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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뉴욕행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네는 승리의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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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뉴욕행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네는 승리의 가격

세 가지 거래와 두 갈래 전쟁 시나리오로 읽는 미이란 협상
이란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비싼 선물은 무엇일까. 미국 국민 앞에서 꺼낼 수 있는 승리의 문장이다. 자기의 압박이 통했고, 이란이 협상장으로 나왔으며, 전쟁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설명이. 필자는 이란의 뉴욕행을 그 문장의 가격을 흥정하는 움직임으로 읽는다. 미국도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을 내놓고, 그 대가로 공격 중단과 경제 회복을 얻으려는 계산이다.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사진=이란 대통령실이미지 확대보기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사진=이란 대통령실


방문이 곧 양보안의 존재를 증명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지난 17일 유엔 주최국의 의무에 따라 이란 대표단의 참석을 허용하되 이동은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주목할 것은 미국 땅에서 열리는 다자외교가 이란에 열어주는 협상의 경로다.

테헤란의 성명은 미국 언론의 선택과 해석을 거쳐 전달된다. 뉴욕에서는 인터뷰와 기자회견, 각국 정상과의 면담을 통해 원문과 제안을 직접 공개할 기회가 생긴다. 민주당 인사와 군사 개입을 비판하는 공화당 인사를 만날 가능성도 넓어진다. 실제 접촉은 확인해야 하고 언론의 편집권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란의 메시지가 백악관의 설명과 다른 경로로 미국 유권자에게 도달할 여지는 커진다.
이란은 반트럼프 진영을 넘어 종전에 동의할 청중을 찾아야 한다. 합리적인 제안을 공개하면 미국 정치인과 언론이 정부에 거부 이유를 물을 수 있다. 미국의 공격을 비판하고 휴전을 제안하는 연설은 제 3국에도 선택을 요구한다. 전쟁의 비용을 계속 감수할 것인가, 받아들일 만한 출구를 미국에 권할 것인가. 다만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굴욕을 요구하면 합의할 정치의 공간은 좁아진다. 비판은 날카롭게 하되, 상대가 자국 유권자 앞에서 설명할 말은 남겨둬야 한다.

동시에 미국이 이란에 무엇을 돌려줄지도 물어야 한다. 이번 전쟁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됐다. 이란의 양보만 계산하면 거래의 절반이 빠진다. 미국의 군사행동과 이란의 보복 모두 별도의 법적 판단 대상이며, 유엔 헌장의 무력 사용 금지와 자위권 규정은 어느 편에나 적용된다. 협상에서는 그 책임 논쟁과 함께 추가 피해를 막을 교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해협을 여는 대가로 누가 공격을 멈추는가


첫 번째 거래는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회복과 이란 공격·봉쇄 중단이다. 미국 측이 공개한 6월 17일 양해각서 설명에는 이란의 60일간 무료 안전 통항, 미국의 즉각적인 봉쇄 해제 착수와 30일 이내 완료, 레바논을 포함한 군사행동 중단이 담겼다.이란의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 1일 미국이 약속을 지키면 이란도 상응하겠다고 밝혔다. 책임 공방의 결론과 별개로, 이미 거래의 구조는 상호조치였다.

이란이 해협을 먼저 열고도 공격과 봉쇄가 계속된다면 압박 수단만 잃는다. 미국도 일시 통항 허용 뒤 다시 해협이 막힐 가능성을 걱정한다. 그러므로 공격 중단의 범위, 봉쇄 해제 일정, 상업 선박의 통항 조건을 같은 합의 안에 적고 이행을 연결해야 한다. 위반 의혹이 생길 때 사실을 확인할 주체와 대응 절차도 정해야 한다. 한쪽의 주장 만으로 합의 전체가 무너지면 먼저 움직일 이유가 없어진다.

해협을 막는 이란의 힘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쟁 전인 지난해 호르무즈해협을 지난 원유와 석유제품은 하루 약 2000만 배럴, 그중 약 80%는아시아로 향했다. 통항 제한은 미국을 괴롭히지만 중국 등 이란이 설득해야 할 나라에도 청구서를 보낸다. 지지자를 잠재 피해자로 만드는 압박은 오래 쓰기 어렵다. 반대로 일부 우호국 선박만 통과시키는 조치로는 선주와 보험사의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 진짜 성과는 통항 발표뒤 실제 운항과 보험 인수가 살아나는 지에서 드러난다.

핵 제한과 제재 완화는 함께 이행해야 한다


두 번째 거래는 핵 활동의 제한과 검증이다. 지난 3월 25일 로이터통신이 전한 미국 측 제안에는 고농축 우라늄 제거와 농축 중단 등이 담겼다. 6월 14일 이란 당국자가 설명한 초안은 추가 농축과 시설 확장을 멈추고, 향후 합의에 따라 이란 안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희석하는 구상이었다. 서로 다른 시점의 제안 보도이며 현재 확정된 합의문은 아니다. 그러나 핵물질을 어디서 어떻게 처리하고 민간 핵 활동을 얼마나 남길 것인 지가 접점임은 읽을 수 있다.

지난 2015년 핵합의는 일정 기간 농축 수준을 3.67%로 제한하는 방식을 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미국의 합의 탈퇴를 발표했다. 이란 협상가에게 이 두 사건은 한 묶음이다. 제한을 받아들였다는 기억 옆에 상대가 약속을 뒤집었다는 기억이 놓여 있다. 미국이 이란의 핵 활동을 의심하듯, 이란도 미국의 다음 결정을 의심한다.

핵물질의 처리와 설비 변경에는 시간과 비용이 든다. 제재 완화는 정치 결정으로 다시 뒤집힐 수 있다. 이런 비대칭을 방치한 채 신뢰를 주문해서는 거래가 성립하기 어렵다. 국제원자력기구의 확인에 맞춰 금융 허가와 공격 중단을 실행하고, 다음 단계의 이행도 서로 연결해야 한다. 미국은 검증 가능한 제한을 얻고, 이란은 평화적 핵 이용의 범위와 실제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후임 정부까지 완벽하게 구속할 수는 없어도 다자 참여와 작동 중인 계약은 약속을 파기할 비용을 높인다.

세 번째 거래인 돈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2023년 수감자 교환 당시 카타르로 옮겨진 약 60억 달러는 이란이 석유를 팔아 번 자금이었다. 미국의 원조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가 설명한 통로는 인도주의 물품 구매용이었고, 이란 정부가 자유롭게 쓸 현금이나 포괄적인 제재 해제를 뜻하지 않았다. 자기 돈이라는 사실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사이에는 은행의 결제 허가가 놓여 있었다.

올해 6월 이란 측 초안 설명에 등장한 석유제재 면제와 동결 자산 250억 달러 해제도 확정된 지급액으로 읽으면 안 된다. 협상가가 따져야 할 것은 액수 다음의 문장이다. 어느 은행이 어떤 거래를 언제까지 처리할 수 있는가. 이란이 핵 조치를 마쳤는데 결제가 막히면 제재 완화는 종이 위의 보상으로 남는다. 지난 2023년에는 카타르의 자금 도착 확인이 수감자 교환의 연결점이 됐다. 상대의 선의를 기다리는 대신 제 3자가 확인한 사실에 맞춰 각자의 행동을 실행한 사례다. 이번 거래에도 필요한 원리다.

협상장 밖의 나라들이 종전의 가격을 바꾼다


파키스탄은 이란의 조건을 전달하면서 미국의 약속도 이란이 믿을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중재자의 처지는 간단하지 않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5월 익명 소식통들을 인용해 파키스탄이 사우디에 약 8000명의 병력과 전투기 등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공개 확인된 배치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우디 방어와 중재가 충돌할 위험을 보여준다. 그 인력이 공격받으면 메시지를 전달하던 국가가 보복 여부를 고민하는 국가로 바뀔 수 있다.

중국에는 이란과의 관계 뿐 아니라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에너지 수입과 교역의 안정도 중요하다. 지난 2023년 중국·사우디·이란 공동성명은 외교 관계 복원을 발표하면서 앞선 이라크와 오만의 대화 지원도 인정했다. 그 선례는 중국이 적대국을 한자리에 앉히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평화가 유지될 때 늘어날 교역과 투자를 구체화할 수 있다. 중국의 외교적 지지가 미국의 금융제재를자동으로 없애주지는 않는다. 중재의 명성과 은행의 결제 능력은 별개의 자산이다.

이스라엘은 합의가 이란에 재정비 시간을 줄까 우려하고, 이란은 합의 뒤에도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어질까 두려워한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모든 결정을 통제하지는 못하지만 영향력이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로이터통신이 지난 15일 보도한 28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군수품 판매 추진은 그 관계의 물적 기반을 보여준다. 이란에 관련 무장세력 억제를 요구하려면 미국도 지원 수단을 활용해 재공격 위험을 낮출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양쪽 모두 자신이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에 책임을 져야 한다.

지난해 5월 미국과 후티의 공격 중단 합의에는 이스라엘이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이 공격받지 않게 됐다는 발표 만으로 다른 나라의 전쟁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선례다. 이번에도 이스라엘과 레바논, 홍해 전선의 처리 범위가 모호하면 한 전선의 충돌이 전체 합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 모든 무장 세력을 이란의 명령 한마디로 멈출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도 위험하다.

사우디는 비싼 석유를 팔 수 있어도 수출 시설과 투자 사업이 흔들리면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UAE는 항만·항공·금융중심지로서의 신뢰가 걸려 있다.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15일 전한 걸프 국가들의 대화와 불가침 구상은 이런 이해와 맞닿아 있다. 바레인은 미 제5함대의 억제력을 얻는 동시에 보복 표적이 될 위험을 짊어진다. 2월 이란의 공격이 바레인 내 미군 시설에도 향한 사실이 그 양면성을 보여준다. 이 나라들이 원하는 종전 조건을 미국의 전쟁 목표와 같은 것으로 취급하면 합의의 지지 기반을 놓친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불완전한 합의가 전쟁을 줄이는 길이다


필자는 어느 한쪽의 완승보다 핵심 쟁점을 나눠 교환하는 제한적 합의에 무게를 둔다. 조건은 미국도 이란도 상대가 확인할 수 있는 조치를 내놓는 것이다. 핵분야에서는 고농축 재고의 검증된 처리와 추가 활동 제한을 먼저 정하고 민간 핵 활동의 최종 형태는 후속 협상에 남길 수 있다. 해협에서는 일반 상업 통항과 미국의 항구 봉쇄 해제를 연결하고, 경제 분야에서는 일부 동결 자산 사용과 석유 대금 수취를 우선 회복하는 절충을 예상한다. 이는 공개된 제안에서 도출한 전망이다.

이 경로에서는 직접 공격이 줄고 통항과 결제가 회복되면서 합의를 지켜 얻을 이익이 늘어난다. 트럼프는 핵 위험 축소와 해협 정상화를 압박의 성과로, 이란은 주권과 경제 활동을 지켜낸 결과로 설명할 수 있다. 뉴욕의 언론 접촉과 정상 외교는 두 설명이 공존할 여지를 넓힌다.

지난 6월의 교착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후속 협상 중에도 상호조치가 유지돼야 한다. 핵 협상이 늦어진다고 금융 허가를 중단하거나, 결제 조정이 지연된다고 통항을 막으면 협상 기간은 다음 충돌의 준비 기간이 된다. 합의의 생존 여부는 작은 충돌이 발생한 다음 날에도 확인 절차와 대화가 작동하는 지에서 드러난다.

유가는 합의 기대에 먼저 반응할 수 있지만 선박 보험료와 운임은 안전 운항 실적이 쌓여야 내려갈 수 있다. 사찰 협조와 통항 실적을 보면서 미국의 봉쇄 해제와 은행의 결제 실행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한 번 더 때리면 유리해진다는 오판이다


미국이 추가 공습으로 더 큰 양보를 얻는다고 믿고, 이란은 더 버티면 미국이 물가와 정치적 부담을 견디지 못한다고 믿는 경우다. 서로 상대의 시간이 더 급하다고 판단하면 협상이 멈춘다. 미국이 핵 문제에 새 요구를 계속 붙이거나 이란이 해협의 배타적 통제를 고집할수록 타협 가능한 범위는 줄어든다.

이 경우 우선 예상할 과정은 반복하는 공습과 보복, 항만·에너지 시설의 운영 차질, 해상 위험의 재상승이다. 후티 전선까지 격화되면 호르무즈해협에서 일부 통항이 회복돼도 홍해의 비용이 남는다. 사우디나 바레인, 파키스탄 인력이 큰 피해를 입으면 종전을 중재할 공간까지 좁아진다. 폭격이 협상을 앞당기려다 오히려 협상 상대와 중재자를 강경한 선택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이란이 미국의 정치적 분열에만 기대는 것도 위험하다. 미군의 대규모 피해는 전쟁 비판 대신 강경 대응 여론을 키울 수 있다. 미국 역시 이란의 피해가 커질수록 양보가 커진다고단정할 수 없다. 지도부가 합의를 정권과 국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조건으로 받아들이면 더 큰 손실도 감수하려 할 수 있다. 군사력의 우위가 원하는 서명을 보장하지 않는 이유다.

공습의 추가 성과가 줄고 손실이 누적되면 양측은 더 좁은 합의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인명 피해가 타협 자체를 정치적 배신으로 만들면 장기 충돌로 굳어진다. 비용을 줄일 거래가 존재하고, 지도자가 그 거래를 국내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전쟁이 멈춘다.

한국은 이 대목에서 국민과 선박의 안전, 에너지 공급, 합법적인 결제의 회복을 기준으로 합의를 평가하면 된다. 동맹을 존중하면서 상호 이행이 가능한 종전을 지지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제 뉴욕행의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이란이 트럼프에게 승리의 문장을 허용한다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공격 중단과 돈에 더해, 그 승리를 지켜야 하는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얻을 수 있다. 자기의 압박으로 전쟁을 끝냈다고 선언한 대통령에게 재공격은 자기가 만든 합의의 실패를 설명해야 하는 선택이 된다. 법적 보증을 대신할 수는 없어도 전쟁 재개의 정치적 비용을 높이는 장치는 될 수 있다.

여기에 이란이 노릴 만한 마지막 반전이 있다. 트럼프의 승리를 인정하는 순간, 그 승리를 훼손하지 않을 책임도 트럼프에게 돌아간다. 이란의 뉴욕 외교가 성공한다면, 미국 대통령에게 건네는 승리 선언문은 이란을 다시 공격하기 어렵게 만드는 정치적 담보가 된다. 상대가 가장 자랑하고 싶은 성과를, 상대가 가장 쉽게 깨뜨릴 수 없는 약속으로 바꾸는 것이다.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한국협상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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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BNE컨설팅 대표 겸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박상기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한국협상학회 부회장