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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민의 프롭테크'썰'] 중대재해 리스크 시대, 기업이 놓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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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민의 프롭테크'썰'] 중대재해 리스크 시대, 기업이 놓치고 있는 것

정상민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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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민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장

최근 몇 개월간 중대재해처벌법이 작동하는 현장을 지켜보며 한 가지 분명하게 느낀 점이 있다. 법원의 판단 기준과 기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책임의 무게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 이후 기업 경영의 중요한 변수가 됐다. 하지만 많은 기업은 여전히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면 대응하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다르다. 법원의 판단 이전에 기업은 이미 사회적 신뢰, 사업 기회, 계약 관계, 경영 리스크와 마주하고 있다.

책임의 범위에 대한 기업의 불안


지난 8월 14일 경기 평택 HL만도 공장에서 협력업체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고, 같은 달 24일에는 그룹 차원의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자의 책임 여부를 둘러싼 고소·고발이 제기됐다. 이 사건은 많은 기업인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최고경영자가 안전 관련 보고를 받고 의사결정에 관여했다면, 어디까지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조직 내에서 누가 안전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과 관리가 이루어졌는지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반면 법원은 사고 발생 자체만으로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16일 대법원은 SK멀티유틸리티 대표 사건에서 무죄 판단을 확정했다. 해당 사건에서 법원은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요구되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는지, 사고 발생과 의무 위반 사이에 관련성이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사고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는 제도가 아니라, 경영진이 예방을 위한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실질적으로 운영했는지가 핵심 기준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형사책임보다 먼저 다가오는 경영 리스크


하지만 기업이 주목해야 할 것은 법원의 최종 판단만이 아니다.

최근 중대재해와 관련한 제도 변화는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조달 분야에서도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참여 제한 등 경제적 제재가 강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기업에게 새로운 현실을 의미한다.

중대재해는 더 이상 단순한 형사법적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수주 경쟁력, 대외 신뢰도, 브랜드 가치, 협력 관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영 리스크가 되고 있다.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동안 기업은 이미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을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 논의는 민간기업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최근 부산 지역에서 자활근로 참여자가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지자체의 관리 책임 여부가 검토되는 등,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역시 안전관리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자체는 다양한 사업을 직접 수행하고 민간에 위탁한다.따라서 단순히 “직접 작업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안전관리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각 사업 과정에서 위험요인을 어떻게 파악하고, 관리 책임과 역할을 어떻게 구분하며, 이를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가이다.

기업이 지금 준비할 세 가지


우리 협회가 기업과 지자체에 강조하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안전 의사결정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 조직 내 누가 위험을 판단하고, 누가 개선을 결정하며, 누가 최종 책임을 갖는지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보고 체계와 책임 범위를 문서화하는 것은 법적 방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안전 경영을 위한 기본이다.

둘째, 형식적인 법 준수를 넘어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많은 기업이 “법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충족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안전은 법적 최소 기준을 맞추는 문제가 아니다. 조직이 위험을 얼마나 먼저 발견하고 제거하는지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셋째, 사고 이후 대응보다 사고 이전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중대재해 발생 이후 법률 대응 체계를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고 가능성을 줄이는 경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법률 대응은 마지막 방어선이다. 최고의 대응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판례의 변화를 주목한다. 하지만 현장의 기업인들은 매일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법과 현실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법원의 판단 기준을 이해하면서도, 그보다 앞서 기업 스스로 위험을 관리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중대재해 시대, 기업이 준비해야 할 것은 처벌 이후의 대응이 아니라 책임이 발생하기 전 위험을 줄이는 경영 시스템이다. 예방은 더 이상 안전 부서만의 과제가 아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경영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