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110㎞ 육박한 플라이두바이 여객기…블룸버그 “다중 안전설계와 일부 행운 작용”
이미지 확대보기극단적인 비행 상황에서도 기체가 버틸 수 있도록 정상 운항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시험하는 항공기 인증제도와 여러 단계의 안전장치가 대형 참사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플라이두바이 여객기가 가혹한 급강하와 일부 기체 손상에도 무사히 착륙한 배경에는 항공기의 다중 안전설계와 함께 어느 정도의 행운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사건은 지난달 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하던 플라이두바이 여객기에서 발생했다.
결국 170명이 넘게 탑승한 여객기는 사우디아라비아 타부크에 무사히 착륙했다.
그러나 착륙까지 기체가 겪은 상황은 정상적인 여객기 운항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
◇분당 3만2000피트 급강하…최고 시속 1110㎞
항공기 운항 추적업체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한때 분당 약 9.8㎞의 속도로 하강했다.
속도 역시 이례적이었다.
미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보잉 737 맥스8의 정상적인 최대 운용속도는 고도와 기상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약 시속 1000㎞ 수준이다.
그러나 플라이트레이더24의 예비 데이터상 사고기는 급강하 과정에서 최고 시속 약 1110㎞까지 속도가 높아졌다. 당시 고도에서 음속에 가까운 수준이다.
착륙한 기체에서는 추가적인 이상 징후도 나타났다.
소셜미디어에 유통된 미확인 사진에서는 항공기의 방향을 제어하는 수직꼬리날개의 방향타 일부가 뜯겨나간 것으로 보였다.
방향타와 같은 비행조종면이 손상되는 것은 항공기의 비행 특성을 바꾸는 중대한 상황이다. 특히 착륙 과정에서는 방향타의 역할이 중요하다.
보잉 737-900ER 등의 시험비행을 담당했고 두 차례의 치명적인 추락사고 이후 737 맥스의 운항 재개 작업에도 참여했던 밥 스토니 전 FAA 조종사는 “강한 바람이 불거나 바람의 방향이 활주로와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방향타 없이 착륙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날개나 수평꼬리날개의 조종면을 잃는 경우가 일반적으로는 회복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상 비행에선 일어나지 않을 상황까지 시험
737 맥스가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배경으로는 항공기 인증 과정이 꼽힌다.
민간 항공기는 인증을 받기 전 정상적인 운항에서는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 상황까지 의도적으로 만들어 시험한다.
스토니 전 조종사는 이처럼 극한 상황까지 시험하는 이유에 대해 “실제 운항 중 항공기가 의도하지 않게 운용 한계를 넘어서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상에서도 가혹한 시험이 진행된다. 항공기 날개 등에 실제 운항 때 예상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힘을 가하고 구조물이 파괴될 때까지 하중을 높이는 시험도 실시한다.
미국 항공 규정도 대형 상업용 항공기의 경우 공표된 정상 최대 운용속도를 상당 수준 넘어선 조건에서도 시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방향타에 대해서도 고장 상황을 가정한 시험이 실시된다.
스토니 전 조종사는 “인증 과정에서 방향타가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상황에 대한 시험은 의무적으로 시행하지만 방향타 자체가 떨어져 나간 상태까지 시험하도록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기역학적으로는 방향타가 고정된 경우와 방향타 기능을 완전히 잃은 경우에 조종사가 대응해야 하는 방식이 어느 정도 유사하다고 그는 말했다.
이 때문에 항공기가 한 가지 장치나 구조물의 이상만으로 곧바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여러 단계의 안전성과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 항공기 설계와 인증의 기본 원칙으로 작용한다.
◇승객까지 조종간 잡아…‘행운’도 겹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체의 내구성만으로 이번 비상착륙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격받은 인도 국적 스미트 마차르 기장은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조종실 내부에서만 해제할 수 있는 문을 열어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승객들이 조종실에 진입해 공격자를 제압했고 기내에 우연히 타고 있던 비번 조종사들이 기체를 인계받아 운항했다.
조종실에 가장 먼저 진입했다고 주장한 한 승객은 공격자를 기장에서 떼어낸 뒤 급강하를 멈추기 위해 직접 조종간을 뒤로 당겼다고 말했다.
그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항공사고 프로그램 ‘에어 크래시 인베스티게이션’을 시청하면서 이런 조작법을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737에 중앙에 설치된 전통적인 형태의 조종간이 있다는 점도 승객이 직관적으로 대응하는 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에어버스 A320은 조종석 양쪽에 별도의 사이드스틱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정확한 급강하 과정과 기체 손상 원인 등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여전히 조사 중이다.
블룸버그는 “항공 역사에서 여러 단계의 안전장치가 참사를 막은 사례가 있는 반면 우연히 유리한 조건들이 겹쳐 생존으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9년 이른바 ‘허드슨강의 기적’이다. 당시 US에어웨이의 에어버스 A320 여객기는 새떼와 충돌해 양쪽 엔진이 모두 작동을 멈춘 뒤 미국 뉴욕 허드슨강에 비상착수했으며 탑승자 155명 전원이 생존했다.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당시 최종 조사보고서에서 성공적인 비상착수가 가능했던 데는 약 2만시간의 비행경력을 가진 조종사, 추가 구명장비, 사고 직후 구조에 나설 수 있는 선박들이 인근에 있었던 점 등 여러 유리한 상황이 함께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플라이두바이 사고 역시 항공기의 구조적 여유와 다중 안전장치, 탑승자들의 대응이 맞물린 가운데 일부 행운까지 더해져 대형 참사를 피한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