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MEX 초저황 디젤 선물, 2월 개전 대비 79% 폭등… 정유 마진(크랙 스프레드) 배럴당 89달러 신기록
호르무즈 봉쇄·우크라 드론에 러 6대 정유소 절반 마비… 유럽·아시아, 美 제품유로 몰려들며 공급난
트럼프 "디젤 수출 중단 지시"에 정유업계 거센 반발… "탈탄소에 따른 10년 정제설비 감축이 부른 참사"
호르무즈 봉쇄·우크라 드론에 러 6대 정유소 절반 마비… 유럽·아시아, 美 제품유로 몰려들며 공급난
트럼프 "디젤 수출 중단 지시"에 정유업계 거센 반발… "탈탄소에 따른 10년 정제설비 감축이 부른 참사"
이미지 확대보기중동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의 수송 차질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공장 공습이 장기화하면서 산업의 '혈액'인 디젤(경유)과 석유제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국내 물가 안정을 위해 '디젤 수출 전면 금지' 조치 검토에 착수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농업과 화물 운송업계의 연료비 폭등을 막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절박한 조치지만, 미국산 제품에 의존하던 유럽과 아시아의 공급망을 단절시켜 글로벌 석유 대란을 한층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선진국들의 성급한 탈탄소 기조로 지난 10년간 정제 설비 투자가 정체된 상황에서 터져 나온 이번 사태는, 원유 공급량 자체보다 이를 휘발유·경유로 걸러내는 '정제 능력(Refining Capacity)의 구조적 한계'가 빚어낸 복합 위기로 평가된다.
9월 25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초저황 디젤(ULSD) 선물 가격은 24일 갤런당 4.77달러로 마감해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이 개시되기 전인 2월 말 대비 무려 79% 폭등했다.
앞서 9월 16일에는 장중 5.30달러를 돌파하며 4년 반 만의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유럽 인터콘티넨탈 거래소(ICE)의 가스오일(디젤) 선물 가격 역시 톤당 약 1,575달러까지 치솟았으며,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가스오일-원유 간 정제 마진(크랙 스프레드)은 배럴당 89달러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러 정유소 절반 멈추고 호르무즈 막혀… 美 디젤 소비자가 6.52달러 신기록
정제유 시장이 원유보다 극심한 병목을 겪는 이유는 주요 공급망이 동시다발적으로 마비됐기 때문이다.
중동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이 여전히 봉쇄 상태에 가깝고, 대체 항로인 홍해 역시 안보 위협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 정유 인프라에 대한 원거리 자폭 드론 공습을 집중하면서,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6대 디젤 정유소 중 절반이 가동을 멈추거나 생산량을 급격히 감축했다.
글로벌 원자재 데이터 기업 케플러(Kpler)에 따르면 러시아의 석유제품 수출은 8월 대비 50% 반토막 난 데 이어 9월에도 가파른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자체 정제 능력이 부족한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산 제품유 수입으로 몰려들자, 미국 내 수급망마저 한계에 봉착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22일 기준 미국 주유소의 평균 디젤 소매 가격은 갤런당 6.52달러(약 리터당 2,330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트럼프 "디젤 수출하지 말라" 발언… 업계 "휘발유 공급까지 위협" 반발
연료비 급등이 트럭 운송망과 수확기 농가에 치명타를 입히며 11월 중간선거의 뇌관으로 부상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특단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백악관 기자들과 만나 "나는 참모들에게 '디젤을 해외로 보내지 말자'고 분명히 지시했다"며 수출 제한을 공식화했다.
그는 동시에 유가 안정을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에 러시아 정유시설 공습을 즉각 중단할 것을 비공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의 발언 직후 미국 선물 시장에서는 국내 공급 증가 기대감으로 디젤 선물이 일시 하락했으나, 공급 차단 공포에 휩싸인 유럽 선물 가격은 곧바로 급등했다.
정유업계와 에너지 전문가들은 수출 금지가 초래할 자폭적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섰다.
사상 최대의 정제 마진을 바탕으로 막대한 수출 실적을 올리던 미국 정유 메이저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연료 가격 추적 플랫폼 가스버디(GasBuddy)의 패트릭 드 한 석유분석 총괄은 "디젤 수출을 강제로 틀어막을 경우, 탱크 포화로 인해 미국 내 정유공장들이 전체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휘발유(가솔린)를 포함한 다른 연료의 동반 공급 부족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탈탄소 맹신이 부른 정제 시설 축소"… 美 정유소 가동률 98% '위태로운 폭주'
글로벌 제품유 품귀의 근본적 배경에는 지난 10년간 누적된 '정제 인프라 투자 결핍'이 자리 잡고 있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는 보고서를 통해 "구조적으로 투자가 방치된 정제 인프라가 지정학적 공급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국 에너지 연구소(EI)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 세계 정제 용량은 하루 1억 375만 배럴로 2015년 이후 연평균 0.6% 증가하는 데 그쳐 석유제품 소비 증가율(1.0%)을 크게 밑돌았다.
글로벌 탈탄소 전환과 ESG 압박에 직면한 서방 메이저들이 화석연료 수요 감소를 예상해 노후 정유소를 잇달아 영구 폐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정제 능력은 2015년 이후 연평균 0.2%씩 줄었고, 유럽은 연평균 0.9%씩 축소됐다.
여유 설비(Spare Capacity)가 바닥난 상태에서 전쟁 충격이 덮치자, 현재 미국 정유공장들의 평균 가동률은 98%에 육박하는 극한 상황에 도달했다.
일본의 한 석유 시장 전문가는 "현재 주요 정유소들이 급증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필수 정기 보수 일정까지 건너뛰며 위험천만한 풀가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사소한 기계 고장이나 화재 사고 하나만 발생해도 글로벌 공급망이 단번에 붕괴될 수 있는 극도의 취약 상태"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디젤 수출 통제 추진은, 화석연료 생산 인프라를 성급히 축소해 온 선진국들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지정학적 전쟁 국면에서 얼마나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아울러 백악관의 수출 금지 행정명령 발동 여부와 정유설비의 물리적 한계가 향후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중간선거 정국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