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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 규제 '흔들'…현대차·기아 셈법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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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 규제 '흔들'…현대차·기아 셈법 바뀌나

메르츠·마크롱, 내연기관 규제 완화와 유럽산 제품 우대 맞교환
EU 집행위, 2035년 배출가스 감축 목표 100%에서 90%로 조정 제안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 판매 여지 확대…유럽 현지 생산 기준 변수
2025년 5월 7일, 프랑스 파리의 엘리제궁 정원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신임 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5월 7일, 프랑스 파리의 엘리제궁 정원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신임 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연합(EU)의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 규제를 기존 개정안보다 더 완화하는 공동 방침을 마련하면서 유럽 자동차산업의 전기차 전환 정책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10월 7일(현지시각)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내연기관차 규제 완화와 유럽산 제품 우대 조건을 놓고 절충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EU의 배출가스 규제 개정 논의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하이브리드 판매 전략과 유럽 현지 생산 체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독일·프랑스의 자동차 규제 맞교환


독일과 프랑스의 절충안은 내연기관차 규제 완화와 유럽산 제품 우대 정책을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독일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전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배출가스 감축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프랑스는 유럽 자동차산업의 생산 기반을 보호하기 위해 유럽에서 생산한 차량에 혜택을 주는 정책을 요구했다. 양국이 서로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정책 협상에 진전이 이뤄진 셈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일 양국이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와 유럽산 제품 우대 정책을 묶은 포괄 합의에 접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협상의 한 축은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완화이고 다른 축은 공공 지원을 받는 차량에 적용할 유럽 내 생산 요건이다.

한델스블라트의 7일 보도는 이러한 협상이 양국 정상의 공동 방침 마련으로 이어졌다는 내용이다. 다만 절충안의 구체적인 추가 완화 폭과 유럽산 제품 인정 기준은 공개된 기사 내용만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양국 간 합의가 EU 법률의 확정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2035년 감축 목표 90% 개정안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6일 자동차산업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2035년 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기존 100%에서 90%로 낮추는 개정안을 제시했다. 감축률은 2021년 기준 배출량과 비교한 수치다.

나머지 10%의 배출량은 EU에서 생산한 저탄소 철강 사용으로 최대 7%, 합성연료와 바이오연료 사용으로 최대 3%를 상쇄하도록 제안했다. 이는 모든 내연기관차에 판매를 자유롭게 허용한다는 뜻이 아니다.

제조사는 판매 차량 전체의 평균 배출량을 기준으로 규제를 충족해야 한다. 집행위원회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순수 전기차와 수소차 외에도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마일드하이브리드차,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와 일부 내연기관차가 2035년 이후에도 시장에 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30년부터 2032년까지 배출가스 감축 실적을 여러 해에 걸쳐 조정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특정 연도의 판매 실적에 따라 제조사가 규제 목표를 충족하지 못하는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규제 완화가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럽 교통환경단체 교통과 환경(T&E)은 올해 2월 분석에서 완화안이 시행되면 2030년 순수 전기차 판매 비중이 기존 규제 아래의 57%에서 47%로 낮아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실제 판매 실적이 아닌 정책 변화에 따른 모형 분석 결과다.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와 현지 생산 변수


이번 협상은 현대차·기아에 하이브리드차 판매 기회와 유럽산 제품 우대 기준이라는 서로 다른 변수를 안긴다.

현대차와 기아는 유럽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내연기관차 규제가 완화되고 제조사가 배출량 상쇄 조건을 충족한다면 하이브리드차의 판매 가능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반면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늦어지면 기존 전기차 생산 투자와 판매 차종 구성에도 변화가 생길 여지가 있다.

현대차의 체코 공장과 기아의 슬로바키아 공장은 유럽 현지 생산 기반이다. 유럽산 제품 우대 정책이 시행되면 이들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과 한국에서 수출한 차량의 지원 조건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생산 지역만으로 혜택이 결정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에도 원산지 기준이 변수다. EU가 유럽 내 생산 부품의 사용을 지원 조건에 포함한다면 한국에서 수출하는 부품과 유럽 현지에서 공급하는 부품의 경쟁 여건이 달라질 수 있다.

배터리업계는 전기차 판매 비중과 현지 공급망 정책을 함께 살펴야 하는 처지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낮아지면 배터리 수요 증가 속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반면 EU의 역내 배터리 산업 육성 정책은 유럽에 생산시설을 보유한 업체에 다른 사업 여건을 제공한다.

EU 입법과 유럽산 인정 기준이 관건


독일과 프랑스의 공동 방침이 실제 자동차 시장에 적용되려면 EU의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집행위원회의 규제 개정 제안과 회원국 간 협상, 유럽의회가 참여하는 법률 개정은 서로 다른 단계다.

유럽산 제품의 인정 범위도 남은 쟁점이다. 한국처럼 EU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한 자동차와 부품이 어느 범위까지 인정받는지에 따라 한국산 수출품과 유럽 현지 생산품의 경쟁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EU의 최종 감축 목표와 배출량 상쇄 조건, 공공 지원 대상 차량의 생산지 기준이 확정되면 한국 자동차업계에 미칠 영향도 더욱 구체화할 수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절충안은 내연기관차의 판매 가능 범위뿐 아니라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생산 지역과 부품 공급망이 차지하는 비중을 함께 다루는 협상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