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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대신 유리로 승부"… 대만 AUO·이노룩스, 차세대 AI 반도체 기판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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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대신 유리로 승부"… 대만 AUO·이노룩스, 차세대 AI 반도체 기판 '진출'

AUO, 코닝과 손잡고 50cm 대형 '유리 코어 기판' 공개… 설비투자 투입해 파일럿 라인 가동
이노룩스도 패널 노하우 기반 반도체 전환 가속… TGV(유리 관통 전극) 장비 수요 2027년 폭증 전망
발열 휨 한계 부딪힌 수지 기판 대체… 인텔·삼성전기·스미토모 등 글로벌 '유리 동맹' 격돌
인텔은 2023년에 이 글라스 코어 기판 사진을 공유한 이후에도 계속 작업해왔다. 사진=인텔이미지 확대보기
인텔은 2023년에 이 글라스 코어 기판 사진을 공유한 이후에도 계속 작업해왔다. 사진=인텔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대형화·고집적화되면서 기존 플라스틱 수지 기반 기판이 '열에 의한 휨(Warpage) 현상'이라는 치명적인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자, 대만의 간판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인 AUO와 이노룩스(Innolux)가 '유리 코어 기판(Glass Core Substrate)'을 차세대 핵심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반도체 기판 시장에 전격 뛰어들었다.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지난 30년간 축적해 온 대형 유리 가공 및 미세 회로 형성 노하우를 반도체 첨단 패키징에 접목해 차세대 AI 칩의 핵심 부품 공급망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전통적으로 반도체 기판은 에폭시 수지 등 유기 절연체를 사용해 왔으나, 고성능 연산 코어(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하나의 기판 위에 올려야 하는 고성능 AI 프로세서는 칩 패키지의 면적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지 기판은 고온 열팽창으로 인해 뒤틀리며 연결 배선이 끊어지는 결함이 발생하지만, 유리는 열팽창 계수가 실리콘 칩과 유사하고 휨 저항성이 뛰어나 대면적 패키징을 위한 최적의 차세대 후보로 꼽힌다.
10월 7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대만 기업들은 미국의 유리 거인 코닝(Corning)을 비롯한 글로벌 장비·소재 공급망과 손잡고 2~3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파일럿 라인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AUO, 코닝과 50cm 대면적 기판 전시… "30년 유리 노하우로 2~3년 내 성숙"


AUO는 지난 9월 초 타이베이에서 열린 국제 반도체 박람회 '세미콘 타이완(SEMICON Taiwan)'에서 미국 코닝과 공동 개발한 반도체용 유리 코어 기판을 전격 공개해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시된 기판은 각 변의 길이가 약 50cm를 넘는 대형 정사각형 패널 형태로 제작됐다.

코닝이 정밀 가공한 특수 반도체용 유리 원판 위에 AUO가 미세 배선층(RDL)과 금속 부품을 형성하는 분업 방식으로 완성됐다.

AUO는 이미 지난 7월 말 설비투자(CAPEX) 예산의 일부를 유리 코어 기판 파일럿 생산 라인 구축으로 전격 전환했다.

펑솽랑(Paul Peng) AUO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유리 기판 기술이 완전히 성숙하기까지는 2~3년 정도의 검증 기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면서도 "AUO는 거의 30년간 대형 유리 기판을 정밀 가공해 온 독보적인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상용화 경쟁력에 확고한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다.

대만 2위 패널 업체인 이노룩스 역시 TV와 PC용 디스플레이 패널 라인을 차세대 반도체 패널레벨패키징(PLP) 및 유리 기판 생산 시설로 전환하기 위해 해외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공동 기술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TGV(유리 관통 전극)' 기술이 성패 좌우… 2027년 하반기 장비 수요 폭발

유리는 전기적 신호 손실이 적고 열 안정성이 높지만,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라는 특성을 지닌다.

이를 반도체 기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머리카락 굵기보다 미세한 수억 개의 구멍을 미세 균열 없이 뚫고 구리 등 전도성 금속을 균일하게 채워 넣는 '유리 관통 전극(TGV·Through Glass Via)' 기술이 필수적이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검사 및 레이저 장비 업체들은 TGV 공정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치열한 장비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대만 반도체 검사 장비 전문사인 스피록스(Spirox)의 폴 양(Paul Yang) CEO는 "TGV 공정이 연구실 단계를 넘어 시범 생산에서 대량 양산 국면으로 점차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TGV 레이저 가공 장비를 생산하는 대만 E&R 엔지니어링은 주요 기판 제조사들과의 장비 양산 신뢰성 검증이 최종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E&R 측은 "유리 기판 장비에 대한 글로벌 고객사들의 실질적인 발주 수요가 당초 시장조사업체들의 예상보다 빠른 2027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폭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텔 프로토타입 공개 속 韓·日 '유리 동맹' 격돌

유리 코어 기판을 향한 레이스는 대만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강국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 5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반도체 학술대회에서 기존 수지 라인을 개조해 미세 균열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무결함(No SeWaRe) 유리 코어 기판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며 상용화 목표를 구체화했다.

한국과 일본 연합군의 행보도 기민하다.

일본 종합 화학 대기업 스미토모화학은 지난 7월 삼성전기와 차세대 유리 코어 기판 사업을 위한 합작 투자를 단행하고 2027년 하반기 대량 양산 체제 구축을 선언했다.

일본 인쇄·소재 거인 다이닛폰인쇄(DNP) 역시 자체 시범 라인을 가동하며 글로벌 빅테크에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

현장에 참여한 일본 소재 기업 임원은 "AI의 연산 능력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패키징 소재 역시 근본적인 세대교체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미세 균열 방지와 초기 양산 수율 확보라는 기술적 허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 당분간은 유기 수지 기판이 주류를 유지하겠지만, 2027년을 기점으로 반도체 하드웨어의 판도를 뒤흔들 '유리기판 르네상스'가 가시권에 진입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