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노보, 中 비만 치료물질에 3억 달러 선급금 준 속사정

글로벌이코노믹

노보, 中 비만 치료물질에 3억 달러 선급금 준 속사정

中 항서제약과 선급금 3억 달러 포함 최대 26억 달러 규모 계약
릴리와의 경구용 비만치료제 주도권 다툼 속 주 1회 경구용 제형 파이프라인 보강
K바이오 초기 물질 가치 재평가 기회와 해외 기술이전 경쟁 문턱 상승 우려 병존
지난 6월 11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장쑤 항서제약(Jiangsu Hengrui Pharmaceuticals) 사무소 외부에 회사 로고가 세워져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6월 11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장쑤 항서제약(Jiangsu Hengrui Pharmaceuticals) 사무소 외부에 회사 로고가 세워져 있다. 사진=로이터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중국 장쑤 항서제약의 경구용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입하기 위해 선급금 3억 달러(약 4071억 원)를 전격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각) 이번 계약의 총 가치가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26억 달러(약 3조 5286억 원)에 달하며 중화권 4개 지역을 제외한 글로벌 권리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주가 하락세 속에서 일라이릴리와의 경구용 제제 선점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번 계약으로 한국 바이오텍의 초기 기술이전 협상 문턱이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가 70% 하락 속 선제 공격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선두 주자인 노보 노디스크가 주사제 거부감을 줄인 경구용 파이프라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쟁사인 일라이릴리와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시장의 주가 평가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모양새다.

로이터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이달 초 기준 최고점 대비 70% 이상 하락했다. 주가 반등과 성장 동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외부 기술 도입을 통한 선제적 파이프라인 확장을 선택한 셈이다.

이번에 도입한 물질은 주 1회 복용을 목표로 하는 경구용 제형이다. 기존 1일 1회 복용 제형에 비해 환자의 투여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노보 노디스크 측은 글로벌 임상 시험을 추진하여 주사제 위주의 비만 치료제 시장 패러다임을 경구제로 빠르게 전환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최대 26억 달러 규모 거래


항서제약이 홍콩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공시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는 선급금 3억 달러 외에 개발·허가·상업화 단계별 성과에 따라 최대 23억 달러(약 3조 1215억 원)의 마일스톤을 추가 지급한다.
여기에 제품 출시 후 순매출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로 책정된다. 계약 대상인 'HRS-1596'은 GLP-1과 GIP 이중 수용체 작용제로, 식욕 억제와 혈당 조절 기전을 동시에 조절하는 초기 파이프라인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 대만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HRS-1596의 개발·제조·상업화 독점 권리를 갖는다.

현재 이 물질은 중국 규제 당국으로부터 체중 관리와 2형 당뇨병 적응증에 대한 임상 1상 시험 승인을 받은 상태다.

임상 진입 직전 단계의 초기 물질임에도 대규모 선급금이 투입된 점은 빅파마들의 경구용 파이프라인 확보전이 얼마나 치열한지 보여준다.

한국 바이오 기술이전 문턱 상승 우려


이번 거래는 한국 경구용 비만 치료제 개발사들의 글로벌 기술이전 환경에 양면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글로벌 빅파마가 임상 1상 전 단계의 초기 물질에도 4000억 원이 넘는 선급금을 책정함에 따라, 유사한 플랫폼을 보유한 한국 바이오텍의 평가 가치가 올라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면빅파마들의 초기 기술 선점으로 인해 후발 주자인 한국 기업들이 대형 파트너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미 반독점 당국의 심사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중국산 물질 계약에 차질이 생길 경우,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파이프라인이 대체재로 떠오를 가능성도 공존한다.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향후 10년 내 연간 1000억 달러(약 135조 7170억 원) 규모로 자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거래는 미국 반독점 당국의 승인 등 관문이 남아 있으며, 노보 노디스크는 2026년 4분기 내 거래 절차를 마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진행될 글로벌 임상 1상 데이터의 유효성과 인허가 향방이 시장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심완섭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iberwld@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