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 0.8의 벽 넘는다... 韓 엔진, 록히드마틴 무인기의 심장을 노리다

한국의 방위산업은 이제 단순 완제품 수출을 넘어 핵심 기술 공급국으로 도약하는 전략적 전환점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가 독자 개발 중인 신형 터보팬 엔진 'HAF4500'이 미국 록히드마틴의 차세대 협업전투기(CCA)인 '벡티스(Vectis)'의 유력한 대체 엔진(Re-engine) 후보로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비에이션위크가 19일(현지 시각) 두바이 에어쇼 현장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록히드마틴은 2028년 개발 완료 예정인 한화 HAF4500을 벡티스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핵심 카드로 주시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유럽이 사실상 독점해온 고급 군용 항공 엔진 시장에 한국이 진입할 수 있는 최초의, 그리고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록히드마틴은 당초 2027년 벡티스 시험 비행에 윌리엄스 인터내셔널의 'FJ44-4A' 터보팬 엔진을 장착할 계획이었다. FJ44-4A는 비즈니스 제트기 등에 널리 쓰이는 검증된 엔진이다. 그러나 록히드마틴의 해외사업개발 부사장 스티브 시히는 두바이 에어쇼 현장에서 "기존 윌리엄스 엔진으로는 마하 0.8~0.85의 속도가 한계"라고 시인하며, 더 높은 속도와 성능을 위해 대안을 찾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지점에서 한화 HAF4500의 가치가 부각된다. 4000~4500파운드급 추력을 갖춘 HAF4500은 기존 엔진보다 강력한 출력을 제공해 마하 0.85의 벽을 넘어선 고속 순항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무인항공시스템(UAS)과 CCA에 특화된 설계로 최대 100㎾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차세대 공중전의 핵심인 고출력 센서와 전자전 장비 운용에도 최적화되어 있다.


이번 엔진 후보 선정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거대한 시장 잠재력과 직결된다. 록히드마틴 측은 현재 전 세계 15개국과 벡티스 도입을 논의 중이며, 그중에서도 한국과 폴란드가 가장 적극적으로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CCA는 2030년대 공군력의 패러다임을 바꿀 '저비용 고성능' 무인 플랫폼으로, 대량 생산과 안정적인 공급망이 필수적이다. 미국 내 방산 공급망의 병목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화의 대량 생산 능력과 HAF4500의 기술력은 미국이 찾는 최적의 솔루션이다. 만약 HAF4500이 최종 채택된다면 한국은 15개국 이상으로 확장될 글로벌 CCA 시장에서 엔진과 기체, 무장을 아우르는 패키지 수출의 길을 열게 된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글로벌 항공 엔진 시장의 주류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구조적 과제들이 존재한다. 고온 소재 기술, 터빈 블레이드의 신뢰성 확보, 장시간 내구 시험 인프라 등에서 미국·유럽 선진 업체와의 격차를 좁혀야 하며,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및 미국 군사 표준(MIL-STD)과 같은 까다로운 인증 장벽도 극복해야 한다.
전직 미 국방부 조달 관계자는 "한국이 지속가능한 엔진 플레이어가 되려면 단순 제작을 넘어 소재·시험·인증을 포괄하는 전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럼에도 HAF4500의 후보 선정은 한국 방산이 '면허 생산국'에서 '핵심 기술 공급국'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정부와 기업은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글로벌 인증 체계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한화 엔진이 벡티스의 심장이 되는 것을 넘어 한국 방산이 글로벌 공중전 기술의 심장부로 진입하는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