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피규어, 휴머노이드 120일 만에 생산 24배 증속… 시간당 1대 양산 돌입

글로벌이코노믹

피규어, 휴머노이드 120일 만에 생산 24배 증속… 시간당 1대 양산 돌입

LG테크놀로지벤처스, 시리즈B·C 연속 투자… 구광모 회장 직접 실리콘밸리 방문
中 2025년 출하 1만4400대 압도… 봇큐 4년 내 10만 대 도전
'피규어 AI' 휴머노이드 로봇 살펴보는 구광모 LG 대표.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피규어 AI' 휴머노이드 로봇 살펴보는 구광모 LG 대표. 사진=연합뉴스
중국이 2025년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의 85%가량을 독식하는 가운데, 미국 스타트업 피규어(Figure AI)가 120일 만에 생산량을 24배 끌어올리며 본격적인 반격의 신호탄을 쐈다.

피규어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공식 기술 보고서 'Figure Status Update: Ramping Figure 03 Production'을 통해 자사 전용 생산시설 '봇큐(BotQ)'에서 3세대 모델 '피규어 03(Figure 03)'의 생산 속도를 기존 하루 1대에서 시간당 1대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브렛 애드콕(Brett Adcock) 최고경영자(CEO)는 같은 날 엑스(X)를 통해 "이번 주 55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든다"고 직접 확인했다.

피규어는 지금까지 총 19억 달러(약 2조 8025억 원) 이상을 조달했으며, 지난해 9월 시리즈C 투자에서 기업가치는 390억 달러(약 57조 5250억 원)로 평가받았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 시리즈B 이어 시리즈C도 투자… 구광모 회장 현장 직접 점검


피규어의 투자자 명단에는 엔비디아(NVIDIA)·인텔캐피탈·퀄컴벤처스·세일즈포스 등 미국 빅테크와 함께 LG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LG Technology Ventures)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2024년 피규어의 시리즈B에 처음 참여한 데 이어, 지난해 9월 마감된 시리즈C에도 후속 투자를 단행하며 투자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24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피규어 AI 사업장을 직접 찾아 애드콕 CEO로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현황과 기술 동향을 청취하고, 피규어 1세대 모델 '피규어 원(Figure 01)'의 구동 모습을 현장에서 살폈다.

2018년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총 4억2000만 달러(약 6195억 원)를 투자했으며, 연평균 53%씩 투자 규모를 늘려왔다.

피규어 AI 외에 앤스로픽(Anthropic)·인월드 AI(Inworld AI) 등 80여 개 이상의 기업이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돼 있다.

봇큐 풀가동… 50곳 검사 지점·80가지 기능 시험 통과해야 출고


이번 생산 도약의 핵심은 지난해 3월 문을 연 봇큐 공장의 본격 가동이다. 피규어 제조팀은 150개 이상의 네트워크 작업 스테이션을 연결한 자체 개발 제조 실행 소프트웨어(MES)를 구축해 전 공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배터리·액추에이터 등 핵심 모듈별 전용 라인을 두어 여러 하위 조립 공정을 동시에 돌리는 방식으로 처리 속도를 높였다.

품질 관리 방식도 눈길을 끈다. 피규어는 수백 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엄격한 부품 검수 기준을 적용하고, 조립 과정에만 50곳 이상의 검사 지점을 배치했다.

배터리 라인 1차 합격률은 99.3%, 최종 조립 라인 합격률은 80%를 웃돈다. 출고 전에는 80가지 이상의 기능 검증을 거치며, 어깨 누르기·스쿼트·조깅 등 수천 회의 반복 동작으로 초기 결함을 공장에서 사전 차단한다.

현재까지 피규어 03 출하량은 350대 이상이고, 자체 제작 액추에이터는 9000개 이상 생산됐다.

늘어나는 로봇 군(群)을 관리하기 위해 자체 '현장 서비스 관리(FSM)' 시스템과 '군 관리 시스템'도 구축했다. 세계 어디에 배치된 로봇이든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로 새 기능을 전 대수에 동시 배포한다.

현장 오류 데이터는 즉시 엔지니어링 팀에 전달돼 다음 공정에 반영된다. 봇큐의 현재 목표 생산 능력은 연간 1만 2000대이며, 4년 안에 1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한다.

'눈 달린 제어기' S0 공개… 시뮬레이션만으로 계단 정복

하드웨어 양산과 함께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중요한 진전이 공개됐다. 피규어는 새로운 '지각 기반 전신 제어(Perception-Conditioned Whole-Body Control)' 기술을 적용한 제어기 'S0'를 선보였다.

기존 S0가 관절 각도와 균형 등 로봇 내부 데이터에만 의존했다면, 새 S0는 머리에 달린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직접 보고 움직인다.

이 기술의 핵심은 '제로샷(Zero-shot) 전이'다.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수천 가지 가상 지형을 학습한 AI 모델이 별도의 재학습이나 현장 보정 없이 실제 계단을 오르고 비정형 지형을 주파하는 방식으로, 시뮬레이션과 실물 로봇 사이의 간극(sim-to-real gap)이 더 이상 개발의 병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피규어의 주장이다.

중국, 2025년 세계 출하량 84.7% 독식… 데이터 선점이 시장 판세 가를 것


중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가파르다. 중국전자보의 '2025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연구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연간 출하 대수는 약 1만4400대로 전 세계 총 출하량의 84.7%를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2026년 중국 생산량이 전년보다 94%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트렌드포스 집계 기준으로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는 2025년 5500대 이상을 출하해 글로벌 점유율 32.4%로 세계 1위를 기록했고, 애지봇(AgiBot)은 4000대 이상 출하로 23.5%를 차지했다.

봇큐 목표 생산 능력(연간 1만 2000대)은 수천 대 단위로 시장을 압박하는 중국 업체들과 견주면 격차가 여전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누가 더 많은 로봇을 현장에 배치하고 그 데이터를 먼저 AI에 학습시키느냐가 이 시장의 승패를 결정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피규어는 생산량 확대를 기반으로 가정용 가사 노동, 상업용 물류, 산업용 제조 현장에 로봇을 대거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