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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아프리카 향하는 K방산… “장기 수주 열쇠는 협력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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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아프리카 향하는 K방산… “장기 수주 열쇠는 협력 생태계”

이집트 현지생산·사우디 공급 협상…UAE·모로코서 산업협력 구체화
완제품 수출 넘어 생산·후속지원 협력 확대…기술보호·수익성 확보 과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미지 확대보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국내 방산기업들이 중동·아프리카의 군 현대화 수요를 겨냥해 수출 기반을 넓히고 있다. 기존 수출국에서 현지생산을 본격화하는 한편 신규 수주를 위한 산업협력망 구축에도 나서면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1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중동·아프리카 주요국들은 노후 장비 교체와 미사일·드론 위협에 대응한 방공 전력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무기 도입과 함께 자국 방위산업 육성에도 나서면서 국내 기업들도 현지 작전환경에 맞춘 무기체계 개발부터 생산·정비 분야의 협력까지 국가별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말부터 이집트 군수생산부 산하 제200군수공장에서 K9 자주포를 생산하고 있다. 2022년 체결한 수출계약에 따라 미국산 M1A1 에이브럼스 전차를 생산·정비하던 시설에 K9 생산라인을 구축한 것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력과 이집트 측 관계자들이 함께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지난 2월 사우디 국제방산전시회(WDS)에서 K9 자주포의 성능개량형인 K9A1에 국산 엔진을 탑재한 사우디형 모델과 타이곤 차륜형장갑차를 선보였으며 사우디 국가방위부와의 K9A1 자주포·타이곤 장갑차 공급 협상은 지난달 말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중동·북아프리카 시장을 겨냥해 K2 흑표 전차의 현지 맞춤형 모델을 선보였다. 지난 3월 공개한 중동형 K2 전차는 섭씨 50도의 폭염과 모래·먼지에 대응하도록 냉각·방진 성능을 강화한 수출형 모델로, 현재 개조개발이 진행 중이다. 모로코도 최대 400대 규모의 K2 전차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아프리카 시장에서도 새로운 수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방공 분야에서는 기존 수출 성과를 바탕으로 현지 기업과의 공동사업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UAE·사우디·이라크의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 천궁Ⅱ 도입사업에서 다기능레이더 공급 계약을 확보한 데 이어 지난달 15일 UAE 국영 방산기업 에지(EDGE)그룹과 통합대공망 구축을 위한 주요조건합의서를 체결했다. 양측은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체계(L-SAM)와 천궁Ⅱ 등을 연계하는 다계층 방공망 구축을 추진하고, 현지 합작법인 설립과 생산·정비 분야 협력도 검토하고 있다.

천궁Ⅱ의 체계종합과 유도탄을 담당하는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도 UAE에서 현지생산과 기술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현지 방산기업 칼리두스와 방공체계 공동개발·현지생산을 위한 합작투자 협약을 맺은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UAE 국방산업 지원기관 타와준과 현지법인 설립, 공동 연구개발, 제조·정비와 공급망 협력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항공기 분야에서는 신규 수주에 앞서 현지 산업계와 협력관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달 이집트 국제에어쇼에서 경공격기 FA-50과 비행 시뮬레이터를 선보이며 이집트 공군의 36대 규모 고등훈련·경공격기 도입사업에 대한 수주 활동을 벌였다. 이달 7~10일 열린 모로코 마라케시 에어쇼에서도 FA-50을 전시하며 현지 고등훈련기 시장 진출을 모색했다.

KAI는 지난 8일 모로코 에어쇼에서 현지 항공정비업체 메인터넌스 에어로 모로코(MAM), 항공기 구조물 제조·조립업체 사브카 모로코와 3자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의 모로코 공급 가능성과 연계해 제조·정비 분야의 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수주에 앞서 현지 산업협력 기반을 마련한 사례다.
중동·아프리카는 지정학적 불안과 군 현대화 수요가 맞물린 지역으로 국내 방산업계의 수출 확대를 위한 주요 시장으로 평가된다. 구매국들이 무기 도입과 함께 자국 방위산업 육성을 추진하는 만큼 수출 기회를 장기적인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현지생산과 기술협력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이집트 K9 사례처럼 현지생산과 기술협력은 단순 무기 판매를 넘어 장기적인 방산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무기체계는 납품 이후에도 부품 공급과 유지·보수·정비(MRO), 성능개량 수요가 이어지는 만큼 현지 기업과 공동생산·공동개발·제3국 수출까지 확대하는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지화 확대에 따른 핵심기술 보호와 수익성 확보는 과제로 꼽힌다. 구매국의 산업 육성 요구에 맞춰 생산과 기술협력 범위를 넓히는 과정에서 기술이전 수준과 비용 부담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사업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현지화 노력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정부 간 협력을 기반으로 금융지원과 현지생산, 기술협력, 후속군수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며 “결국 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 K-방산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무기를 판매하느냐'보다 '얼마나 강력한 현지 방산생태계를 함께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unda9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