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수주 2,232억 엔으로 전년비 60% 급증… 15개월 연속 성장 속 단일 월 사상 최고
해외 주문 67% 폭증 속 납기 지연 속출… 베어링·선형 부품 조달난 등 병목 현상 비상
해외 주문 67% 폭증 속 납기 지연 속출… 베어링·선형 부품 조달난 등 병목 현상 비상
이미지 확대보기전 세계 반도체 제조사와 공급망 기업들이 고성능 연산 칩과 정밀기계 부품 생산을 늘리기 위해 앞다퉈 일본산 공작기계 확보전에 뛰어들면서, 일본 주요 기계 업체들의 수주잔고(주문 적체)가 1조 엔(약 9조 원)을 넘어서는 등 2016년 이후 최악의 납기 지연과 공급 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0월 10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일본공작기계제조업협회(JMTBA)는 지난 9월 공작기계 총수주액이 전년 동기 대비 60% 급증한 2,232억 엔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15개월 연속 전년 대비 성장세를 이어간 것이자, 협회 집계 역사상 단일 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기록이다.
해외 주문 67% 폭증… AI 칩·소형 항공기·인도 오토바이 수요 견인
이번 주문 폭증을 견인한 핵심 축은 해외 시장이었다.
9월 해외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67% 급증한 1,592억 엔을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방산 및 소형 항공기 제작에 쓰이는 초정밀 공작기계 수요가 견고하게 유지됐고, 인도 등 신흥국에서는 급성장하는 자동차 및 이륜차(오토바이) 부품 가공용 공구 주문이 대거 유입됐다.
일본 내수 주문 역시 설비투자 재개에 힘입어 전년 대비 46% 증가한 639억 엔에 달했다.
이에 따라 일본 공작기계 업계의 미인도 주문 잔고는 8월 말 기준 총 1조 600억 엔으로 1년 만에 45% 급증했다. 이는 2016년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밀 선반 및 밀링 머신 강자인 츠가미(Tsugami)와 시바우라 머신(Shibaura Machine)은 주문 잔고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폭증했다고 보고했다.
글로벌 톱티어 업체인 DMG 모리(DMG Mori) 역시 8월 수주량이 전년 동월 대비 약 40% 증가하며 납기(리드타임)가 모델별로 한 달 이상 연장되는 등 생산 일정 차질이 현실화됐다.
공장 증설·설비투자 총력… "증산해도 주문 못 따라가 공황 상태"
기계 제조사들은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앞당기며 비상 생산 체제에 돌입했다.
시바우라 머신은 이번 회계연도에 반도체 웨이퍼 가공 장비와 에너지·항공우주·조선용 대형 특수 공작기계 생산능력(CAPA)을 50% 확대하기로 했다.
시티즌 머시너리(Citizen Machinery) 역시 예정된 설비투자 계획을 전격 앞당겨 나가노현 미요타 공장 등에 자동화 라인을 깔고 생산량을 약 50% 증대할 계획이다.
DMG 모리는 특정 공장에 쏠린 물량을 분산하기 위해 복수 공장 교차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핵심 가공 부품의 비축 보관 용량을 대폭 확충했다.
그러나 쏟아지는 물량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일본 주요 공작기계 업체의 한 고위 임원은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생산 라인을 한계치까지 돌리고 있지만 주문이 쏟아지는 속도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현장은 사실상 공황 상태"라고 털어놨다.
베어링·선형 가이드(LM) 부품 품귀… "납기 지연 장기화 우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인프라 투자와 맞물린 공작기계 초호황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핵심 부품 공급망 병목 현상이 새로운 복병으로 부상했다.
완제품을 조립하는 데 필수적인 고정밀 베어링과 선형 운동(LM 가이드) 부품, 정밀 계측기기 등의 조달이 지연되면서 증산 속도를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JMTBA 회장이자 시바우라 머신 사장인 사카모토 시게토모는 "주문 적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완성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제때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공급망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AI 칩 슈퍼사이클과 글로벌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 바람을 탄 일본 공작기계 산업이 '사상 최대 수주'라는 호황의 정점에서 부품 조달 병목과 납기 전쟁이라는 새로운 시험대에 직면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