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EU 고위급 통상 담판 앞두고 1,600개 회원사 우려 담은 연례 입장 보고서 발표
"중국 내 생산량과 내수 흡수력 간 격차 위험 수위"… 부실기업 파산·M&A 등 구조조정 촉구
올해 대유럽 무역흑자 또 사상 최대 전망… 세프코비치 EU 무역위원 "추가 관세 등 대응 불가피"
"중국 내 생산량과 내수 흡수력 간 격차 위험 수위"… 부실기업 파산·M&A 등 구조조정 촉구
올해 대유럽 무역흑자 또 사상 최대 전망… 세프코비치 EU 무역위원 "추가 관세 등 대응 불가피"
이미지 확대보기유럽연합(EU)과 중국 간의 고위급 경제·무역 회담을 한 달 앞두고, 중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이 중국 정부를 향해 구조적인 과잉 생산 능력(Overcapacity)을 즉각 감축하고 국내외 시장을 교란하는 극단적인 가격 출혈 경쟁(인볼루션·內卷)을 차단할 것을 공식 촉구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 주도의 첨단 제조업 육성이 자국 소비 한계를 초과하는 과잉 설비를 양산했고, 이렇게 쏟아져 나온 저가 덤핑 물량이 유럽과 글로벌 시장으로 밀려들면서 유럽 현지 제조업의 기반을 뿌리째 뒤흔드는 '산업 공동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보고서는 중국의 제조업 고도화 정책을 "놀라운 성공"으로 평가하면서도, "이 같은 성공은 종종 심각한 자원 오배분과 시장 비효율성을 대가로 치른 결과"라고 직격했다.
상공회의소는 특히 "현재 중국이 생산해내는 물량과 중국 국내 시장이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수요 간의 격차가 지속 불가능할 정도로 벌어지고 있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대유럽 흑자 사상 최대치 경신 전망… "부실기업 파산·M&A 강제해야"
이번 경고는 올해 중국의 대(對)유럽 무역 흑자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확실시되는 일촉즉발의 통상 위기 국면에서 나왔다.
마로시 셰프초비치(Maroš Šefčovič)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오는 10월 초 베이징을 방문해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무역 불균형 및 핵심 원자재 수출 통제 문제를 담판 짓는 고위급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셰프초비치 위원은 최근 유럽 제조업 보호를 위해 중국산 주요 수입품에 대한 추가 징벌적 관세 및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에 맞서 주중 EU 상공회의소 산하 52개 산업별 실무 그룹은 중국 시장의 자정 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강도 높은 정책 개혁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만성적인 출혈 경쟁의 근본적 병목 요인으로 '수익성을 상실한 한계 부실기업(좀비 기업)들이 지방정부의 보조금 연명으로 문을 닫지 않고 버티는 구조'를 지목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자동차 실무 그룹은 부실 전기차 및 내연기관 제조사들의 파산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범부처 차원의 인수합병(M&A)을 유도하는 '조정된 퇴출 정책'을 요구했다.
화학 실무 그룹 역시 범용 기초 유화 제품의 증설을 엄격히 통제하고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화학 소재로 투자를 강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평가 위안화·美 관세 풍선효과… 복합적 '경제안보' 충돌
EU 상공회의소는 무역 불균형의 근저에 얽힌 복합적인 구조적 원인들을 열거했다.
여기에는 ▲중국 내수 부동산 침체에 따른 극심한 소비 절벽 ▲실질실효환율 기준 저평가된 위안화 가치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장벽을 피해 유럽으로 우회 유입된 '풍선효과' 수출 물량이 포함됐다.
아울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정학적 공급망이 단절되면서 중국산 태양광 패널, 풍력 타워, 배터리 등 친환경 기술 제품이 유럽 시장으로 대거 쏟아져 들어온 점도 무역 불균형을 극대화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이 모든 요인을 종합할 때, 날로 악화되는 EU-중국 관계의 본질은 단순한 통상 마찰이 아닌 '유럽의 경제안보 위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유럽이 추진 중인 공급망 다각화와 대중국 디리스킹(위험 경감) 정책은 갈수록 그 정당성을 확보해 가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中 "무역전쟁 안 돼" 맞불… 기업 신뢰 회복 정책 골든타임
반면 베이징 지도부는 서방의 과잉 생산 비판을 '보호무역주의의 구실'이라며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의 수출 흑자는 글로벌 비교우위와 높은 산업 경쟁력의 결과일 뿐 보조금이나 과잉 설비 때문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왔으며, 유럽의 '산업가속기법(IACA)' 등 역내 기업 우대 정책을 노골적인 차별 행위로 규정하며 보복을 경고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외교부장 역시 21일 독일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중국과 유럽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서 결코 무역 전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며 전선 확대를 경계했다.
다만 상공회의소는 양측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도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5월 연례 설문조사에서 유럽 기업들의 중국 사업 환경에 대한 비관론이 일부 진정되는 기미를 보인 만큼, 베이징 당국이 과잉 설비 퇴출과 외국계 기업에 대한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이라는 단호한 개혁 조치를 단행한다면 바닥을 친 기업 신뢰를 극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진단이다.
주중 EU 상공회의소의 이번 권고안은, 10월 베이징 담판을 앞두고 유럽 산업계가 제시한 마지막 '제도적 개선 요구서'로 평가된다.
만약 다음 달 고위급 협상에서 중국이 국영 중심의 밀어내기 수출과 보조금 체계에 대한 의미 있는 조정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유럽연합이 대중국 전면 관세 폭탄과 강력한 수입 장벽 카드를 현실화하면서 미·중 기술 패권 전쟁에 이어 유럽-중국 간의 '무역 전면전'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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