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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컨테이너 박스 굴기’에 해상 물동량 왜곡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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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컨테이너 박스 굴기’에 해상 물동량 왜곡 심화

미국발 중국향 빈 컨테이너 회송 늘며 화물 컨테이너 수송 축소
컨테이너 운임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급등, 부족 사태도 여전
일본 최대 피해, 한국도 글로벌 해운사 패싱으로 선복 부족 지속
미국 롱비치 항구에서 화물선이 컨테이너를 하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롱비치 항구에서 화물선이 컨테이너를 하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이 전 세계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컨테이너 박스를 통해 해상물류 왜곡 현상을 심화시키며 또 다른 위협을 가하고 있다.

20일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 보고서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발 중국향 컨테이너 화물의 수송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운임은 전년대비 2배로 과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발 미국향의 왕성한 수송수요에 부응해야하는 공(空) 컨테이너의 회송이 늘어 수송공간이 축소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국발 아시아향 컨테이너 화물수송량은 8월 시점에서 전년 동월대비 5% 감소했다. 하지만 10월 로스앤젤레스(LA)발 상하이향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 1개당 1710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2배 가까이 올랐다,

원인은 미국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선박에 실을 화물 가운데 공 컨테이너를 화물 적재 컨테이너를 우선시했고, 그런 만큼 화물 수송공간이 줄어들어 운임상승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하반기에도 컨테이너 운임이 급등한 적이있다. 이때는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화물은 넘쳤지만, 미국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화물은 줄어 운항비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공 컨테이너를 실어왔다. 적재공간이 남아돌아 공컨테이너를 실으려는 화물선간 경쟁도 치열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LA항, 공컨테이너 수출 비중 76% 달해


코로나19로 인한 물류혼란으로 제품을 최종 소비지인 미국으로 운반한 컨테이너가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 제때 돌아오지 않고 있어, 컨테이너 수급이 줄타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 항구에 도착한 컨테이너는 트럭이나 철도로 각 도시로 수송되나 트럭 운전사 등의 부족으로 미국 내 운송도 정체되고 있고, 각지에서 화물을 내린 공컨테이너는 다시 항구로 돌아와 빈 상태로 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선사들은 미국 항구에 쌓인 공컨테이너를 아시아로 운송하기 위해, 화물에 할당할 공간을 줄이기 시작했다. 미국 관문인 LA항의 경우 2021년 1~10월 수출 컨테이너 가운데 공컨테이너가 차지한 비중은 76%에 달했다. 미국의 수출량은 수입량보다 적기 때문에 미국발 아시아향 컨테이너선에서는 공컨테이너가 다수 차지하였으나 그 비율이 2020년 65%,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에는 61%였다는 점과 비교해도 비중이 상당히 높아진 것이다.

물량 증가로 중국발 미국향 운임은 급등하고 있어, 선사들에게는 기회 손실을 피하기 위해 공컨테이너의 수배가 우선사항이 되고 있다.

컨테이너 유일 생산 中, 담합 통해 조절


컨테이너가 부족하면 컨테이너 제작업체들이 생산을 더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수출입 물류 플랫폼 트레드링스(TradLinx)는 영국 글로벌 해운․조선업 시장 조사기관인 드로리(Drewry)의 통계를 인용해, 전 세계 드라이 컨테이너(일반 화물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컨테이너)의 96%가 중국에서 생산되며, 냉장 컨테이너는 전량이 중국산이라고 전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CIMC(42%), 둥팡(Dongfang, 27%), CXIC(15%), FUWA(7%) 등 중국의 상위 4개 업체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특히, 이 중 CIMC와 둥팡은 중국 정부의 소유 회사로 이들이 중국 컨테이너 협회를 통해 타 업체에도 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들어 이들 중국 기업들이 생산량 담합을 통해 컨테이너 공급량을 고의로 축소 시키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컨테이너 박스 공급량은 2018년 410만개 → 2020년 230만개로 축소되었으며, 이에 따라 가격도 2020년 1월 1850달러 → 2021년 1월 3500달러로 2배 가량 올랐다.

컨테이너 수급 문제가 이어지면서 현재 대한민국을 포함해 인도 등에서도 컨테이너 박스 제작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한국해양진흥공사(KOBC)의 주도로 HMM‧서진시스템‧에이스엔지니어링이 베트남 북부 하이퐁에 컨테이너 제작 공장을 건설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단계다.

일본‧부산항 패싱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보고서는 공컨테이너를 운반을 우선시함으로써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화물의 내용은 폐지나 목재 등이 많아, 다소 수송이 늦어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일본은 냉동식품이나 식육, 대두 등 식료품의 비율이 높아, 수송 지연은 물품부족과 가격인상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에 선박을 정박시키면 스케줄이 혼란을 겪고 시간과 비용도 낭비라는 판단에 따라 일본 기항을 건너 뛰고 다음 항구로 향해 버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일본은 도쿄를 비롯한 주요 항구가 시설 낙후로 초대형 선박의 입항은커녕 피더선박도 입항이 어려운데다가 코로나19 기간 동안 선박이 대거 몰려들면서 적기 정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 부산항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코로나19 사태 시작 후 각국이 국경을 폐쇄하면서 글로벌 선사들은 선복량을 줄이고 해상 노선도 줄였는데, 이 때 주요 선사들이 아시아 지역 주요 기항지 목록에서 부산항 대신 중국항구를 택했다. 해운사는 노선을 줄이기는 쉽지만, 복구시키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부산항에 정박하는 외항선사의 수가 줄었고, 이로 인해 국내 화주들이 겪는 물류난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물동량을 앞세운 중국의 공세로 인해 한국과 일본 패싱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컨테이너 부족도 이러한 상황의 연장선상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