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EC 필리핀 장관급 회의서 석유 비축 협력 표명… 비상시 亞 수입국에 '우선 공급권' 부여
해상 수송로 봉쇄 시 산유국도 수출 판로 확보 '윈윈'… 日 민간 탱크 임대 모델 아시아 전역 확산
다카이치 내각 'POWERR Asia' 100억 달러 가동… 태국·베트남 등 취약국 비축 인프라 전폭 지원
해상 수송로 봉쇄 시 산유국도 수출 판로 확보 '윈윈'… 日 민간 탱크 임대 모델 아시아 전역 확산
다카이치 내각 'POWERR Asia' 100억 달러 가동… 태국·베트남 등 취약국 비축 인프라 전폭 지원
이미지 확대보기중동 산유국들은 아시아 수입국 내에 자국 원유를 선제적으로 저장해 비상시 해당국에 최우선 공급권을 부여하고, 수입국들은 해상 봉쇄 국면에서도 안정적인 에너지 생명선을 확보하는 새로운 다자간 석유 안보 동맹을 결성하는 것이다.
일본이 주도하는 11개국 협의체인 '아시아 제로배출 공동체(AZEC)'는 필리핀에서 장관급 회의를 열고 사우디·UAE 고위 관료들과 특별 협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어 오는 10월 11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국제에너지포럼(IEF) 장관급 회의에서 세부 국가별 비축 규모와 양자 협정을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호르무즈 봉쇄 시 산유국도 타격… '소비국 현지 저장'으로 윈윈
이번 비축 공조는 원유 수입국뿐만 아니라 중동 산유국들에도 절박한 생존 전략이다.
지난 2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군사 충돌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사우디와 UAE의 해상 원유 수출길이 심각하게 제한받았기 때문이다.
산유국들이 아시아 현지 저장 터미널에 미리 원유를 대량으로 채워 넣을 경우, 해상 수송로가 차단되는 위기 상황에서도 현지 저장 탱크를 통해 안정적인 선적과 매출을 이어갈 수 있다.
소비국 역시 수송선 입항이 끊겨도 자국 영토 내 탱크에 보관된 중동 원유를 즉시 전력망과 정유 공장에 투입할 수 있어 양측 모두에게 실질적인 위험 분산 효과를 제공한다.
이러한 협력 모델은 일본이 선제적으로 안착시킨 '산유국 공동 비축 사업'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일본은 오키나와 등 국내 민간 정유사의 유휴 원유 탱크를 사우디 아람코나 UAE 아드녹(ADNOC)에 무상 임대해 주는 대신, 평시에는 산유국이 아시아 수출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유사시에는 일본이 비축유를 최우선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 두고 있다.
이 성공적인 비축 메커니즘을 동남아 전역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日 다카이치 총리 'POWERR Asia' 100억 달러 투입… 비축 노하우 이식
일본 정부는 자금과 기술 지원의 전면에 나선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4월 총 100억 달러(약 13조 5,000억 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골자로 하는 포괄적 에너지 파트너십인 '파워 아시아(POWERR Asia·광범위한 에너지 및 자원 회복력 파트너십)'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일본은 이번 AZEC 장관급 회의 합의를 바탕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동남아 국가들에게 대규모 지하 비축기지 및 항만 탱크 건설을 위한 저리 금융과 일본 천연자원에너지청의 비축 관리 노하우를 패키지로 제공할 계획이다.
일본이 동남아의 에너지 안보에 적극 개입하는 데는 자국 공급망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 이유도 작용했다.
일본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국가 주도로 200일분 이상의 압도적인 비축량을 구축했으나, 동남아의 에너지 위기가 곧바로 일본 제조업의 셧다운으로 직결되는 상호 의존성을 뼈저리게 체감했기 때문이다.
일본 천연자원에너지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태국의 원유·석유제품 비축량은 61일분, 필리핀은 53일분에 불과했으며, 베트남은 30일분으로 턱없이 부족했다.
호르무즈 해협 위기 당시 이들 국가는 주유소 배급제 등 극단적인 에너지 소비 제한을 단행했고, 이는 일본 내 공급망 마비로 이어졌다.
실제로 일본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의료용 고무장갑과 인공신장 혈액투석관의 99% 이상이 동남아 공장에서 생산되는데, 현지 정전과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일본 병원들의 공급 요청이 빗발치자 후생노동성이 정부 전략 비축 장갑을 긴급 방출하는 사태를 겪은 바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화약고가 아시아 경제의 목줄을 죄어오는 상황에서, 사우디·UAE의 원유 자본과 일본의 인프라 금융, 동남아의 저장 기지가 결합한 이번 '아시아 비축 블록'이 취약한 유라시아 에너지 공급망의 든든한 방파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