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민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장
이미지 확대보기건물은 기둥이 버틴다. 기둥은 철근이 받친다. 그 철근이 없었다.
GTX-A 삼성역 공사 현장에서 드러난 사실은 단순한 실수로 볼 수 없다. 승강장부 기둥 80개 중 50개, 전체의 62.5%에서 주철근이 설계 기준(2열)의 절반(1열)만 시공됐다. 누락된 철근 규모는 178t이다. 수십만 명이 매일 지나게 될 지하 공간의 뼈대가, 처음부터 반쪽짜리였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안전의 문제이자, 신뢰의 문제이자, 시스템의 문제다.
첫 번째 균열: 구조 안전성
178t의 철근이 빠진 기둥은 당장 무너지지 않는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구조 결함은 시간과 하중이 쌓일수록 임계점에 가까워진다. 지하 깊은 곳의 기둥은 지진하중, 열차 진동, 지반 침하에 복합적으로 노출된다. 설계 기준 미달 기둥이 전체의 60%를 넘는다는 사실은, 단기적 안전 확인으로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장기 내구성과 재난 시나리오를 포함한 전면적인 구조 안전 재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국토부 특별점검이 진행 중이지만, 그 결과가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두 번째 균열: 5개월의 침묵과 제도의 공백
구조 결함만큼 심각한 것은 그 이후의 과정이다. 시공사 현대건설이 서울시에 철근 누락을 최초 보고한 시점은 2024년 11월 10일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공식 보고는 2025년 4월 29일, 약 5개월이 지난 뒤에 이루어졌다. 서울시·철도공단·국토부가 '보고했다-몰랐다-책임이 없다'는 삼각 공방을 벌이는 사이, 시민은 결함 기둥 위에서 5개월을 보냈다.
이 5개월의 침묵이 가능했던 이유는 분명하다. 현행법에는 '중대한 구조 부실을 발견한 시점'에 발주청과 감독기관에 즉시 보고해야 할 명확한 의무 규정이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을 포함한 관련 법령의 즉시보고 의무는 실제 인명피해나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야 작동한다. 사고 이전 단계의 중대 부실은 법적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작동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애초에 설계되지 않은 영역이었다.
세 번째 균열: 안전이 선거 소재가 되는 구조
이 사태는 서울시장 선거의 정치적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특정 후보가 이 사안을 상대 후보 공격의 재료로 활용하는 장면은, 우리 사회가 건설 안전 문제를 다루는 방식의 또 다른 민낯이다. 정치화는 책임 소재를 희석시키고, 제도 개선의 동력을 분산시킨다. 누가 더 잘못했느냐는 공방이 길어질수록, 어떤 시스템을 고쳐야 하느냐는 질문은 뒤로 밀린다. 시민의 안전은 선거 주기와 무관하게 작동해야 한다.
시스템 전면 재검토가 답이다
세 가지 균열은 하나의 뿌리에서 자란다. 건설 안전관리 시스템이 '사고 발생 이후 대응'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시공 오류를 감지하는 감리 체계, 중대 부실을 발견했을 때 작동하는 보고 체계, 정보를 시민에게 공개하는 투명성 체계-이 세 층위 모두에서 이번 사태는 허점을 드러냈다.
우리 협회는 GTX-A 삼성역 사태가 일회성 사건 처리로 마무리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대형 인프라 건설 현장의 감리 독립성 강화, 중대 구조 부실 발견 시 즉시보고 의무의 법제화, 점검 결과의 시민 공개 원칙 확립-이 세 가지를 축으로 한 건설 안전관리 시스템의 전면 재검토가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
기둥 안의 철근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법과 제도가 그것을 들여다보는 눈이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178t의 철근을 메우는 보강 공사가 아니라, 다음에는 이런 부실이 5개월간 묻힐 수 없도록 만드는 시스템의 재설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