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스피릿 항공 파산 위기, 7375억 원 수혈 불발에 전격 운항 중단

글로벌이코노믹

스피릿 항공 파산 위기, 7375억 원 수혈 불발에 전격 운항 중단

국가 주도 긴급 구제안 최종 결렬… 5억 달러 조달 실패에 자금 고갈
미·이란 전쟁發 연료비 폭등에 발목… LCC 원조, 끝내 청산 절차 돌입
스피릿항공 여객기.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스피릿항공 여객기.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 폭등과 비용 상승의 파고를 넘지 못한 미국의 저가항공사(LCC) 선구자 스피릿 항공(Spirit Airlines)이 결국 시장에서 퇴장한다.

정부의 긴급 자금 지원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한때 미국 항공 시장의 혁신을 이끌던 '초저가 모델'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스피릿 항공은 오늘(2일) 오전 3시(현지시각)를 기점으로 모든 운항을 중단하고 자산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이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추진해온 5억 달러(한화 약 7375억 원) 규모의 정부 구제금융 협상이 채권단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최종 무산된 데 따른 조치다.

정부·채권단 ‘강대강’ 대치에 7375억 원 지원안 물거품


스피릿 항공의 운명을 가른 것은 정부 지원 조건을 둘러싼 '치킨 게임'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스피릿 항공 지분의 최대 90%를 확보하는 워런트(신주인수권) 행사를 조건으로 자금 투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행정부 내부에서 부실기업 지원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된 데다, 기존 채권단이 자신들의 변제 순위가 밀리는 것에 강력히 반발하며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일자리를 지키고 싶지만, 정부가 최우선 순위가 되는 ‘좋은 거래’가 아니라면 동의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외부 자금 유입이 차단된 상태에서 스피릿 항공은 운영 자금 고갈을 견디지 못하고 기단 매각과 영업 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선택했다.

여기에 최근 미·이란 전쟁 여파로 제트유 가격이 단기간에 두 배 이상 치솟은 점이 결정타였다. 연료비 급등은 지난해 8월 파산 보호 신청 이후 스피릿 항공이 채권단과 맺었던 구조조정 계획을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3.8% 점유율의 몰락… ‘합병 불허’가 초래한 나비효과

2006년 미국에 상륙한 스피릿 항공은 위탁 수하물과 기내 서비스에 일일이 요금을 매기는 이른바 ‘니켈 앤 다임(Nickel and Diming)’ 전략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독자 생존의 돌파구였던 제트블루(JetBlue)와의 38억 달러(한화 약 5조 6050억 원) 규모 합병이 지난 2024년 법원에 의해 가로막히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당시 미 법무부는 "독립적인 스피릿 항공의 존재가 소비자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하며 합병에 반대했으나, 결과적으로 이는 스피릿 항공을 고사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항공 분석 업체 시리움(Cirium)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5.1%에 달했던 스피릿 항공의 미국 국내선 시장 점유율은 지난 2월 기준 3.9%까지 급락하며 경쟁력을 상실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스피릿 항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아메리칸 항공과 유나이티드 항공이 노선 증편과 운임 상한선 설정에 나서는 등 대형 항공사 중심의 시장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고유가·고환율 ‘이중고’… 항공업계 유동성 관리 비상

스피릿 항공의 붕괴는 국내 항공업계에도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1달러당 1475원을 돌파한 고환율 상황에서 리스료 등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LCC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항공업계 전문가는 “정부 구제금융이 채권단과의 이해관계 충돌로 불발된 스피릿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전쟁발 유가 변동성이 극심한 시기에는 외형 확장보다 철저한 현금 흐름 관리가 생존의 필수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스피릿 항공은 보유 항공기 80여 대를 순차적으로 매각하고 자산을 청산하는 법정 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수천 명에 달하는 직원의 고용 승계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대형 항공사들의 인력 및 기재 흡수 여부가 향후 미국 항공 시장 판도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