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105달러대로 후퇴…골드만삭스 "러시아 추가 공급 효과 제한적"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정부가 러시아산 연료에 대한 제재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면서 공급 부족이 일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러시아의 정유시설 가동 차질로 실제 공급 확대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인근 유조선 피격으로 중동 지역의 공급 불안도 지속되고 있다.
CNBC와 로이터통신은 러시아산 경유의 추가 공급 가능성이 국제유가에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낙폭을 제한하고 있다고 1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0.9% 내린 배럴당 92.90달러(약 12만4800원)를 기록했다.
전날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배럴당 약 2달러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지난달 15일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지만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 트럼프, 러시아산 경유 제재 한시 완화…공급 확대 기대
국제유가 하락의 주요 배경은 미국 정부의 러시아산 경유 공급 확대 조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러시아가 세계 시장에 경유 공급을 늘리기로 합의했다며 러시아산 연료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한시적으로 완화한 결정을 옹호했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제재를 시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 세계 경유시장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러시아산 연료의 추가 공급을 허용하는 조치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에 막대한 자금을 지출해 왔다고 지적하며 이번 결정이 미국인들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러시아는 6개월 동안 미국과 세계 시장에 경유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한 반발도 제기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기 전까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금지한 미국 법률에 이번 합의가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추가 공급 가능성은 최근 공급 부족 우려로 상승했던 국제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 골드만삭스 "경유 80만t 추가 공급해도 가격 하락 1~2달러"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러시아산 경유의 공급 확대가 세계 연료 가격을 크게 낮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러시아산 경유 공급이 80만t 증가하더라도 미국 멕시코만 연안과 유럽의 경유 도매가격은 배럴당 1~2달러(약 1343~2686원) 하락하는 데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80만t은 약 600만배럴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러시아의 정유시설 가동 차질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수출을 빠르게 늘리기 어렵다는 것이 골드만삭스의 판단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러시아의 정유시설 가동 중단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하루 300만배럴 증가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유시설의 생산능력이 제약받으면서 추가 공급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석유시장 분석업체 PVM의 타마스 바르가 애널리스트도 러시아가 올해 말까지 경유 공급을 월 300만~350만t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 정유산업의 심각한 가동 차질을 고려하면 계획한 공급 규모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 미국 경유 재고 14% 감소…세계 생산 7개월 연속 위축
러시아산 경유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에도 세계 경유시장의 수급 여건은 여전히 빠듯하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의 경유 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다.
중국의 확인 가능한 경유 재고도 11% 줄었다.
세계 경유 생산량은 7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해상을 통한 경유 수출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하루 140만배럴 줄었다. 감소율은 20%에 달한다.
이처럼 경유 공급 부족이 누적된 상황에서는 러시아산 연료가 일부 추가 공급되더라도 세계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러시아가 정유시설의 가동 차질을 해소하지 못하면 제재 완화에 따른 실제 수출 증가량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 후티 사우디 공격·호르무즈 유조선 피격…유가 낙폭 제한
국제유가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은 중동의 공급 불안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공격했다.
CNBC에 따르면 이 공격으로 12명이 사망하고 300명 이상이 다쳤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도 유조선 공격이 보고되면서 중동 에너지 기반시설과 주요 해상 수송로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사우디와 후티 반군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중동 산유국의 원유 수출이 다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동유럽과 중동에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진전이 부족한 상황이 국제유가의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업용 유조선에 대한 공격 증가와 사우디·후티 반군의 갈등으로 중동 원유 수출량이 지난 9월 기록한 높은 수준을 다시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미 중간선거 이후 중동 정세도 변수
국제유가의 향후 흐름에는 미국 중간선거 이후 중동 정세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카르스텐 프리치 애널리스트는 11월 초 미국 중간선거 이후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이 다시 고조될지 아니면 양측이 합의에 도달할지가 중요한 변수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고려하면 두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산 경유의 추가 공급 가능성이 단기적으로 국제유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제한적인 정제유 공급능력이 하락폭을 제한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