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전기차 사면 3백만 원 더 낸다”…EU 보호주의가 부른 역풍

글로벌이코노믹

“전기차 사면 3백만 원 더 낸다”…EU 보호주의가 부른 역풍

브뤼겔 보고서, EU 산업보호 정책이 생산자 아닌 소비자·납세자에게 비용 전가한다고 분석
배터리 셀 현지 생산 강제시 킬로와트시(kWh)당 비용 상승으로 전기차 대당 약 2100유로 추가 부담 발생
한국기업은 유럽 가동 배터리 설비의 65% 점유…완성차 침체 속 수요 둔화 가능성은 변수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건물 밖에 유럽연합 깃발들이 나부끼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건물 밖에 유럽연합 깃발들이 나부끼고 있다.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이 배터리 셀 현지 생산을 의무화할 경우 전형적인 전기차 한 대 가격이 약 2100유로(약 327만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럽의 국제 뉴스 방송 전문 매체 유로뉴스는 9월 22일(현지시각) 독립 경제 싱크탱크인 브뤼겔(Bruegel) 보고서를 인용해 EU의 현지조달과 산업 보호 정책이 경쟁력 강화 대신 소비자와 납세자에게 과도한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호주의 규제가 오히려 역내 소비자의 구매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터리 의무화와 소비자 비용 전가


유럽연합이 배터리 셀 현지 생산을 강제할 경우 전기차 한 대 가격이 약 2100유로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브뤼겔이 발표한 보고서는 EU의 자동차산업 보호 정책이 경쟁력 강화 대신 소비자와 납세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로뉴스는 22일 브뤼겔 보고서를 인용해 EU 현지조달 정책의 부작용을 집중보도했다.

브뤼겔 보고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배터리 셀을 EU 역내에서 생산하도록 의무화할 경우 셀 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50유로에서 85유로로 오른다. 이 상승분이 전기차 한 대 기준으로 환산되면 약 2100유로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저탄소 철강 사용 의무를 추가하면 대당 200유로가 더 붙는다. 반면 유럽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차량 인증 간소화로 줄어드는 제조 비용은 대당 61유로에 그친다.

보고서는 저가 모델과 중저소득 구매자에게 비용 부담이 가장 크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브뤼겔은 현재 정책을 'EU가 생산자를 외국 경쟁으로부터 보호하고, 생산자는 공급망을 유럽으로 가져오는 암묵적 협약'으로 규정했다.

관세 허점과 자동차 업계 위기

EU는 2024년 10월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35.3%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으나, 이는 완전 전기차에만 적용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은 제외됐다. 그 결과 중국산 순수 전기차 수입은 정체된 반면 하이브리드 수입은 급증했다.

브뤼겔은 이를 두고 유럽 생산을 보호하는 관세 효과를 스스로 약화시키면서 더 오염이 심한 차량을 우대하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편 폭스바겐은 약 100억 유로 규모의 일회성 비용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고 올해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최대 1%로 낮췄으며 유로 스톡스 50 지수에서도 제외됐다.

브뤼겔 보고서에 따르면 EU 자동차 생산량은 2019년 대비 약 260만 대(19%) 줄었고, 지난해 신차 구매량도 2019년보다 220만 대 감소했다. 다만 자동차산업이 가치사슬 전체에서 1400만 명을 고용하고 있어 '붕괴'가 아닌 '침식'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배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


브뤼겔은 한국기업들이 유럽에서 현재 가동 중인 배터리 셀 생산능력의 65%, 중국 기업들이 건설 중인 설비의 55%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EU의 배터리 현지조달 기준이 강화되면 유럽 공장을 운영 중인 한국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전기차 가격 상승과 유럽 완성차 업계의 생산 감축은 배터리 수요 자체를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브뤼겔은 EU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에 균등한 관세를 적용하고 한시적 대중국 수출 쿼터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EU에 필요한 것은 변화에 맞서는 방패가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