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불가능한 양자 인터넷 '성큼'... 빛으로 정보 순간이동 성공

해킹과 도청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한 차세대 인터넷, 즉 '양자 인터넷' 구축을 향한 중대한 과학적 돌파구가 마련됐다.

29일(현지시각) 과학 전문매체 사이언스데일리에 따르면 독일 슈투트가르트 대학교 반도체 광학 및 기능 인터페이스 연구소(IHFG)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서로 다른 두 개의 양자점(Quantum Dot)에서 생성된 빛 입자(광자) 사이에 양자 정보를 '순간이동(Teleportation)'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성과는 실제 양자 인터넷 구축의 핵심 난제였던 '양자 중계기(Quantum Repeater)' 개발에 결정적인 진전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의 온라인 생활은 끊임없는 사이버 위협에 노출되어 있으며, 인공지능(AI)은 공격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한 유망한 방어책으로 양자 역학의 법칙을 이용해 통신 도청을 원천 차단하는 '양자 암호학'이 주목받고 있다.

양자 통신은 개별 광자의 편광 방향에 정보를 인코딩하며, 양자역학의 특성상 도청 시도 자체가 검출 가능한 흔적을 남기게 되어 메시지 가로채기가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기존 광섬유 인프라를 사용하는 양자 통신은 신호 손실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기존 인터넷은 광 증폭기를 사용해 신호를 갱신하지만, 양자 정보는 복제나 증폭이 불가능하다. 이에 과학자들은 정보가 소실되기 전에 갱신할 수 있는 '양자 중계기'를 개발해야 했고, 이 중계기는 광섬유에서 양자 정보가 사라지기 전에 정보를 한 광자에서 다른 광자로 전달하는 '양자 순간이동' 기술을 활용한다.


양자 중계기를 만들려면 순간이동을 위한 광자들의 타이밍과 색상 같은 특성이 거의 동일해야 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광원에서 이토록 완벽하게 일치하는 광자를 생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기술적 난제였다.

사시언스데일리에 따르면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팀 스트로벨(Tim Strobel) 연구원은 "서로 다른 양자점에서 나온 광자를 순간이동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워 이전에는 시도된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IHFG 연구팀은 드레스덴에 있는 라이프니츠 고체 및 재료 연구소의 협력으로 최소한의 차이만을 가진 반도체 광원(양자점)을 개발했다. 그리고 한 양자점에서 방출된 광자의 편광 상태를 두 번째 양자점에서 생성된 '얽힌(Entangled)' 광자 쌍 중 하나로 순간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광자 간의 미세한 주파수 불일치를 정밀하게 조정하는 장치인 '양자 주파수 변환기'였다.
연구팀은 이 실험에서 양자점 사이를 약 10미터 길이의 광섬유로 연결했으나, 이미 이전 연구를 통해 양자점 광자 간의 얽힘이 36km 떨어진 거리에서도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IHFG 책임자인 페터 미클러(Peter Michler) 교수는 "서로 다른 양자점의 광자 간에 양자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더 먼 거리를 연결하는 데 중요한 단계"라며, 앞으로 순간이동 성공률(현재 70%대)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독일 연방연구기술우주부(BMFTR)가 지원하는 전국적인 양자 중계기 기술 개발 프로젝트인 콴텐리피터.넷(Quantenrepeater.Net -QR.N)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42개 파트너로 구성된 이 네트워크는 광섬유 네트워크에서 양자 중계기 기술을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데 협력하고 있으며, 슈투트가르트 대학교 과학자들은 이 핵심적인 노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