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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형의 프롭테크'썰'] 데이터가 현장에 스며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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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형의 프롭테크'썰'] 데이터가 현장에 스며들다

문지형 알스퀘어 대외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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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형 알스퀘어 대외협력실장

입찰공고 하나가 들어왔다. 건설설비 회사의 영업팀은 움직인다. 공고를 읽고, 발주처를 검색하고, 그 발주처가 보유한 다른 건물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설비 현황을 파악한다. 이 모든 정보를 손으로 모아야 하는 데 며칠이 걸린다. 그 사이 경쟁사는 다른 발주처를 공략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 현장의 호흡이 바뀌고 있다.

금융과 현장, 다른 속도로 움직이다


부동산 데이터의 사용처가 확장하고 있다. 금융 시장 중심으로 설계되어온 부동산 분석 도구가 건설설비 업체와 비부동산 기업들의 영업 현장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같은 정보가 분석가의 손에서는 투자 판단 자료가 된다. 금융사의 분석팀은 장기 투자 시나리오를 며칠에 걸쳐 그려나간다. 반면 영업팀의 손에서는 기회 포착의 도구가 된다. 데이터를 받은 그 순간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뜻이다. 누구를 먼저 접촉할 것인가, 어떤 자산부터 제안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그 순간이 이제 데이터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금융은 '정보'로 쓰고, 현장은 '무기'로 바꿔 사용한다.

데이터 연계, 기술 설계의 핵심


기존 부동산 솔루션 제공업체들은 '특정 빌딩에 대해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가'를 경쟁의 축으로 삼았다. 더 많은 항목, 더 깊이 있는 상세 정보를 자랑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현장을 지원하려면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입찰공고와 발주처의 자산 정보, 공사 진행 현황까지 같은 건물에서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영업팀이 한 건물에 대한 단편적 정보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필요한 것은 발주처가 보유한 전체 자산의 설비 현황, 교체 시기의 추정, 진행 중인 공사 정보까지 한 데이터베이스에서 나오는 경험이다.

데이터 '양'의 게임이 아니라 데이터 '연계'의 게임이다. 이를 구현하려면 처음부터 아키텍처를 다르게 설계해야 한다. 개별 데이터 소스를 얼마나 많이 수집할 것인가가 아니라, 특정 산업의 모든 의사결정 지점에 기술이 닿도록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술팀의 관점에서 이건 근본적으로 다른 엔지니어링 문제다.

버티컬은 산업 수의 게임이 아니라, 의사결정 깊이의 게임

시장에는 유사한 서비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건설 데이터 서비스, 산업별 인텔리전스 도구들. 대부분은 '폭'을 선택했다. 더 많은 데이터, 더 많은 산업, 더 빠른 업데이트를 경쟁 포인트로 삼는다. 일면 합리적인 전략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장의 움직임을 보면 고객들이 선호하는 것은 '얼마나 폭넓은가'보다 '얼마나 정확하고 깊이 있는가'라는 걸 명확히 알 수 있다. 40만 건의 빌딩을 제대로 아는 것이 수백만 건을 대충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쓸모 있다는 뜻이다. 현장은 자신의 산업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원하지, 나머지 산업의 정보들은 필요 없다.

결국 '버티컬 확장'이란 새로운 산업을 계속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산업이 겪는 모든 의사결정 사이클 속에 기술이 제대로 스며드는 상태를 말한다. 입찰 발굴에서 시작해 자산 분석, 공사 추적까지 그 산업의 영업 흐름 전체를 지원하는 것이다.

금융은 천천히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현장은 그걸 넘어섰다. 그곳에서는 데이터가 더 이상 '정보'가 아니라 일상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기술 회사가 봐야 하는 미래는, 정보를 잘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체를 어떻게 더 정밀하게 지원할 것인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