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프라보워 대통령, 취임 첫해 4조 원대 무기 도입…중국·튀르키예 전투기 대거 구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취임한 뒤 첫해에만 최소 50조 루피아(약 4조3100억 원) 규모로 무기를 사들이며 군사력 현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매체 템포는 최근 인도네시아 2045연구소(Lab45)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방부 장관으로 일하며 추진해온 무기 현대화 정책을 대통령에 오른 뒤에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템포는 프라보워 대통령이 국방조달을 고위급 외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는 지금 미국·러시아·프랑스·영국·한국·네덜란드와 방산 계약을 맺고 있으며, 튀르키예·중국과도 협력을 넓혀가는 중이다.


템포 보도를 보면 인도네시아는 취임 첫해에 최소 4가지 주요 무기를 들여오기로 했다. 중국 J-10 전투기는 6조4900억 루피아(약 5590억 원), 튀르키예 KAAN 전투기는 19조8600억 루피아(약 1조7100억 원), 튀르키예 I급 호위함은 18조2100억 루피아(약 1조5600억 원), 이탈리아제 가리발디 항공모함은 7조4500억 루피아(약 6400억 원) 규모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지난 6월 튀르키예 항공우주산업(TAI)과 KAAN 전투기 48대를 사오는 100억 달러(약 14조3000억 원) 계약을 맺었다. 다만 샤프리 샴수딘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은 현지 언론에 "KAAN 전투기 구매 계약은 아직 맺지 않았으며 조달 양해각서에 서명했다"며 "튀르키예 쪽과 협상을 마친 뒤 구매 계약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월에는 중국산 4.5세대 전투기 J-10C 42대 구입을 최종 결정하고 예산 승인을 마쳤다. 인도네시아는 이와 따로 2022년 프랑스 다쏘 항공에 라팔 전투기 42대를 주문한 상태다.


모하마드 토니 하르조노 인도네시아 공군 참모총장은 지난 9월 13일 자카르타 할림 페르다나쿠수마 공군기지에서 "첫 번째로 들여오는 3대 라팔 항공기가 내년 2월이나 3월에 도착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들여오는 전투기는 내년 4월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에서 시코르스키 S-70M 블랙호크 헬리콥터를 사오는 협상도 벌이는 중이다. 샤프리 샴수딘 국방부 장관은 정부가 여전히 이 다목적 헬리콥터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는 2023년 8월 워싱턴 D.C.에서 (주)디르간타라 인도네시아와 시코르스키 사이에 블랙호크 헬리콥터 조달 협력 협정을 맺었다. 서명은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프라보워와 당시 국영기업부 차관이던 로잔 로슬라니가 지켜봤으며, 인도네시아는 GFA 블랙호크 헬리콥터 24대를 들여올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2025년 국방부 예산으로 약 156조 루피아(약 13조 4400억 원)를 배정했다. 이는 앞 해 예산보다 크게 늘어난 규모로, 국방력을 높이겠다는 프라보워 대통령 뜻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국방비 비율이 0.7~0.8%대에 머물러 동남아시아 나라 가운데서도 낮은 편이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국방장관으로 일할 때부터 "인도네시아 국방 예산은 동남아시아 다른 나라보다 가장 낮다"며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업계에서는 프라보워 대통령의 대규모 국방조달이 재정 건전성에 짐이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실제로 프라보워 정부는 지난 2월 306조 7000억 루피아(약 26조4300억 원) 예산 삭감을 발표했으며, 재정 적자는 법으로 GDP의 3% 안으로 묶여 있다.

한편 프라보워 대통령은 한국과도 방산 협력을 이어간다는 생각이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한국 정부에 대해 "한국은 인도네시아의 중요한 동반자"라며 "모든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더욱 넓혀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인도네시아가 한국과 함께 만드는 KF-21 전투기 사업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 양국 사이 방산 협력에 잡음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