면 경쟁하는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메일은 지난 25(현지시간) 카니 총리가 다음 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포럼 참석차 아시아를 순방하며 한화오션의 거제 조선소를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카니 총리는 지난 8월 독일 킬에 위치한 TKMS 조선소를 방문해 212 CD급 잠수함을 시찰한 바 있다.

캐나다 정부는 최종 납기·현지화·안보효과 평가 뒤, 향후 1년 내 사업자를 확정할 전망이다.

캐나다, 빅토리아급 4척 교체…건조비만 24조 원, 총 규모 60조 원


캐나다 해군은 1998년 영국에서 들여온 빅토리아급 중고 잠수함 4척이 노후화되면서, 이를 대체할 최대 12척의 3000t급 초계 잠수함(CPSP)을 도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캐나다 정부는 사업 규모에 대해 건조비만 24조 원, 30년간 유지보수를 포함하면 60조 원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3~5년 후 폴란드와 호주 등 NATO 및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회원국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도 파급효과가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 방산이 폴란드 등 고객을 확보하고 있지만, 캐나다·독일·프랑스·영국 등 선진 서방 시장 진출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캐나다 잠수함 계약 수주가 성사될 경우, '떠오르는 수출국'에서 '최상급 글로벌 방산 강국'으로의 전략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60조 원 사업 계약에 양국 총력전...현지 조달·일자리 패키지 경쟁


한화오션·HD현대는 국내 대표 조선사들과 원팀으로 입찰에 나섰다. 한화오션은 2026년 계약이 확정되면 6년 내(2032년 전후) 첫 잠수함 인도가 가능하다며, 업계 관행(9년 이상 소요) 대비 속도전에서 앞선다는 강점을 내세운다. 2035년까지 4척을 넘기고, 이후 2043년까지 12척 전체를 완성한다는 일정안도 제출했다.

반면 TKMS는 캐나다 현지 건조로 산업 연계·일자리 확대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들은 캐나다 내부에서 조선소·부품 설비·기술을 장기적으로 육성해, 유럽 3(독일·노르웨이·캐나다) 간 국제 교류·유지관리 협력을 최적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오션 쿨터 최고경영자는 잠수함을 한국 내에서 만들고, 유지·보수는 캐나다 현지에서 즉각 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보통 잠수함 건조부터 제품 인도까지 9년이 걸리지만, 6년 내 납품이 가능하다고 직접 밝혔다. 반면 TKMS기술이전과 인력양성 등으로 현지화까지 공백이 생길 수 있다며 신속한 구축이 어렵다는 견해도 나온다.

양사는 현지 조달과 일자리 창출 조건을 내걸고 있다. 한화오션은 철강 생산·상선·위성·우주 등 다양한 분야에서 35개 캐나다 기업과 협력 체제를 구축해, 경제적 파급효과를 약속했다.

TKMS는 입찰 과정에서 국제 공급망을 공유하고, 캐나다가 NATO 내 선진국들과 부품·훈련·정비를 계속 함께 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정부와 KPMG 컨설팅 등 현지 업계는 이번 사업이 반세기 동안 캐나다에 안정적인 일거리와 수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평했다.

독일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지난 20일 오타와를 방문해 "한화와 경쟁사가 더 저렴한 제안을 할 수 있지만, 독일의 제안에는 향후 수십 년간 북대서양 협력에 관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십이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캐나다가 독일·노르웨이의 잠수함 파트너십에 합류하면 3개국이 조선소 자원과 부품을 공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22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에서 3천600t급 장영실함이 진수됐다. 장영실함은 수중작전 지속 일수가 기존함보다 향상된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 잠수함이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2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에서 3천600t급 장영실함이 진수됐다. 장영실함은 수중작전 지속 일수가 기존함보다 향상된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 잠수함이다. 사진=연합뉴스


거제 조선소 규모 '압도'...5척 동시 건조 능력 과시


한화오션 거제 조선소는 5(150만 평) 규모로 밴쿠버 스탠리 파크보다 넓다. 3만 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며, 각각 900t을 들어낼 수 있는 골리앗 크레인 4기와 대성당만큼 높은 조립 홀을 보유하고 있다.

조선소에는 약 40척의 대형 선박이 다양한 조립 단계에 있으며, 한화오션은 전 세계 LNG707척 중 180척을 건조해 국제 조선소 중 최다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앵거스 탑시 캐나다 해군 사령관(중장)은 지난해 한국 조선소를 둘러본 뒤 "프로그램이 지연되면 2만 명 이상의 인력을 투입해 일정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우리가 단순히 갖지 못한 다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22일 거제 조선소에서 최신 KSS-III 잠수함 진수식을 성대하게 치렀다. 카니 총리 방문을 앞두고 이 잠수함은 물 속에 대기 중이다. 이 잠수함은 기존 검은색이 아닌 짙은 갈색으로 칠해져 더 나은 위장 효과를 제공한다고 한화는 설명했다. 길이 90m의 후반부에는 수직 미사일 발사대가 배치돼 있다.

KSS-III, 21일 이상 잠항·7000해리 항속력, 태평양·대서양·북극해 작전 가능


한화오션이 제시한 KSS-III(장보고-III) 잠수함은 리튬이온 배터리, 공기불요추진(AIP), 대함·대지·특수임무 미사일 탑재 등 실제 운용에 최적화된 최신 재래식 모델이다. 연속 21일 잠항, 7000해리 항속력, 태평양·대서양·북극해 작전 능력까지 갖췄다. 승무원은 33, 자동화 비중이 높아 소규모 운용도 가능하다. 해외 6척 납품 실적을 지닌 검증된 모델이며, 현지 정상급 사령관과 연구기관 평가는 북극 작전에도 바로 투입 가능한 신뢰성이라 밝혔다.

TKMS212 CD급 역시 연료전지 추진·비자성 선체·NATO 협력 최적화 모델로 평가받는다.

NATO 시장 첫 한국 공급, 글로벌 방산 구도 변화 촉진


캐나다는 사업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전통적으로 유럽·미국 중심의 무기 구매를 해온 캐나다가, 한국을 최종 선택할 경우 NATO 시장 첫 한국산 무기 공급이 이뤄진다. 최근 폴란드·호주 등도 잇따라 한국 방산 제품을 대량 도입하고 있다. 국내 업계는 한국 방산·조선의 기술력과 생산 여력이 세계적 신뢰를 얻고 있다고 평했다.

12척 잠수함 구매는 카니 총리가 향후 10년간 수백억 달러의 국방비 지출을 추가하는 계획의 일환이다. 캐나다는 지난 62025~2026 회계연도에 90억 달러(129500억 원) 이상의 국방 투자를 증액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2%로 끌어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는 NATO 목표 달성 시기를 5년 앞당긴 것이다.

카네기 멜론대학교 카를턴 대학의 펜 햄슨 교수는 "강대국 경쟁이 북극과 인도·태평양에서 모두 심화되면서 잠수함은 이제 억지력·감시·동맹국 간 상호운용성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매클린-로리어 연구소의 조나단 버크셔 밀러 선임연구원은 "한국을 선택하면 캐나다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새로운 의지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오타와가 동북아시아를 안보 및 산업 미래의 중심으로 본다는 것을 보여주고, 캐나다를 이 지역의 신흥 국방 및 기술 네트워크에 더욱 확실히 정착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전직 해군 제독 마크 노먼은 "한국이 승리하면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경쟁력 증가를 우려하는 유럽 방산업체들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크 카니 총리는 내달 한화오션 거제 조선소를 직접 둘러볼 계획이며, 정부는 향후 1년 내 사업자 확정·계약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최종 선택은 군사·외교·산업적 파급력까지 좌우하는 중대한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잠수함만이 캐나다 해역 통제 보장"

캐나다는 역사상 처음으로 수중에서 실질적인 존재감을 갖게 된다. 캐나다는 1960년대 냉전 시기 이후 신규 잠수함을 구매한 적이 없으며, 한 번에 12척을 주문한 것은 처음이다. 현재 보유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은 1998년 영국에서 중고로 구입한 것으로, 현재 1척만 가동 가능하다.

탑시 해군 사령관은 "우리는 캐나다에서 잠수함을 잠수함으로 사용하기 위해 구매한 적이 거의 없었다""거의 항상 우리 자신의 대잠전을 연습하고, 수상 및 항공 부대에 잠수함 사냥을 가르치기 위해 구매했다"고 말했다.

그는 "잠수함이 제공하는 것은 아무도 모르게 우리 해역을 감시하고, 다른 어떤 플랫폼도 제공할 수 없는 치명성을 제공하는 능력"이라며 "잠수함은 매우 비캐나다적인 접근 방식이다. 아래에서 몰래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전쟁을 치른다면 왜 공정하게 싸워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왜 잠수함이 필요한가? 캐나다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캐나다 해역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보장하는 플랫폼이 다른 것은 없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